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앞으로 대중화 추세 이어질 것‥유언대용신탁 활성화 필요 강조”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찰스 디킨스의 명작소설 ‘위대한 유산’에서처럼 재벌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상속 및 증여 형식의 자산관리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고령화 시대·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가 함께 맞물리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대중들이 늘어나면서 일반고객 중심의 ‘가족배려형’신탁설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신탁이란 고객이 신뢰할 만한 개인이나 기관(수탁자)에 재산권을 이전·처분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탁자는 운용지시에 따라 수익을 내거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한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가족과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인생종합 솔루션 은행 신탁상품들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생활형, 대중형 신탁 상품에도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신탁의 ‘대중화’는 노후 및 건강관리와 연관된 치매 대비 자산관리부터 상속·증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2019년 5월 출시한 ‘KB위대한유산 신탁’이 인기다. 이 신탁상품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실물을 상속·증여할 수 있다.
매월 소액 적립해 살아 생전 노년기를 안정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또는 부모 사후 또는 생전에 자녀의 안정된 생활 지원을 위해 상속증여도 된다. 가입 금액은 매월 30만원 이상으로 위탁자가 입금한 금액만큼 은행이 금을 매수한다.
가입 기간은 1년 이상이며 연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상속·증여 시에는 금 실물과 현금 지급 중 선택할 수 있다. 상속의 경우 상속 당시 운용자산 그대로 승계도 가능하다. 고객이 금 실물을 선택하는 때에는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증하는 순도 99.999% 골드바를 제공한다.
이 외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자산관리, 생활, 상속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KB내생애(愛)신탁’도 출시했다. 이 상품은 평소에 투자를 통해 자산 운용이 가능하고, 건강 악화시 의료비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사후에는 상속이나 기부 등 자산의 처리에 대한 설계도 가능하다. 특히 고객들의 의료 편의를 위해 ‘행복건강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전문가의 자산관리 및 상속·증여 컨설팅서비스와 성년후견제도지원 등 부가서비스도 제공도 가능하다.
KEB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및 치매안심신탁, 양육비지원신탁, 상조신탁 등 자산관리부터 안전한 노후관리와 상속설계에 이르는 광범위한 신탁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보급형 상속신탁상품 형태를 지닌 ‘가족배려신탁’의 경우 본인 사망 시 가족들이 부담없이 장례, 세금, 채무상환 등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족배려신탁은 계좌당 1만원에서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월납형은 최저 1만원부터 가능하다.
본인 사망 시 장례비용을 포함한 금전재산을 은행에 신탁하고, 귀속 권리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별도의 유산분할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귀속 권리자에게 신탁된 금전 재산을 지급한다.
하나은행의 ‘치매 안심 신탁’도 수요가 크다. 지난 3월 생활관리형 신탁에 자산 운용 기능을 추가한 ‘100년 운용 치매 대비 신탁’은 치매, 질병 등으로 자금 관리가 필요한 때에는 상황에 맞게 케어가 가능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노후 케어는 물론 상속 기능, 생활비 지급, 안심지급 기능 등 종합생활관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하나의 신탁계좌로 정기예금부터 투자상품까지 다양한 운용자산을 한 계좌로 운영하는 통합자산관리가 큰 장점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3일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을 새롭게 출시했다.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은 고객(위탁자)이 상조회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해 은행에 금전을 신탁하고 본인 사망 시에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신탁 상품이다.
가입자가 납입한 금전으로 상조서비스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유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상조서비스를 위한 금전을 은행에 맡기기 때문에 상조회사의 휴·폐업 및 계약 미이행 위험 등과 관계없이 고객의 납입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또한 우량 상조회사인 교원라이프, SJ산림조합상조 등의 신한은행 전용 상조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가입자 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상(喪)에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 19세 이상의 개인 고객이면 최소 400만원부터 최고 5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 사망 전 언제든지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다. 가입자 사망 후 상조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잔여 재산은 상속 절차에 따라 반환한다. 상조서비스 이용 후에도 잔여재산은 상속 절차에 따라 반환한다.
우리은행은 고객재산을 사전에 지정된 상속자에게 안전하게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플러스 우리안심신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안심신탁은 생전에 고객이 직접 재산을 통제할 수 있어 효율적인 재산관리가 가능하고, 고객 의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상속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급속해진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은행들의 이러한 노후설계형식의 신탁상품들이 대중화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앞으로는 팬데믹 시대에 더 다양해진 가족과 연계된 신탁상품들이 고객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존 은행권이 접근하지 않았던 신탁시장에 다양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는 모습은 신탁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은행 신탁상품이 질 좋은 성장을 위해서는 유언대용신탁의 상속플랜 상품들도 많이 출시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유언대용신탁은 초고령화 시대에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자산관리형의 신탁상품이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홍보 부족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며 “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세제 개편이 돼야 활성화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언대어용신탁상품은 세무, 회계, 법률,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고객은 상당한 수준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세제 지원이 없이는 현재로선 활성화되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인 고객이 생전에 은행, 증권사 등 수탁자와 신탁 계약을 맺고 금전, 부동산 등의 소유권을 이전한 뒤 생전·사후 관리와 배분을 맡기는 신탁이다.
생전에는 고객 본인이 운용수익을 받다가 사망 이후 미리 정해놓은 비율과 방식에 따라 물려주는 형태다. 유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기에 이러한 명칭이 붙었다.
이와 관련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앞서 지난 3월 급격한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노후대비가 부족한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유언대용신탁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서 연구위원은 “유언대용신탁 계약 시 고객이 운용방식과 수익을 설정하므로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령화 대비 필수 신탁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세제개편 ▲신탁업자 의결권 제한 규제 완화 ▲부동산 등기사항 열림 및 증명 관련 규정 손질 ▲재신탁과 합동운용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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