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모펀드 문턱 낮춘다…검증된 운용사 묶어 ‘멀티엔진’ 승부

증권·자본시장 / 위아람 기자 / 2026-07-23 14:08:16
국내외 롱숏·멀티전략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
설정 후 6개월 단독 판매…4000억원 도달 시 소프트클로징
▲삼성증권이 '다올 멀티 엔진 컬렉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단독 판매한다[삼성증권]

 

삼성증권이 고액 자산가 중심이던 사모펀드 투자 기회를 일반 투자자에게 넓힌다. 여러 사모펀드를 하나의 공모펀드에 담아 최소 가입금액 부담을 낮추고, 시장 상황별로 서로 다른 운용 전략을 배치해 수익률과 변동성을 함께 관리하는 방식이다.

2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다올 멀티 엔진 컬렉션 혼합자산투자신탁[사모투자재간접형]’을 단독 판매한다. 설정일로부터 6개월 동안 삼성증권에서만 가입할 수 있으며, 펀드 설정액이 4000억원에 도달하면 신규 자금 유입을 제한하는 소프트클로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상품의 핵심은 사모펀드의 투자 전략을 공모펀드 안에 묶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는 시장 방향에 따른 단순 매수 전략뿐 아니라 롱숏, 헤지, 이벤트드리븐, 멀티전략 등 다양한 운용 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시장이 오를 때뿐 아니라 횡보하거나 하락할 때도 수익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통상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높고 투자자 수가 제한돼 일반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운용사별 전략과 성과, 위험도를 직접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증권이 판매하는 이번 상품은 공모 재간접펀드가 여러 사모펀드에 대신 투자하는 구조를 통해 이 같은 진입 장벽을 낮췄다.

투자자는 하나의 공모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복수의 사모펀드 운용 전략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특정 운용사나 하나의 전략에 집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위험을 줄이고,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전략을 조합해 수익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펀드 이름에 붙은 ‘멀티 엔진’도 이 같은 구조를 반영한다. 상품은 역할이 다른 네 개의 전략군을 엔진처럼 배치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각 엔진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익과 위험 관리에 기여하도록 설계됐다.

가장 큰 축은 하방 방어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CORE 엔진’이다.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과 라이프자산운용, 씨스퀘어자산운용이 편입된다. 국내 주식 매수를 기본으로 하되 헤지 전략을 활용하거나 시장 환경에 따라 투자 스타일을 조정해 변동성을 낮추는 역할을 맡는다.

‘CORE+ 엔진’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구도자산운용과 머스트자산운용이 담당한다. 기업의 내재가치나 시장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투자 기회를 발굴해 기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높이는 역할이다.

‘SECTOR 엔진’은 특정 산업과 성장 테마에 투자해 초과수익 기회를 찾는다. 다올자산운용이 운용을 맡는다. 인공지능과 반도체, 바이오 등 특정 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는 국면에서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 ‘BUFFER 엔진’은 유동성 관리 역할을 한다. 환매와 추가 투자에 대비한 자금을 관리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포트폴리오의 충격을 완화한다. 이 역시 다올자산운용이 담당한다.

편입 펀드를 고를 때 단순히 과거 수익률만 평가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변동성과 최대낙폭(MDD), 손실 이후 회복 속도, 다른 펀드와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높은 수익률을 냈더라도 손실 폭이 지나치게 크거나 다른 펀드와 투자 전략이 겹치면 편입 우선순위가 낮아질 수 있다.

성과보수 처리 방식도 기존 재간접펀드의 불투명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편입 사모펀드에서 발생하는 성과보수가 공모펀드 기준가격에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투자자가 실제 비용을 포함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상품은 증권사 자산관리 경쟁이 단순한 금융상품 판매에서 우수 운용사를 발굴하고 조합하는 ‘상품 큐레이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사모 운용사를 선별해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제공하고, 판매사는 이를 고액 자산가와 일반 투자자 사이의 중간 상품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삼성증권 입장에서는 사모펀드 투자 수요가 높은 고액 자산가 고객을 붙잡는 동시에 공모펀드 고객층까지 넓힐 수 있다. 설정 이후 6개월간 단독 판매권을 확보한 만큼 초기 자금 유입과 상품 흥행 여부도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재간접펀드라고 해서 손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편입된 사모펀드의 전략이 예상과 다르게 작동하거나 시장 급변으로 운용사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면 여러 전략에서 동시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공모펀드의 운용보수에 편입 사모펀드의 보수와 성과보수가 더해지는 만큼 총비용도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는 편입 운용사의 과거 성과뿐 아니라 전체 보수 구조와 환매 조건, 전략별 투자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한다. 소프트클로징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운용 효율을 유지하려는 장치인 동시에 펀드가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추가 가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우수 사모펀드를 하나의 공모펀드로 묶어 고객이 소액으로도 분산된 알파를 추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상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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