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중앙일보 인수전 막판 등판…이재현의 투자 공식과 다른 세 가지 변수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10-17 00:56:31
예비입찰 불참 뒤 본입찰 직전 선회…새로운 제안 있었나
다우키움의 투자구조·홍정도의 이해관계·티빙 사업 접점 주목
쉬완스·엔데버 인수와 다른 행보…막판 참여 배경에 관심
▲ 이재현 CJ 회장 글로벌 현장경영 [CJ그룹]

 

예비입찰에 불참했던 CJ그룹이 중앙일보 본입찰을 사흘 앞두고 다우키움그룹과 공동 인수를 추진하면서 막판 행보를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재현 회장의 기존 투자 결정 패턴에 비춰 새로운 제안이나 거래조건 변화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다우키움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19일 중앙일보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J는 지난 9월 21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후보들의 실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다우키움과 손을 잡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는 양측의 컨소시엄 논의가 본입찰 직전 급박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왜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던 CJ가 막판에 등장했을까.

이 회장이 이끄는 CJ의 과거 인수합병 사례는 이번 결정을 분석할 단서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 인수를 추진하면서 적자 사업부를 제외하고 기존 주주의 재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조정했다.

2021년 CJ ENM의 미국 엔데버 콘텐트 인수에서도 지분 80%와 경영권을 확보하되 나머지 20%는 기존 주주에게 남기는 구조를 선택했다. 두 거래 모두 미국 식품 유통망과 글로벌 콘텐츠 제작기반 확보라는 사업적 목적이 분명했다.

이는 CJ가 대형 투자에서 사업적 가치뿐 아니라 자금 부담과 지배구조를 함께 고려해 왔음을 보여준다. 물론 과거 사례만으로 이 회장 개인의 의사결정 방식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앙일보 인수 추진은 성격이 다르다. 중앙일보는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기업이며 CJ가 단독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거래도 아니다.

본입찰 직전에 공동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을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다우키움과의 협의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조건이 제시됐을 가능성이다.

다우키움은 예비입찰에 참여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다. 반면 CJ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 단독으로 본입찰에 진입하기 어려웠다.

다우키움에도 공동 투자자를 확보할 유인이 있었다. 신문법 제18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과 계열회사는 일반일간신문 지분을 5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다만 50%까지는 취득할 수 있으므로 법적 제한만으로 공동 인수의 필요성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투자금 분담과 인수 이후 경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단독 인수와 공동 인수는 자금 부담뿐 아니라 경영권 행사 방식에서도 차이가 크다.

CJ가 당초 예비입찰 참여를 검토하다 최종적으로 나서지 않은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우키움과의 협의에서 투자 규모나 경영권 배분에 관한 새로운 조건이 제시됐다면 참여를 재검토할 유인은 충분하다.

쉬완스와 엔데버 콘텐트 인수에서도 투자 범위와 지분 구조를 조정했던 CJ의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검토할 만한 가설이다.

두 번째는 중앙그룹 기존 대주주 측의 우호적인 새 투자자 확보 필요성이다.

중앙일보 지분 64.73%를 보유한 중앙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다. 홍 부회장은 중앙홀딩스 지분 55.8%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생 홍정인 대표와 부친 홍석현 회장이 각각 37.2%, 7%를 갖고 있다.

이번 인수는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거래가 아니다. 증자대금은 중앙일보로 유입되며 중앙홀딩스와 홍석현 일가는 지분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기존 대주주와 새 인수자 사이에는 해결해야 할 이해관계가 남는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일보 제호의 상표권이다.

중앙홀딩스는 2011년 중앙일보로부터 약 66억원에 제호 상표권을 매입했다. 중앙일보는 이후 사용료를 지급해 왔으며 현재 계약은 올해 말 만료된다.

따라서 신규 투자자가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상표권은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중앙홀딩스가 회생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법원의 허가 등 법적 절차도 필요하다.

홍정도 부회장 입장에서는 중앙일보의 정상화뿐 아니라 남아 있는 중앙그룹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인수자를 선호할 여지가 있다.

CJ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중앙일보와 역사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재도 지분 9.2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러한 관계를 고려하면 중앙그룹 측이 CJ의 인수 참여를 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홍정도 부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직접 참여를 요청했거나 양측이 최근 회동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두 그룹이 이미 형성한 콘텐츠사업 관계다.

CJ와 중앙그룹은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실제 자본을 투자한 경험이 있다.

2019년 CJ ENM과 JTBC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1년 JTBC스튜디오가 티빙 지분 16.67%를 확보하면서 협력관계가 자본투자로 확대됐다.

중앙그룹 계열사 SLL중앙은 지난해 말 기준 티빙 지분 12.74%와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면서 지난 6월 해당 지분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콘텐트리중앙은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중앙그룹은 CJ가 주도하는 티빙에서 투자금 회수를 검토하는 한편, CJ는 중앙일보의 신규 투자자로 등장한 셈이다.

두 거래가 연계돼 있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양측이 이미 공동사업과 투자구조 조정을 경험한 만큼 중앙일보 인수에서도 단순한 재무투자 외에 기존 사업관계가 고려됐을 가능성은 있다.

결국 이번 인수전의 핵심은 CJ의 참여 시점이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았던 CJ가 본입찰 직전 참여를 추진했다는 사실은 그 사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볼 이유가 된다.

다우키움이 새로운 투자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 중앙그룹 측이 기존 관계를 가진 투자자의 참여를 희망했을 가능성, 두 그룹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고려됐을 가능성이다.

이 가운데 다우키움과 CJ가 공동 투자로 각자의 부담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입찰 구조로 설명된다. 나머지는 구체적인 접촉이나 거래조건이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오는 19일 본입찰에서 CJ의 실제 참여 여부와 투자 비중, 경영권 배분이 확인되면 이번 거래의 성격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이다.

CJ가 제한적인 지분만 확보한다면 공동 투자자나 우호적 지원자의 성격이 강해진다. 반대로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면 장기적인 미디어사업 전략까지 고려한 결정일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이재현 회장이 대형 인수합병에서 보여준 사업 목적과 투자구조에 대한 고려를 감안하면 이번 막판 참여 역시 단순한 변심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CJ의 인수 참여를 처음부터 예정된 전략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 본입찰 직전 어떤 새로운 조건이 형성됐고 그 조건이 CJ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이번 인수전의 성격을 가를 핵심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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