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SKT·KT '모두의 AI' 격돌…네이버 불참이 던진 질문

IT·플랫폼 / 임종호 기자 / 2026-08-19 17:54:26
정부 GPU 512장 지원·2~3곳 선정…통신·플랫폼·금융·의료 대형 연합전
네이버는 공모 불참, 자체 AI 생태계 선택…국민 접점·데이터 확보 경쟁 본격화
지원 이후 무료 서비스 지속성·개인정보 활용 기준은 과제로
▲ Ai 생성이미지 [토요경제]

 

정부가 전 국민이 무료로 쓰는 인공지능(AI) 서비스 구축에 나서면서 국내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드느냐'에서 '누가 국민의 일상과 AI를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금융·의료·쇼핑·교육 기업까지 끌어모아 대형 연합을 꾸린 반면 네이버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민 AI'와 이미 이용자를 확보한 민간 AI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한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 이른바 '모두의 AI' 공모에는 SK텔레콤·KT·카카오·이스트소프트·엠케이디·제논 등 6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냈다. 정부는 서면·발표 평가를 거쳐 이달 말 2~3곳을 선정할 계획이다. 9월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내놓는 것이 목표다.

이 사업을 단순한 정부 AI 지원사업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친다. 정부가 이번에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AI 모델 개발이 아니다. 과기정통부도 "모델 개발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 개발 사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만들어진 국산 AI 모델을 국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의 AI 정책이 기술 확보에서 서비스 보급으로 한 단계 넘어간 것이다.

정부가 내건 조건도 파격적이다. 국민은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공공서비스를 찾아 신청하고, 장기적으로 예약·결제까지 대신하는 AI 에이전트로 키운다. 정부는 2027년 이후 '1인 1 AI 에이전트'까지 구상하고 있다. 올해 선정 기업에는 정부가 확보한 엔비디아 B200 GPU 512장을 나눠 지원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만든 컨소시엄을 보면 향후 AI 서비스의 경쟁 구도가 읽힌다.

SK텔레콤(대표이사 정재헌)은 19개 기관과 손잡았다. 라이너·엘리스그룹 등 AI 기업뿐 아니라 SK브로드밴드·티맵모빌리티, 신한카드·하나카드 등이 참여했다. 자체 모델 'A.X K2'와 AI 서비스 '에이닷'을 중심에 놓고 검색·통신·교통·금융 등을 하나의 에이전트로 연결하는 구도다. 정부 사업 이전부터 AI 모델과 데이터센터, 서비스까지 직접 보유하는 '풀스택 AI'를 추진해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KT(대표이사 박윤영)는 조금 다른 방식을 택했다. 다음·무신사·직방·EBS·BC카드 등 서비스 기업과 업스테이지·모티프테크놀로지스·NC AI 등 모델 기업, 리벨리온 등 AI 인프라 기업을 한데 묶었다. 특정 모델 하나에 승부를 거는 것보다 검색·쇼핑·주거·교육·금융을 각각 강한 사업자와 연결하는 연합형 구조다. 정부가 원하는 AI가 단순 챗봇이 아니라 실제 생활 서비스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라는 점을 겨냥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대표이사 정신아)는 LG와 손잡았다. 카카오를 주관사로 LG유플러스·LG AI연구원·LG CNS·LG전자에 루닛·서울대병원·신한은행·퓨리오사AI 등이 참여했다.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접점에 카카오의 '카나나', LG의 AI 모델과 통신·클라우드·디바이스 역량, 의료·금융 서비스를 붙이는 구조다. 모델 자체보다 이용자가 매일 쓰는 플랫폼에서 AI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실행시킬 수 있느냐를 앞세운 진영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 컨소시엄의 경계가 기존 산업의 경계와 다르다는 점이다. 통신사는 카드·검색·교통·교육을 끌어들이고, 플랫폼 기업은 통신·병원·금융회사와 손잡았다. AI 에이전트가 검색에서 끝나지 않고 예약과 신청, 결제까지 수행한다면 경쟁 상대도 더 이상 같은 업종 회사에 머물지 않는다. 국민의 첫 번째 AI 창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통신·플랫폼·금융·유통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에서 경쟁하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네이버(대표이사 최수연)의 불참이 눈에 띈다.

네이버는 공모 참여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회사는 "이미 추진 중인 다른 AI 사업에 역량을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뿐 아니라 자체 서비스에서 이미 AI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에이전틱 검색 서비스 'AI탭' 이용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부동산·웨일·건강 등으로 AI 에이전트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인프라에서도 정부 지원과 별개의 길을 가고 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상반기 55MW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나눠주는 GPU와 국민 AI 사업을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기보다 자체 검색·커머스·결제 생태계와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모두의 AI' 사업을 평가할 때 중요한 대목이다. 정부 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국내 AI 경쟁의 승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버처럼 이미 수천만 이용자와 검색·쇼핑·결제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정부 사업 밖에서도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반대로 통신사나 카카오는 정부 사업을 계기로 기존 통신 가입자와 메신저 이용자를 검색·금융·공공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AI 이용자로 전환할 기회를 얻는다.

정부가 2~3곳을 선정한다는 점도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선정 기업에는 단순히 GPU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 대상 무료 서비스를 운영할 기회가 생기면서 대규모 이용 경험과 데이터가 쌓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기업들이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되는 이용자 프롬프트 데이터 등을 활용해 자체 수익모델도 개발하도록 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사업자 선정이 초기 AI 서비스 시장의 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정부가 그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먼저 돈이다. 올해 GPU 512장 지원은 확정됐지만 내년 이후 전 국민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예산 규모와 지원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2027년 이후 운영비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지난달 업무보고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예산과 방식에 대해 "재정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무료 서비스가 장기간 유지되려면 정부 재정이나 기업의 자체 수익모델 가운데 어느 한쪽은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 문제도 남는다. AI 에이전트가 공공서비스 신청에서 금융·의료·예약·결제로 영역을 넓히면 이용자가 AI에 입력하는 정보의 민감도도 높아진다. 정부가 국민에게 무료 AI를 제공하는 것만큼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컨소시엄 안에서 어디까지 공유하며, 이를 수익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중요해진다. 국민 AI가 커질수록 편의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검증해야 한다.

이번 공모의 진짜 승부는 이달 말 사업자 선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512장의 GPU를 누가 가져가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지원이 끝난 뒤에도 국민이 계속 찾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느냐다.

SK텔레콤은 통신과 AI 인프라, KT는 다수의 AI·생활서비스 연합,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LG 생태계를 내걸었다. 네이버는 그 경쟁판 밖에서 자체 AI 검색과 인프라에 승부를 걸었다.

정부가 AI의 출발선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첫 번째 AI'가 어느 회사 것이 될지는 결국 서비스가 결정한다. '모두의 AI'는 국가대표 모델을 뽑는 또 하나의 선발전이 아니라, 한국 AI가 연구실을 나와 실제 생활의 입구를 차지하기 시작하는 첫 경쟁에 가깝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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