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삼성과 차세대칩 공동 연구…한국 반도체 'HBM 넘어 파운드리' 기회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9-09 17:56:41
자체 AI칩 후속 세대서 삼성과 공동 생산·연구…1세대는 TSMC가 제조
SK하이닉스도 스타게이트 메모리 공급…AI칩 고객 다변화 수혜 기대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오픈AI의 자체 인공지능(AI) 칩 개발이 한국 반도체에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전영현·노태문)는 오픈AI와 차세대 칩 공동 생산·연구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고, SK하이닉스(대표 곽노정)는 삼성전자와 함께 오픈AI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다만 오픈AI의 1세대 자체칩 생산은 대만 TSMC가 맡고 있어 삼성전자가 실제 파운드리 수주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9일 오후 로이터에 따르면 오픈AI는 자체칩 개발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반도체·기업용 AI 서비스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리슨 김 오픈AI코리아 총괄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가장 진전을 이룬 분야 가운데 하나로 오픈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칩의 공동 생산과 연구를 꼽았다. 구체적인 칩 종류와 생산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오픈AI가 자체 칩을 개발하면서 삼성전자와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nAI is deepening cooperation with Samsung Electronics as the ChatGPT maker develops its own chips.”)

이번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오픈AI가 이미 자체 AI칩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지난 6월 브로드컴과 공동 설계한 첫 자체 추론용 AI칩 ‘할라페뇨(Jalapeno)’를 공개했다. 추론용 칩은 ChatGPT와 같은 AI 서비스가 이용자의 질문에 답할 때 연산을 처리한다. 오픈AI가 설계를 주도하고 브로드컴이 개발에 참여했으며 생산은 TSMC가 맡는다.

오픈AI는 자체 AI까지 활용해 칩 개발 기간을 줄이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별도 보도에서 오픈AI가 자사 AI 모델을 활용해 할라페뇨를 개발했으며 약 9개월 만에 설계를 마치고 생산을 위한 테이프아웃 단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오픈AI가 단순히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매하는 고객에서 직접 칩을 설계하는 반도체 수요자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에는 이 변화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기회다. 현재 오픈AI 자체칩의 생산은 TSMC가 맡고 있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픈AI가 후속 세대 칩에서 삼성전자와 ‘공동 생산’을 언급한 만큼 향후 첨단 공정이나 패키징까지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AI 업체들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칩을 개발하는 흐름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브로드컴은 지난 2일 2027회계연도 AI칩 매출 전망을 기존 1000억달러 이상에서 약 1150억달러로 높였고 2028년에는 약 2300억달러로 다시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브로드컴의 지난 분기 AI칩 예약액만 300억달러를 넘었다. 로이터는 이러한 흐름을 AI 투자가 엔비디아의 고가 GPU에서 맞춤형 칩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했다.

SK하이닉스에는 메모리 수요 확대가 직접적인 호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오픈AI의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에 첨단 메모리를 공급하기 위한 협력에 들어갔다. 오픈AI에 따르면 두 회사는 스타게이트 수요에 대응해 월 90만장 규모의 D램 웨이퍼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생산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오픈AI는 당시 협력의 핵심을 “차세대 AI에 필요한 첨단 메모리 공급 확대”라고 설명했다.
(“These partnerships will focus on increasing the supply of advanced memory chips essential for next-generation AI.”)

이는 AI칩 시장의 고객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내 HBM 시장은 엔비디아 GPU 수요가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었지만 오픈AI를 비롯해 구글·메타·아마존 등 빅테크가 자체 가속기와 주문형반도체(ASIC)를 확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대해야 할 AI 메모리 고객도 함께 늘어난다. GPU 한 종류에 맞춘 HBM 경쟁에서 여러 맞춤형 AI칩의 성능과 전력 설계에 맞춰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는 경쟁으로 시장이 이동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프랑스 미스트랄AI와도 반도체 분야 협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거대언어모델과 AI 솔루션을 반도체 사업장 내부에 적용해 불량 검출과 장비 최적화, 생산수율 안정화에 활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시리즈D 투자도 주도해 전략적 지분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의 AI가 반도체 설계와 생산 방식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Mistral’s powerful AI platform is expected to provide Samsung with a unique stack of tools that will transform how semiconductors are designed and manufactured.”)

결국 오픈AI의 자체칩 확대가 한국 반도체에 던지는 의미는 HBM 판매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AI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사는 데서 벗어나 직접 칩을 설계하고, 파운드리와 메모리·패키징 기업을 각각 선택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가 빨라질수록 삼성전자는 메모리 공급자와 파운드리 사업자라는 두 지위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고 SK하이닉스에는 HBM 고객 다변화 기회가 열린다.

반대로 경계할 지점도 분명하다. 오픈AI의 첫 자체칩 생산을 TSMC가 차지한 것처럼 AI칩 설계 주도권이 빅테크로 이동할수록 파운드리와 메모리 업체 간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한국 반도체의 다음 경쟁은 엔비디아가 얼마나 많은 GPU를 파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픈AI를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이 직접 만드는 칩 생태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가 새로운 성장 격차를 만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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