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동업자와 분쟁속에서 ‘고려아연’이 보여준 생존 방식…임직원의 결집과 기술력

토요경제人 / 양지욱 / 2025-10-17 08:15:27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전 세계 전략광물 공급망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정책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희속금속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기지인 ‘고려아연’이 안티모니·게르마늄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다. 50년 동업 관계였던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경영권 인수를 위한 M&A 시도를 감행해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지만 2000여 명 임직원의 결집과 최윤범 회장의 리더십으로 경영권을 지켜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2조원을 기록하며 흔들림 없는 성과를 입증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금·은·동 등 비철금속 제련을 넘어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희속금속 및 전략광물 공정을 고도화했다. 이제 회사는 국가기간산업의 ‘자원안보형 제조기업’으로 진화해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전 세계는 전략 광물 공급망 붕괴에 놓여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이 지난해 9월 안티모니와 게르마늄을 포함한 주요 광물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고 12월에는 미국 수출을 전면 금지, 올해 4월에는 희토류 7종과 자석 제품까지 수출 통제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안티모니는 군수·방위산업 분야의 필수 소재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품목으로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자원안보 차원에서 법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품목이다. 게르마늄 역시 적외선 센서, 위성통신, 광섬유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두 광물 모두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2023년 기준 중국의 안티모니 광산 생산량 점유율은 60%에 육박하며,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0~2023년 미국의 중국산 안티모니 의존도가 76%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탈 중국 공급망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제품을 둘러보고 있다.<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올해 6월과 8월 미국에 안티모니를 첫 수출하며 대체 공급원 역할을 본격화했다. 8월에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은 1400억원을 투입해 2028년 상반기부터 연간 약 10톤 규모의 5N(99.999%)급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다른 전략광물도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자원외교’의 중축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고려아연은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고려아연의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이 공정은 아연 제련 과정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하는 기술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갖췄다. 해외 경쟁사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로 평가돼 기술 유출 시 국내 제련 산업과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 등 국가기간산업 전반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 지정 배경이다.

앞서 지난해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제조 공정’으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등록된 바 있다. 이번 지정으로 아연 제련 및 전략광물 분야 모두에서 기술주권을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국가핵심 산업의 기술 중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헤마타이트와 하이니켈 전구체 공정 기술등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고 발전시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고 국가경제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안티모니와 같은 전략광물도 차질없이 생산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폐배터리 재활용, 2차전지용 고순도 금속 생산, 탄소중립형 제련 공정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전략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해외 광산 투자 및 장기 구매 계약 체계를 구축하며,
‘제련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자원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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