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금감원 서울에 남겨라…그게 진짜 지역균형발전

오피니언 / 김지영 기자 / 2026-09-04 19:44:55
기관 숫자 나누기가 균형발전 아냐…산업과 기능 따라 배치해야 국가 경쟁력 산다

▲ 김지영 토요경제 경제·산업부장

금융감독원은 서울에 남아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은 기관을 지역별로 나눠 갖는 일이 아니다. 산업과 기관의 기능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배치하는 일이다. 이전한 기관 숫자보다 그 결정이 10년, 20년 뒤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금감원은 대표적인 현장 감독기관이다. 은행과 금융지주,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의 건전성과 영업행위를 들여다본다. 금융사고나 부실 징후가 나타나면 자료를 확보하고 경영진을 만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감독에서 현장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 현장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다. 금감원 노조 집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노조의 지방 이전 반대와 이 숫자가 던지는 의미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직원의 근무지 선호와 국가 금융감독의 효율성은 다른 문제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과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의 핵심 기능은 서울에 있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과 삼성화재·DB손해보험 등 대형 보험사의 경영조직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금감원을 지방으로 옮겨놓고 검사 때마다 감독인력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면 무엇을 위한 이전인지 묻게 된다. 단순한 출장비 문제가 아니다. 금융사고와 부실은 보고서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감독의 경쟁력은 사고 이후 처벌의 강도보다 위험 신호를 얼마나 빨리 포착하느냐에서 시작한다.

지역균형발전도 산업지도를 따라야 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좋은 사례다. 항만·해운·수산·선박과 북극항로 등 해양산업의 중심이 부산과 동남권에 있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옮기고 북극항로 관련 기능까지 강화한 것은 행정기관과 산업 현장을 가까이 붙이는 선택이다. 이런 이전이라면 균형발전과 행정 효율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는 경기 남부, 조선은 울산·거제, 해양산업은 부산처럼 지역별 특화산업을 키워야 한다. 관련 공공기관도 그 산업지도에 맞춰 움직이면 된다.

그렇다면 서울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산업 기능이 각 지역으로 특화될수록 서울은 뉴욕과 같은 국제 금융도시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금융회사와 자본시장, 전문인력과 감독기능이 모여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금융산업 클러스터다.

미국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와 증권거래위원회(SEC), 통화감독청(OCC)의 본부는 행정수도 워싱턴 D.C.에 있다. 그러나 현장 감독까지 워싱턴에만 묶어두지는 않는다.

SEC는 뉴욕에 지역사무소를 두고 조사와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은 맨해튼에서 대형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위험을 상시 감독한다. OCC 역시 워싱턴에 본부를 두면서 대형 금융기관에는 감독인력을 현장에 지속적으로 배치한다. 정책 기능은 수도에 두되 감독 기능은 금융회사 가까이 두는 구조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제도는 다르다. 미국은 연방제이고 금융감독 체계도 여러 기관으로 나뉜다. 그러나 원칙 하나는 참고할 수 있다.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주소가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현장을 감독하는 조직은 감독 대상 가까이에 있을수록 효율적이다.

지역균형발전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다만 서울에서 몇 개 기관을 빼냈는지를 성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옮겨서 해당 지역의 산업과 함께 성장할 기관은 과감하게 옮기고, 현장에 남아야 제 기능을 하는 기관은 남겨야 한다.

금감원은 후자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회사들이 있는 현장을 두고 감독기관부터 멀리 옮기는 것이 한국 금융산업에 어떤 실익을 주는지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서울을 국제 금융도시로 키우려 한다면 더욱 그렇다.

균형발전은 지도를 고르게 색칠하는 일이 아니다. 각 지역에 가장 잘할 수 있는 산업과 기능을 배치하는 일이다.

이전은 숫자로 남지만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는다. 금감원은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역설적이지만 금감원이 서울에 남는 것이 오히려 대한민국 균형발전 지도를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 선택일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경제·산업부장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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