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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한화오션] |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 쪽으로 기울고 있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뉴스는 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KMS가 캐나다 해군 신형 잠수함 함대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글로브앤드메일도 독일·노르웨이 공동 입찰안이 한국 한화오션을 앞섰다고 전했다. 로이터도 캐나다가 TKMS를 선택했다는 글로브앤드메일 보도를 인용해 이 사안을 전했다.
이번 결정은 최종 계약이 아니다. 캐나다 정부는 대형 방위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본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이 결렬되면 2순위 업체와 협상할 수 있다. 한화오션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수주전의 주도권은 TKMS로 넘어간 셈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핼리팩스에서 관련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방조달 담당 스티븐 푸어 국무장관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에스콰이몰트에서 서해안 해군에 같은 내용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시점은 NATO 정상회의 직전이다. 카니 총리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NATO는 회원국들에 방위비 지출 확대뿐 아니라 실제 군사 역량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AP는 캐나다가 올해 NATO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기준을 달성했고, 2035년까지 5%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의 선택은 단순한 조달 결정이 아니다. 잠수함은 앞으로 수십 년간 운용되는 전략자산이다. 어느 나라의 잠수함을 택하느냐는 기술과 가격을 넘어 안보축의 선택과 연결된다. TKMS는 독일·노르웨이 협력 구도를 앞세웠다. NATO 표준, 유럽 방산 협력, 북극 작전 연계성이 강점으로 제시됐다. 독일 정부도 TKMS 수주가 캐나다를 유럽 안보망에 더 가깝게 묶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화오션에는 뼈아픈 흐름이다. 한화오션은 한국형 KSS-III 잠수함을 앞세워 캐나다 시장을 공략해왔다. 빠른 납기, 검증된 건조 역량, 캐나다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이 캐나다 에스콰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하며 성능을 직접 보여주는 행보도 이어갔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사업을 북미 방산시장 진입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규모가 크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 도입을 추진해왔다.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됐다. 캐나다 해군은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첫 신형 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까지 인도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비도 막대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잠수함 획득 비용은 수백억달러에 달할 수 있고, 30년 이상 유지·정비·운용 비용까지 합치면 총비용은 훨씬 커진다. 가디언은 장기 유지비를 포함한 총사업비가 700억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했다.
수주전은 막판까지 치열했다. 최종 경쟁 구도는 독일 설계의 212CD형과 한국의 KSS-III였다. 두 잠수함 모두 캐나다 해군의 핵심 요구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가 요구한 핵심은 은밀성, 지속 작전 능력, 타격 능력, 북극 운용성이었다. 캐나다 정부도 신형 잠수함이 북극을 포함한 3개 해역에서 위협을 탐지·추적·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해왔다.
결국 승부는 기술만으로 갈리지 않았다. 캐나다는 납기와 가격, 현지 산업 환류, 동맹 구조를 함께 본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오션은 빠른 생산 능력과 실전 운용 중인 플랫폼을 강조했다. TKMS는 NATO 방산 네트워크와 유럽 안보 협력을 내세웠다. 캐나다가 TKMS를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할 경우, 이는 인도·태평양 협력보다 NATO 재무장과 유럽 방산축 강화를 우선한 결정으로 읽힌다.
한국 조선·방산업계에는 분명한 과제가 남는다. 이번 경쟁은 한국 잠수함이 세계 최상위 방위조달 시장에서 독일·노르웨이 연합과 마지막까지 경쟁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방산 수출은 이제 무기 성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기 정비 체계, 현지 산업 생태계, 금융 패키지, 동맹 전략까지 묶어야 한다. 캐나다 수주전은 그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아직 본계약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수주전의 결정적 분기점이다. TKMS가 협상을 마무리하면 캐나다 해군은 수세대 만에 현대식 잠수함 전력을 새로 갖추게 된다. 한화오션은 북미 잠수함 수출의 첫 대형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한국 방산이 다음 수주전에서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분명해졌다. 빠른 납기와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방산 수출은 이제 동맹과 산업전략을 함께 파는 싸움이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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