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안 된다더니”…정진완의 우리은행, 금융 취약성 1위 오명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5-26 14:20:58
6년여간 누적 피해액 2300억원…전체 금융회사 중 ‘최다’
인니 법인서 1000억대 악재, 국내선 전세대출 사기 ‘늑장 보고’ 제재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국내 금융권 금융사고 규모가 최근 6년여간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우리은행이 전체 금융회사 중 가장 큰 사고 금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취임 이후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해왔지만,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금융사고가 반복되면서 정 행장의 경영 리더십과 리스크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내부통제 강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규모는 최근 6년여간 전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큰 수준으로 집계됐다/사진=김연수 기자

 

26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금융사고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609건, 사고 금액은 1조2419억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72억원대에서 2024년 3536억원대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4318억원으로 치솟으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역시 수천억원대 손실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권별로는 은행권의 피해 규모가 7697억64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의 누적 피해액은 2309억5100만원(총 50건)으로 전 금융권을 통틀어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랐다.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8월) 기준으로도 우리은행의 금융사고액은 2232억3600만원에 달해 2위인 국민은행(1226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금융권이 이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우리은행이 그간 ‘체질 개선’을 핵심 경영 과제로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정 행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단 한 번의 금융사고와 정보유출이 우리가 쌓아 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업무 처리 시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엄격히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순환보직, 업무매뉴얼 정비, 휴가 연속 사용 등 이른바 ‘3축 통제안’을 제시하고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고도화와 스마트 시재관리기 도입 등 디지털 기반의 방어 체계 구축에 힘을 쏟았다.

 

◆ 반복되는 금융사고…정진완 체제 신뢰 회복 가능할까


하지만 금융사고는 반복됐다. 특히 해외법인 리스크가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에서 외부인 사기 혐의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상 거래가 의심되는 신용장 금액은 785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1078억~1080억원 규모다. 다만 실제 손실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어 같은 법인에서는 현지 채용 직원의 대출 서류 부정 취급에 따른 업무상 배임 행위도 추가로 확인됐다. 손적 규모는 약 17억원이다. 주요 부실 사례 3건 중 2건이 동일한 해외 거점에서 발생하면서 글로벌 영업망 관리 체계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국내 영업 현장에서도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약 7억6000만원 규모의 전세대출 사기 정황을 포착하고도 금융당국에 법정 기한 내 보고하지 않아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태료 1200만원과 자율처리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찰 수사협조 공문 등을 통해 문제를 인지했지만, 일부 영업점이 감사부서에 즉시 공유하지 않으면서 공조가 지연됐다. 결국 해당 건은 경찰 보도자료가 발표된 이후 금감원의 지도에 따라 사후 보고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담보권이 설정된 기계·기구를 외부인이 임의로 매각한 24억2280만원 규모의 횡령성 사건도 공시됐다. 해당 행위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약 2년 간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권에서는 단순 손실 규모보다 잇따르는 반복 양상 자체를 더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과거 금융사고가 횡령이나 부당대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해외 신용장 사기, 현지 직원 배임, 전세대출 사기 대응 지연 등 사고 유형이 한층 복합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국외법인과 영업점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단순 시스템 도입 만으로는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해외 영업점과 본점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내부통제 업무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며, 이상 징후 발생 시 본점과 현지 담당자에게 자동 경보를 전달하는 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인사 측면에서도 기존 부행장급 중심의 해외법인 파견 관행에서 벗어나 1970년대생 본부장급 인사를 주요 해외법인장으로 발탁하는 등 인적 쇄신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개편 만으로는 고질적인 고리를 끊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해외 거점의 경우 현지 영업 관행, 여신 심사, 사후 점검 프로세스를 본점 차원에서 얼마나 유기적이고 촘촘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지가 향후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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