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총수 일가 위해 '회장님표' 김치·와인 계열사에 대량구매 지시 '충격'

산업 / 김사선 / 2019-06-17 15:57:41
공정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검찰 고발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를 도운 19개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챙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이를 도운 19개 계열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사선 기자] 총수 일가 회사가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전 계열사에 고가로 대량구매하도록 지시한 태광그룹(이호진 전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계열사들은 그룹이 판매한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기업집단 '태광'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 지분율 10%인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1억 8000만을 부과하고 동일인(이호진), 경영진(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및 법인(태광산업,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10kg)에 무려 512톤, 95억 5천만원에 구매토록 하고 또한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부당이익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문제의 휘슬링락CC는 지난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으며, 2013년 5월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켰다.


이에 따라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 경영기획실장은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 및 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년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알타리무김치와 배추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문제는 '휘슬링락CC'는 당시 김치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제36조), 영업등록(제37조), 설비위생인증(제48조)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실무책임자는 형사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유 실장은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는 꼼수를 부렸는데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이러한 불법 행위도 동참,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014년부터 2016까지 법을 위반하는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톤, 거래금액으로는 95억 5000만원 원에 달했다. 특히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할 경우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됐다.


그룹 경영기획실은 이밖에도 계열사들에 명절 때 '메르뱅'에서 와인을 구매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해왔던 메르뱅을 불법행위를 위한 도구로 삼았다.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이른바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고, 한발 더 나아가 같은해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설, 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와인을 구매했다.


와인 유통시장의 경우, 50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어 가격과 관련해 선택적 폭이 다양했지만 태광그룹 각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비판없이 받아들였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태광 소속 전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한다"라며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 5000만원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 5000만원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이호진 전 회장의 부인 등에게 현금배당,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공정위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하여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라며 "특히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2013년 8월)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해 제재했다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공정위 조사결과로 본다면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해석돼 다소 의외다"면서 "의견서를 받아본 뒤 검토한 후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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