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은행만 동남아에서 고전하나…인니·캄보디아가 흔든 글로벌 전략

은행·2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16 17:22:18
우리은행 해외법인 1분기 630억 적자 전환…4대 시중은행 중 유일
인니 법인 ‘우리소다라’1분기 969억원 순손실…충당금만 1380억원
캄보디아 부진에 2030년 글로벌 수익 25% 목표 시험대

▲ 우리은행 전경[우리은행]

 

우리은행의 동남아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법인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올해 1분기 해외법인 전체가 적자로 돌아섰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해외법인에서 흑자를 유지한 것과 달리, 우리은행만 대규모 충당금과 현지 법인 손실이 겹쳤다. 

 

공격적으로 키워온 동남아 거점이 글로벌 전략의 약한 고리로 떠오른 셈이다.


토요경제신문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우리은행 해외법인은 올해 1분기 630억3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664억7500만원 순이익에서 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해외법인에서 1381억원, KB국민은행은 620억원, 하나은행은 386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4대 은행 가운데 우리은행만 해외법인 전체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이다. 우리소다라은행은 올해 1분기 약 96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약 1380억원의 충당금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 손실은 우리은행 해외법인 전체 실적을 적자로 끌어내린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해당 충당금이 지난해 인도네시아 신용장 금융사고 비용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본지 질의에 16일 “연금대출 보증기관의 건전성 저하와 잠재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약 1380억원의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반영함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됐다”고 했다.

올해 1분기 1380억원 충당금은 신용장 사고와 구분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설명대로라면 직접 원인은 연금대출 보증기관 관련 잠재 리스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법인의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우리소다라은행에서는 현지 기업의 신용장 거래와 관련해 약 1000억원 안팎의 허위 의심 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은 올해 1분기 충당금과 직접 연결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인도네시아 법인의 내부통제와 신용심사 체계를 둘러싼 의문을 키운 사건이었다.

우리은행은 신용장 사고의 회수 현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신용장 금융사고의 현재 회수 금액과 미회수 잔액, 소송 진행 상황, 최종 손실 가능성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핵심 손실 가능성과 회수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은 그대로 남은 셈이다.

캄보디아 법인도 부담이다. 캄보디아우리은행은 지난해 1분기 160억원대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약 14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인도네시아가 대형 충당금의 진원지라면, 캄보디아는 성장 둔화와 건전성 부담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부진의 원인을 대출자산 감소와 충당금 확대로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대출자산 감소 약 1840억원에 따른 순이자이익 둔화 약 64억원과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확대 약 121억원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적자 전환됐다”고 했다.

이 답변은 캄보디아 법인의 부진이 단순한 일회성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출자산이 줄면서 이자이익이 약해졌고, 동시에 충당금 부담도 커졌다. 성장 시장으로 분류해 온 캄보디아에서 자산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가 먼저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부진은 우리은행의 기존 글로벌 전략과 충돌한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를 동남아 3대 핵심 법인으로 삼아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왔다. 

 

이들 법인에 추가 자본을 투입해 현지 리테일과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전략도 추진했다. 그러나 핵심 거점에서 수익보다 충당금과 손실이 먼저 불거지면서 전략의 실행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동남아 시장 전체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베트남 법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 은행들도 동남아에서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도 과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로 고전했고, 신한은행 역시 일부 해외 법인에서 순이익이 줄었다. 다만 우리은행은 특정 해외법인의 손실이 해외법인 전체 적자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금융 전체 실적에도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60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늘었지만, 해외법인 충당금과 명예퇴직 비용, 시장 변동성에 따른 유가증권·환율 관련 이익 감소가 실적을 눌렀다. 5대 금융그룹 가운데 1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도 우리금융의 부담을 키웠다.

우리은행은 해외 영업 확대와 함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은 해외 영업망 확대와 함께 글로벌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다”며 “국외영업점에 대한 현지 감독당국의 내부통제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을 감안해, 본점과 해외 영업점 간 내부통제 업무를 표준화하고 상시 관리할 수 있는 ‘글로벌 내부통제 업무 플랫폼’ 구축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해당 플랫폼에 대해 “거버넌스·리스크·컴플라이언스 등 GRC 관련 주요 업무를 시스템 기반으로 관리하고, 국외영업점과 본점 유관부서의 내부통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 영업점별 현지 감독당국 지적사항과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상징후 대응 체계도 구축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내부통제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국외영업점과 본점 담당 부서에 자동으로 알림이 전달되도록 해, 본점 차원의 신속한 점검과 대응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해당 플랫폼을 2026년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영업 확대 과정에서 현지 규제 준수와 내부통제 수준을 함께 높여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캄보디아 부진에도 2030년 글로벌 수익 비중 25%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통제 플랫폼 구축 계획은 설명했지만, 손실이 발생한 해외법인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여부, 인도네시아 추가 충당금 가능성, 신용장 사고 회수 현황, 캄보디아 대출 축소의 지속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핵심은 현지화 전략의 속도와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다. 우리은행은 동남아에서 리테일 대출과 기업금융을 키우며 성장성을 노렸다. 하지만 신흥국 금융시장은 경기 변동, 환율, 법제도, 담보 회수, 내부통제 위험이 동시에 작동한다. 현지화가 빠를수록 부실 대출과 금융사고를 걸러낼 통제 장치도 정교해야 한다.

우리은행의 동남아 부진은 단순한 해외 경기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충당금이 발생했고, 지난해 신용장 사고의 회수 현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캄보디아에서는 대출자산 감소와 순이자이익 둔화, 충당금 확대가 동시에 나타났다. 성장 거점으로 키운 시장에서 수익보다 리스크 비용이 먼저 부각된 것이다.

결국 관건은 2분기 이후 반등 여부다.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충당금 부담을 일회성으로 끝내고 캄보디아의 이익 체력을 회복한다면 동남아 전략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의 부진이 반복되면 2030년 글로벌 수익 비중 25% 목표도 재검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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