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최봉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 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62) 대표가 또다시 구속에서 멀어지면서 이 회사가 일시적으로 탈출구를 찾으며 다음 카드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 카드를 꺼내들며 이른바 토끼몰이를 하고 있어 위기에서 완벽하게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김 대표 등에 대해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수사 방향이 180도 전환되는 등 이 회사를 향한 칼날을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이 지난 20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대해 "주요 범죄 성부(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이 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대표와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 역시 비슷한 사유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 5000억원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회계처리 당시엔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꿨다는 것.
검찰과 삼성바이오 양측은 대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격론을 벌이지 않았지만, '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대립각을 크게 형성했다.
김 대표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회계기법에 관한 이야기일 뿐, 본질적으로 기업의 실질가치를 고의로 훼손시킨 분식회계가 아니다"란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검찰은 김 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상 분식회계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각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장 우려했던 최고경영자의 구속 없이, 김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에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사측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법원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맹비난하면서 김 대표에 대한 세 번째 영장 청구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김 대표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한 뒤 최지성(68)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전·현직 그룹 수뇌부들을 소환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로 인한 최종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조사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이재용 등 윗선으로 가는 첫 번째 길목부터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재벌권력과 관료권력에 의해 가로막힌 까닭에 수사 진행이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치권도 이번 기각과 관련해선 "누가봐도 이재용 부회장 지키기"라며 냉소와 조롱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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