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삼성이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룹 안팎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가적, 경제적 '돌발변수'들이 시계제로 상태로 삼성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어깨와 발걸음이 연일 무거워지는 이유다. 올 상반기 12조 7000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삼성 총수 2년차를 맞이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연일 생존을 위해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결코 그를 돕는 분위기가 아니다.
지난달부터 전자 관련 사장단을 잇달아 만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보복 등과 관련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법을 내놓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미 예정된 변수와 앞으로 예정될 변수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삼성'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21일 대법원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판결을 오는 29일 선고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업계 파장 등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당초 올 상반기로 예상되던 것이 점점 늦어져 최근에는 연말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던 속에서, 당장 다음주로 결정되면서 삼성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결국 재계 일각에선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적 악재와 변수 등이 그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이고 왕성한 활동을 하게 했던 이유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재판에서 긍정적 답안지를 받아들기 위해 기업인으로서 주가를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활동 반경이 커질수록,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검찰 수사 등 일련의 그림이 삼성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가 유지될 경우 지금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만약 파기 환송될 경우 또다시 오랜 법정 다툼을 해야 하고, 심지어 추가 메가톤급 이슈들이 터지게 될 경우 삼성에게 불리한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당장 이 부회장의 거취가 달라질 것은 없지만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삼성이 결코 바라지 않았던 형태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양국간 외교·안보 사안이라는 점에서 당장 삼성에 직접적 타격을 주진 않겠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또다시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의 수위를 높이게 될 경우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앞서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지난 4월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화성사업장을 찾아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사격이 나오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까지 나오면서 안도는 커녕, 또다시 불안한 미래를 그려야 하는 상황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이런 잇단 상황 변화와 향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져,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작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업계의 관심이 삼성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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