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호남 반도체, 무안 복병론의 실체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7-03 09:53:33
SK는 ‘서남권’만…군공항·RE100 산단·공항통합 맞물리며 입지 경쟁 변수로
▲ [삼성전자]

 

무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전에서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확정된 입지는 아니다. 그러나 변수를 만들 조건은 뚜렷하다. 무안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광주 군공항 이전, RE100 국가산단, 무안공항 활성화, 광주·전남 통합 논의가 한꺼번에 맞물린 지역이다. 반도체 입지가 산업 논리를 넘어 지역 현안 해법으로 설계될수록 무안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3일 산업계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반도체 투자는 최종 입지 확정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광주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팹 2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특정 지역을 못 박지 않고 ‘서남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삼성의 좌표는 광주로 좁혀졌지만, SK의 좌표는 아직 열려 있다.

무안 복병론은 이 빈칸에서 출발한다. SK가 광주가 아니라 서남권을 말한 이상 전남 서부권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무안은 군공항 이전 문제와 맞물려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와 전남이 오래 풀지 못한 난제다. 소음과 안전 우려 때문에 주민 반발이 크고,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여기에 반도체 산단과 RE100 산업단지가 결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담 시설을 받는 대신 미래 산업 기반을 확보한다는 보상 논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무안군은 현경면·망운면 일원에 100만평 규모의 반도체 제조공장 RE100 국가산단 조성을 추진해왔다. 관련 용역도 진행했고, 국토교통부에 후보지 건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 다만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무안을 정치적 카드나 묘수로 만든다. 이미 결정된 땅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서 존재 가치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안이 가진 또 다른 변수는 공항이다. 무안국제공항은 서남권 관문 공항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활성화 과제를 안고 있다. 광주 민간공항과 무안공항의 기능 통합, 군공항 이전, 철도망 확충이 함께 논의될 경우 무안은 단순 산업단지를 넘어 교통·물류 거점으로 포장될 수 있다. 반도체 팹은 공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장비와 소재, 인력, 물류, 정주 여건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공항과 철도, 국가산단 구상이 결합하면 무안은 서남권 성장축이라는 그림을 얻는다.

물론 약점도 크다. 반도체 팹은 정치적 명분만으로 세울 수 없다. 전력과 용수는 말이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다. 송전망, 공업용수, 폐수처리, 토지보상, 주민 수용성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군공항 이전이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면 착공 속도도 장담하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 무안은 매력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큰 선택지다.

이 지점에선 광양만권과 대비된다. 광양만권은 전력, 용수, 항만, 산업 기반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항만 물류가 집적돼 있고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연결하기도 쉽다. 산업 논리만 놓고 보면 쉽게 지워질 지역이 아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의 중심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광양만권은 산업 조건은 강하지만, 군공항 이전과 공항 통합이라는 정치·행정 방정식의 한복판에는 있지 않다.

결국 무안 복병론의 핵심은 “무안이 가장 좋은 입지인가”가 아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SK가 남긴 서남권의 빈칸을 정부와 지자체가 어떤 방식으로 채우려 하는가”다. 산업 최적지를 고르면 광주 첨단3지구, 군공항 이전 부지, 해남 솔라시도, 광양만권이 모두 경쟁선에 오른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과 RE100 국가산단, 공항 활성화, 행정통합 문제까지 묶으면 무안은 갑자기 필승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삼성은 광주를 말했다. SK는 서남권을 남겼다. 무안은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하지만 호남 반도체 지도가 산업 입지 경쟁에서 지역 현안 해결의 방정식으로 넘어가는 순간, 무안은 단순 후보지가 아니라 협상의 중심이 된다. 이것이 무안 복병론에 힘을 싣는 이유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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