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반도체 상반기 수출 272.6조…대만도 반도체·연관제품이 수출 70% 넘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올해 상반기 받은 보수는 23억9300만원이다. 일반 직장인의 소득과 비교하면 큰돈이다. 더러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 시장으로 비교 대상을 넓히면 판단은 단순하지 않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의 웨이저자(C.C. Wei)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가장 최근 공개한 연간 보수는 약 1072억원이다. 한국과 대만 모두 반도체가 국가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산업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CEO 보수의 적정성은 액수 하나가 아니라 기업 성과와 책임, 글로벌 인재시장의 가격을 함께 놓고 따져야 한다.
토요경제는 2026년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 CEO의 보수를 출발점으로 해외 경쟁사의 최근 공개 보수와 비교했다. 회사 매출·이익과 보상 구조를 함께 살폈으며, 해외 기업은 반기 개인 보수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최근 연간 보수를 참고치로 활용했다. 오너의 배당·주식 평가이익과 시가총액은 비교에서 제외했고 외화는 2026년 8월14일 환율을 적용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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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올해 상반기 받은 보수는 23억9300만원이다. [삼성전자] |
14일 공개된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상반기에 급여 9억7800만원, 상여 5억5900만원, 주식기준보상 7억8100만원, 기타 근로소득 7500만원 등 모두 23억93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억9000만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6개월치 ‘월급’으로 봐서는 안 된다. 7억8100만원의 주식기준보상은 2024년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이연해 올해 지급한 금액이다. 올해 상반기에 잡힌 보수 안에 과거 실적의 대가가 섞여 있다는 뜻이다.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오히려 74억4500만원으로 더 크다. 급여는 8억9200만원, 상여는 3억2800만원이고 주식기준보상이 61억7200만원에 달한다. 역시 2024년 성과에 따른 OPI를 주식으로 이연해 받은 금액이다. ‘삼성전자 사장이 반년 동안 월급 74억원을 받았다’고 표현하면 실제 보상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
TSMC CEO 1072억원…하지만 기간부터 달라
직접 경쟁 상대인 TSMC는 한국 기업처럼 올해 상반기 CEO 개인의 누적 보수를 따로 공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 부회장의 올해 상반기 23억9300만원과 웨이저자 회장의 1072억원을 그대로 나눠 ‘45배 차이’라고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
웨이저자 회장의 1072억원은 2025년 전체에 대한 보수다. 비교 가능한 가장 최근 확정치라는 의미다. 지난해 TSMC가 매출과 이익에서 사상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면서 웨이저자 회장의 보수도 크게 늘었다. TSMC의 2025년 매출은 8월14일 환율로 약 168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5조6000억원, 지배주주 순이익은 약 76조원이다.
1072억원의 상당 부분은 고정급이 아니라 성과보상과 이익배분이다. 웨이저자 회장의 연간 고정급은 원화로 약 7억6000만원 수준이고, 성과에 연동된 보너스와 수당이 약 866억원, 이익배분금이 약 198억원으로 전체 보수 대부분을 차지했다.
역설적으로 고정급만 보면 삼성 경영진보다 많지 않다. TSMC는 큰 기본급을 지급하기보다 기업 실적과 이익이 늘었을 때 경영진 보수도 크게 늘어나는 구조를 택한 셈이다.
이는 CEO 보수 논쟁에서 중요한 차이다. 1000억원을 받았다는 숫자 자체보다 그 가운데 얼마가 고정적으로 보장됐고, 얼마가 실제 성과 때문에 늘어난 돈인지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실적, 삼성도 TSMC도 사상급
현재의 경영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같은 올해 상반기 실적끼리 비교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매출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2000억원으로 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상반기 합계 매출은 209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42조9000억원이다.
TSMC도 기록적인 반년을 보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월14일 환율로 약 106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63조원, 순이익은 약 56조6000억원이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률이 60.3%, 순이익률은 55.6%에 달했다.
겉으로 보면 삼성 DS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TSMC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삼성 DS에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가 모두 들어 있다. TSMC는 고객이 설계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다. TSMC는 자체 브랜드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아 삼성 파운드리와 TSMC의 수익성을 정확히 일대일로 비교할 수도 없다.
따라서 상반기 실적은 ‘누가 더 잘했다’는 순위를 매기기보다 두 경영자가 책임지는 사업의 규모와 복잡성을 확인하는 자료로 보는 것이 맞다.
삼성만 국가경제 핵심 아냐…TSMC도 대만 경제 중심
CEO의 책임을 국가경제와 연결할 때도 한국 쪽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 전체 수출은 8월14일 환율로 약 703조6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약 272조6000억원이다. 전체 수출의 38.7%다. 지난해 연간 반도체 수출액을 올해는 불과 6개월 만에 넘어섰다.
한국 수출 10원 가운데 거의 4원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투자 판단이 기업 내부의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대만은 반도체 의존도가 한국보다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대만 통계당국(DGBAS)은 반도체와 관련 제품이 대만 전체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AI 반도체 수요 증가가 대만의 수출과 제조업 생산, 설비투자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날인 14일 대만 통계당국이 발표한 최신 GDP 자료도 이를 보여준다. 대만의 올해 2분기 실질 GDP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93% 성장했다. 제조업 생산은 18.27% 증가했는데 통계당국은 반도체와 컴퓨터·전자·광학제품 생산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대만 정부는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를 11.05%까지 높였다.
TSMC는 이런 대만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TSMC의 매출은 원화 약 168조5000억원, 순이익은 약 76조원이었다. 올해 2분기에는 분기 순이익만 약 3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해야 한다. TSMC 매출 168조5000억원을 대만 GDP와 나눠 ‘TSMC가 대만 GDP의 몇 %를 차지한다’고 표현하면 정확하지 않다.
매출은 원재료와 중간재 등 기업이 판매한 총액이고 GDP는 생산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합산한다. 삼성전자 매출을 한국 GDP와 직접 비교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양국에서 개별기업의 ‘GDP 비중’을 억지로 계산하기보다 한국에서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38.7%, 대만에서는 반도체와 관련 제품이 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산업 차원의 지표를 보는 편이 정확하다. 삼성과 TSMC 모두 각자의 국가에서 단순한 대기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한 번의 판단이 수십조원을 움직이는 산업
반도체 CEO의 보수를 다른 업종과 같은 기준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사업 구조에 있다.
최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를 결정하면 수십조원이 움직인다. 투자 시기를 잘못 판단하면 호황기에 생산할 물량이 없고, 과잉투자를 하면 업황이 꺾였을 때 막대한 고정비를 떠안는다. 공정 개발이 늦으면 고객은 경쟁사로 이동한다.
TSMC의 올해 2분기 웨이퍼 매출 가운데 2나노는 이미 3%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3나노가 30%, 5나노 33%, 7나노가 11%였다. 7나노 이하 첨단공정 비중만 77%다.
삼성전자도 HBM4 공급을 확대하고 HBM4E 샘플을 내놓았으며 파운드리는 HBM 베이스다이와 미주 고객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올해 2분기 연구개발비로만 16조원을 투입했다.
최고경영자는 이런 기술과 투자의 방향을 결정한다. 어떤 공정에 얼마를 투자할지, 어떤 고객과 장기계약을 맺을지, 생산능력을 얼마나 늘릴지에 따라 몇 년 뒤 수익성이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경영자의 시장가격 역시 국내 평균 근로자 임금만으로 결정하기 어렵다. 반도체 공정과 기술, 글로벌 고객, 수십조원대 투자를 함께 다뤄본 경영자는 공급이 제한돼 있다. TSMC·삼성전자·마이크론 등 세계 기업이 같은 인재시장 안에서 경영자와 핵심 기술자를 확보한다.
'글로벌 인재'가 고액보수 면허는 아냐
여기서 반대편도 봐야 한다.
글로벌 인재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보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경쟁사보다 많은 돈을 받는데 시장점유율과 기술력,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보상체계를 다시 따져야 한다.
업황이 좋아 반도체 가격 자체가 오른 것을 모두 경영자 개인의 성과로 돌리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경영자의 실력과 산업 전체의 호황을 얼마나 구분해 성과급에 반영했는지가 중요하다.
직원에게 적정한 성과가 돌아갔는지도 기준이다. 삼성전자 직원의 올해 상반기 1인 평균 급여는 6300만원이다. 전 부회장의 보수는 직원 평균의 약 38배, 노 사장은 약 118배다. 직원이 이런 격차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TSMC도 같은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웨이저자 회장은 지난 6월 직원 이익분배금이 2023년에서 2024년, 다시 2024년에서 2025년 각각 약 30% 늘었으며 올해도 다시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경영진에게만 성과가 집중되고 직원 임금이나 주주환원, 연구개발 투자는 제자리라면 고액 보상의 명분은 약해진다. 환경 문제와 산업재해, 협력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이익을 늘린 경우에도 재무적 성과만으로 높은 보수를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간 이익을 확대해 직원과 주주에게 성과를 나누면서 핵심 경영자에게 국제시장 수준의 보상을 한다면 같은 숫자도 의미가 달라진다.
23억원도 비쌀 수 있고 100억원도 쌀 수도
따라서 이번 삼성전자 보수 공시에서 핵심 질문은 전영현 부회장이 상반기 23억93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전 부회장이 책임지는 삼성 DS는 상반기에 매출 209조2000억원, 영업이익 14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접 경쟁하는 TSMC도 매출 약 106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약 63조원을 냈다. 두 회사 모두 각국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TSMC의 최고경영자는 최근 연간 기준 1000억원을 넘는 보수를 받았다.
이 숫자가 삼성 경영진의 보수를 올려야 한다는 근거는 아니다. 삼성 반도체가 기술과 시장점유율에서 경쟁사에 밀린다면 23억원도 비쌀 수 있다.
반대로 수십조원의 추가 이익을 만들 수 있는 세계 정상급 경영자나 기술자를 확보할 수 있는데 국내 정서만 의식해 경쟁기업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고집한다면 100억원도 반드시 비싸다고 말할 수 없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경영자의 이해관계와 주주의 이해관계를 성과보상을 통해 일치시키는 '대리인 문제'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보수를 많이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회사가 잘될 때 경영자도 많이 받고 실패하면 보상 역시 줄어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김재훈 경제학 박사는 15일 토요경제신문사에 "국민 입장에서 대기업 경영자가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받는 데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 검증된 경영자와 핵심 기술 전문가는 희소한 인적자원이다. 능력과 성과에 맞는 보상을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경쟁사가 더 높은 보수를 제시하는데도 국내 정서만 의식해 보상을 묶었다가 핵심 인재를 빼앗기고 기업 경쟁력까지 흔들린다면 그 비용은 몇십억원의 연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 보상에는 반드시 성과라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직원과 주주에게 성과를 나누지 않고 경영진만 보수를 늘리거나 실적과 무관하게 보상이 올라간다면 그것 역시 시장원리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CEO 보수는 액수보다 그 사람이 만들어낸 가치와 국제시장에서 그 인재를 대체하는 데 필요한 가격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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