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in 바이낸스, 김나영 체제로 정상화 재시동

경제·금융 / 김은선 기자 / 2026-08-04 15:51:53
고객 코인 맡겨 이자 받던 ‘고파이’ 상환 최우선…원화계좌 유지·재무구조 개선 과제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가 김나영 신임 대표 체제에서 고객 미상환금 해결과 경영 정상화에 다시 나선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지배지분을 인수한 데 따른 국내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새 경영진은 장기간 남아 있는 ‘고파이(GoFi)’ 고객 자산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 김나영 고팍스 신임 대표 [고팍스]


고파이는 고객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맡기면 일정한 이자를 받는 예치 서비스였다. 고팍스는 당시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미국 가상자산 대출업체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에 보내 운용했다. 그러나 2022년 세계적인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제네시스에 대규모 인출 요구가 몰렸고, 제네시스가 대출과 자산 상환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고팍스도 고파이 고객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달 27일 김나영 전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금융사업개발부문 총괄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고파이 미상환 문제 해결과 금융당국 소통, 가상자산사업자 갱신 대응, 내부통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도 이제 진행형이 아니라 사실상 완료된 사안이다. 바이낸스는 2023년 2월 스트리미의 지배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바이낸스 측 인사가 고팍스 임원으로 등재되는 데 필요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임원 변경 신고 수리가 장기간 미뤄지면서 국내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FIU가 2025년 10월 임원 변경 신고를 수리하면서 약 2년8개월간 이어진 규제 절차도 사실상 마무리됐다. 바이낸스는 2025년 말 기준 스트리미 지분 67.45%를 보유한 지배주주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바이낸스가 앞으로 고팍스를 인수하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경영권을 바탕으로 고팍스를 정상화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고파이 이용자의 미상환 자산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2023년 9월까지 지급 당시 기준 총 7000만달러를 고객들에게 지급했지만 이후 추가 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바이낸스는 지난달에도 고파이 이용자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상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은 금액은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올해 1월 말 기준 미상환 자산은 비트코인 775개, 이더리움 5766개, 유에스디코인 약 70만6000개 등으로 당시 시세로 약 13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고파이 문제는 단순한 과거 민원이 아니라 고팍스의 신뢰도와 재무구조를 동시에 좌우하는 현안이다.

거래소 운영을 위한 기본 기반은 유지되고 있다. 고팍스는 올해 전북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제휴를 1년 연장했다.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소는 은행의 실명계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원화마켓 운영 기반을 지켜낸 것이다. FIU가 6월30일 기준 공개한 신고 수리 가상자산사업자 명단에도 고팍스가 포함됐다.

다만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스트리미의 2025년 매출은 43억3000만원으로 전년보다 46.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6억8000만원으로 전년보다 확대됐다. 당기순이익은 131억원을 기록했지만 본업에서 발생한 흑자는 아니었다. 갚아야 할 가상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줄면서 약 265억원의 가상자산 평가이익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2025년 말 자산은 약 135억원인 반면 부채는 2320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18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고파이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가상자산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이 부채에 반영된 결과다.

고파이 상환 방식은 고팍스의 재무 정상화와 직접 연결된다. 바이낸스가 출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고팍스가 고객에 대한 채무를 없애면 부채와 자본잠식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차입금으로 상환하면 고객 채무가 다른 채무로 바뀌는 데 그칠 수 있다. 바이낸스의 지원 규모만큼이나 자금 투입 방식이 중요한 이유다.

김 대표의 선임은 바이낸스의 지분 인수와 금융당국 신고 절차가 끝난 뒤 이뤄진 정상화 후속 인사라는 의미가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 규제 대응 경험을 갖춘 경영진이 전면에 나섰고 원화마켓 운영 기반도 유지되고 있다.

고팍스가 실질적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선언보다 결과가 필요하다. 남은 고파이 고객 자산을 상환하고, 바이낸스의 자본 투입으로 완전자본잠식을 줄이며, 거래량 회복을 통해 영업적자를 축소해야 한다. 세 과제를 해결한다면 고팍스는 장기간 이어진 생존 국면을 벗어나 국내 원화 거래소 시장에서 재도약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 상반기 수주잔고 28.1조…반년 새 14.3% 증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잔고가 올 상반기 28조원대로 다시 늘었다. 국내 주택·인프라 부문의 신규 수주를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해외 플랜트와 에너지·산업시설이 신규 일감을 보완했다. 다만 2024년 말 수준까지 회복한 것은 아니다.17일 관련 공시와 업계 자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6월 말 수주잔고는 28조1491억원으로 지난해 말 24조6261억원보다 3

    2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김승원 칼럼] 추석 앞당긴 9.6조…상생에는 빠른 입금이 더 힘이 세다

    명절을 앞둔 중소기업에는 하루가 길다. 직원 급여와 상여금, 원재료 대금과 결제일이 한꺼번에 몰린다. 장부에 매출이 있어도 통장에 현금이 없으면 대표는 은행부터 찾는다. 그런 협력사를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추석 전 지급일을 앞당기고 있다. 거창한 상생 구호보다 반가운 것은 빠른 입금이다.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응한 삼성·SK·현대자동차·LG·한화·롯데·

    3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뷰티트렌드]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웰에이징 R&D 확대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건강수명과 노화 관련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건강기능식품 신소재 개발에 나섰고 아모레퍼시픽은 노화에 따른 모발 강도 저하와 관련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했다.LG생활건강은 지난 17일 한국식품연구원과 건강기능식품 신소재·분석 기술 개발과 식품 분야 연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1

    4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KB·신한·하나·우리·NH, '비은행 효자'의 반전…중요한 건 '조달금리'

    상반기 금융지주의 실적을 끌어올린 비은행 계열사가 하반기에는 조달 경쟁력을 증명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증권·카드·캐피탈의 이익 비중이 커진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자금을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가 그룹 수익성의 새로운 변수가 된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5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넥써쓰, 원스토어 96% 쥔다…장현국이 옛 주주 품은 속내

    장현국 넥써쓰 대표가 원스토어 지분은 96% 가까이 끌어모으면서 옛 주주들은 넥써쓰 주주로 다시 품고 있다. 경영권은 단순하게 만들되 원스토어를 함께 키워온 통신·플랫폼·게임 기업과의 이해관계는 끊지 않는 방식이다. 석 달 간격으로 똑같은 지분거래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장 대표의 속내가 읽힌다.18일 관련 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넥써쓰는 KT·LG유플러스가 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