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메가프로젝트, 성장전략 vs 지지율 정치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7-04 18:04:40
여야, 호남 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 놓고 정면 충돌
전력·용수·입법·전대 구도까지 주말 정국 핵심 변수로

▲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주말 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표면상 쟁점은 대규모 지역 투자 구상이다. 그러나 실제 쟁점은 더 크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산업의 국가전략을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할 것인가. 기업 투자를 정부가 어디까지 견인할 수 있는가. 여당은 이를 국정 성과로 만들 수 있는가. 야당은 이를 ‘호남 몰아주기’와 ‘지지율 정치’로 묶어낼 수 있는가. 4일 현재 정치권의 충돌 지점은 이 네 가지로 압축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야권의 비판에 직접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엑스에 “만약 지지율 관리를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시작했을 것”이라며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삶을 개선할 성과와 실적”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직접 ‘지지율’이라는 단어를 꺼낸 순간, 이 사안은 정책 홍보를 넘어 정치 공방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쟁점은 발표 시점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초격차 산업강국” 전략으로 설명한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묶어 다음 성장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발표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우세한 흐름을 보이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방선거 이후 국정 동력을 산업정책으로 전환하려는 청와대와, 이를 선거 이후 지역 보상 정치로 규정하려는 야당의 프레임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호남 반도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에 총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팹 4기와 협력사·인력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청권에는 81조원을 투자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만 놓고 보면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생산기지를 전국으로 확장하겠다는 산업 재배치 전략이다. 문제는 입지의 정치성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따라서 이 구상이 경제 논리로 설명되지 못하면 야당의 ‘호남 몰아주기’ 공세가 힘을 얻는다. 반대로 전력, 용수, 부지, 항만, 인재 공급 측면에서 서남권의 경쟁력이 입증되면 야당 공세는 지역균형발전 반대론으로 역전될 수 있다.

세 번째 쟁점은 기업 투자와 정부 개입의 경계다. 이번 보고회에는 삼성전자, SK, LG전자, GS, KT,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민관 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야당은 기업 투자가 정부의 정책 성과로 포장되는 구조를 문제 삼고 있다. 대구MBC는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해 국정조사 검토 필요성까지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준비되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고 비판했고,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의 ‘행정 지도’ 표현을 두고 기업에 대한 강요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이 사안이국정조사 프레임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네 번째 쟁점은 실행 능력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구호로는 강하지만, 실행 조건은 까다롭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산업 기반에 전력 6.3GW, 용수 하루 65만톤 이상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에는 전력 15GW, 용수 하루 150만톤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전력 적기 공급, 용수 확보, 전용 전기요금제 신설을 내걸었다. 결국 성패는 발표문이 아니라 송전망, 용수, 인허가, 주민 수용성, 기업 투자 일정에서 갈린다. 반도체는 공장 발표보다 전기와 물이 먼저다. AI 데이터센터도 서버보다 전력이 먼저다. 이 대통령이 말한 ‘속도전’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전력망 공사와 인허가 병목을 뚫을 수 있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다섯 번째 쟁점은 국회다. 여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입법 속도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법사위를 포함해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뒤 먼저 상임위를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의회 독재’로 규정하고 상임위 전면 보이콧으로 맞섰다. 연합인포맥스는 3일 오후 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은 11개 상임위에 대해 사임계를 내고 보이콧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메가프로젝트가 실제로 굴러가려면 세제, 전력망, 인허가, 산업단지, 지방재정, 인력양성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가 멈추면 프로젝트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 쟁점은 민주당 전당대회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오는 6일께 광주 군 공항에서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4일 오후 3시17분 김 전 총리의 출마 선언 장소로 광주 군 공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이곳이 이재명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될 반도체 공장 후보지라고 보도했다. 이 대목은 정치적으로 예민하다. 여당 대표 경선과 국가전략산업 입지가 겹치면 야당은 “국가산업을 당권 경쟁에 이용한다”고 공세를 펼 수 있다. 반대로 김 전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집권여당 리더십을 강조할 수 있다. 산업정책이 여당 권력구도와 맞물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론 흐름은 아직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4%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올랐다. 긍정 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국민의힘 26%였다. 여권 입장에서는 지금이 경제성과 프레임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부정 평가 이유에도 ‘경제·민생·고환율’과 ‘부동산 정책’이 올라 있다. 경제는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이지만, 실패하면 가장 빠르게 역풍이 되는 카드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주말 정국의 본질은 ‘메가프로젝트의 진정성’보다 ‘국가 실행능력의 검증’이다. 대통령은 성과를 말한다. 야당은 정치 계산을 말한다. 여당은 입법 속도전을 준비한다. 국민의힘은 보이콧과 국정조사 가능성을 열어둔다. 김민석 전 총리의 광주 군 공항 출마 선언 검토는 이 사안을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끌고 들어갔다. 산업정책, 지역정치, 국회 대치, 여당 권력투쟁이 한꺼번에 붙었다.

이 대통령에게 3대 메가프로젝트는 단순한 성장정책이 아니다. 지방선거 이후 국정 주도권을 경제성과로 전환하려는 승부수다. 국민의힘에도 이 사안은 단순한 반대 이슈가 아니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야권이 여권을 견제할 수 있는 첫 대형 전선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명확하다. 정부가 실제 입지와 투자 주체, 재원 구조, 인프라 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하느냐다. 숫자가 구체화되면 정책이 된다. 숫자가 흐리면 정치가 된다. 이번 주말 정국은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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