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일본이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핵심으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며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 뒤 시행되기 때문에 이달 하순부터 한국은 '백색국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본은 전략물자는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지만, 백색국가에는 '비민감품목'의 경우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만 받으면 되는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앞선 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가 지난 한 달간 단 1건의 수출허가조차 받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를 일정부분 마비시키거나 뒤흔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은 앞으로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 간판산업의 '심장부'를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방식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3개 품목 수출규제만으로도 파급력이 큰 상황에서, 화이트국 제외로 수출규제 품목이 1100여개로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 산업을 전방위로 뒤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의 추가 규제 조치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며 이는 한국 수출은 물론 양국 간 교역과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떤 형태로 한국 산업을 교란시키게 될까. 일단 비민감품목을 일일이 규제하기보다는 한국 경제를 짊어지는 업종을 표적으로 삼아 노골적인 공격을 자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를 1차 타깃으로 삼은 것도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이자 대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지난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조치의 대상이 된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액이 일본 총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01%, 한국 총수출액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라면서 "일본의 조치는 자국의 0.001%를 이용해 이웃 나라의 25%의 이익을 훼손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 타깃은 공작기계, 정밀화학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한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산업계 역시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 간판산업의 '급소'만 골라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당장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대비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일본의 경제적 보복에 대응한 단기적 대책과 함께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단기적, 중장기적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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