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립, 공장 없이 美 코스트코 뚫었다…수출 49.9% 증가

유통·소비재 / 김지영 기자 / 2026-08-27 12:59:18
롯데웰푸드 현지공장·뚜레쥬르 가맹망과 다른 길…시장 먼저 검증하고 물량 확대
▲ [삼립]

 

삼립이 해외공장이나 현지 매장을 먼저 늘리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글로벌 대형 유통망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에서 시험 판매한 제품이 대규모 추가 주문으로 이어졌고 올해 2분기 수출 규모도 전년 동기보다 49.9% 늘었다. 해외사업의 절대 규모는 경쟁사보다 작지만 고정투자를 최소화한 채 시장을 먼저 검증하는 삼립만의 전략이 단기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27일 토요경제가 주요 베이커리·식품기업의 해외사업을 비교한 결과 삼립(각자대표 도세호·정인호)의 2분기 글로벌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49.9% 증가했다. 베이커리 부문 매출도 6.4% 늘었다. 연결 매출은 8478억원으로 4.4% 증가했다. 1분기 적자를 냈던 영업손익도 2분기 1억1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안전 강화 비용과 원재료 가격 상승, 고환율 부담으로 수익성은 여전히 낮다.

해외 성장을 이끈 대표 제품은 치즈케익이다. 삼립은 지난해 9월 미국 서부 코스트코 100여개 매장에 치즈케익 56만봉을 처음 공급했다. 물량은 3주 만에 팔렸다. 삼립은 이후 올해 4월 말까지 1000만봉을 추가 공급했다.

첫 시험판매가 성공하자 다음 제품부터 물량을 크게 늘렸다. 삼립은 지난 5월 장수제품 ‘보름달’을 미국 50개 주 코스트코 400여개 매장에 투입했다. 첫 수출 물량만 1175만봉이다. 치즈케익 초도 물량의 약 21배다.

삼립은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 전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대신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을 K디저트로 내보냈다. 보름달에는 기존 이름인 ‘Borumdal’을 살리고 ‘Strawberry Fullmoon Chiffon Cake’라는 설명을 붙였다. 약과 역시 미국 코스트코 약 200개 매장에 진출했고 일본에서는 돈키호테 전 점포에 들어갔다.

경쟁사들도 해외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방식은 다르다.

롯데웰푸드(대표이사 서정호)는 현지 생산기지를 해외 성장의 핵심으로 삼았다. 인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 현지 판매를 늘렸다. 올해 2분기 해외법인 매출은 3112억원으로 2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6억원으로 133% 늘었다. 해외사업의 규모와 수익성에서는 삼립보다 앞선다.

CJ푸드빌(대표이사 이건일)은 뚜레쥬르 가맹망을 먼저 키웠다. 미국법인은 지난해 매출 1946억원을 기록했고 2018년 이후 8년 연속 흑자를 냈다. 미국 매장이 200개를 넘어선 뒤에는 조지아주 생산공장을 가동해 현지 공급망까지 구축했다.

롯데웰푸드는 ‘현지공장-현지판매’, CJ푸드빌은 ‘현지매장-현지생산’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해외사업에서 규모와 수익성을 입증했다. 삼립의 차이는 사업을 키우는 순서에 있다.

삼립은 해외 생산시설에 대규모 자본을 먼저 넣기보다 기존 국내 생산시설을 활용해 제품을 수출한다. 코스트코 같은 유통망에서 판매 데이터를 확인한 뒤 주문이 들어오는 제품의 물량과 판매 지역을 확대한다. 시장이 예상과 다르면 투자를 줄일 수 있고 판매가 확인되면 후속 제품을 바로 투입할 수 있다.

치즈케익 56만봉에서 시작한 주문이 1000만봉 추가 공급으로 확대되고 다시 보름달 1175만봉으로 연결된 과정이 이를 보여준다. 제품 판매 실적이 다음 투자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는 대신 한계도 분명하다. 국내 생산품을 미국까지 보내기 때문에 물류비와 환율 부담을 받는다. 신선도가 중요한 빵은 수출 가능 제품에도 제약이 있다. 미국 판매량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삼립도 현지 생산이 더 효율적인 시점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삼립 전략의 핵심은 ‘해외공장을 짓지 않는다’가 아니다. 공장을 짓기 전에 제품 수요와 판매처부터 확보한다는 데 있다. 해외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한 롯데웰푸드나 시장을 키운 뒤 공장을 붙인 CJ푸드빌과 다른 성장 순서다.

주가도 수출 성과 발표에는 반응했다. 삼립 주가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14일 전 거래일보다 4.67% 오른 4만1450원에 마감했다. 다만 26일 종가는 3만9900원으로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52주 최고가 5만7800원과도 거리가 있다. 시장이 빠른 수출 증가를 평가하면서도 국내 수익성 회복 여부를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삼립의 해외사업은 아직 롯데웰푸드나 CJ푸드빌만큼 크지 않다. 그러나 올해 2분기 수출이 49.9% 늘어난 것은 해외 유통망을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 실제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앞으로 평가할 지점은 수출 증가가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다. 삼립이 코스트코에서 확인한 판매 데이터를 다른 제품과 국가로 확대하면서 물류비와 환율 부담까지 흡수한다면 ‘먼저 팔고 투자는 뒤따라가는’ 방식이 삼립의 해외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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