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3세 승계 다음 쟁점은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7-31 08:37:54
8월25일 두 상장법인 가치 따로 평가…김승연 12.04%·한화에너지 FI 20%·형제 지분 정렬의 기준점
▲ 김동원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김동선 사장 (왼쪽부터) [한화그룹]

 

한화그룹 3세 승계는 향후 인사의 단계에서 자본시장의 단계로 넘어간다. 김동관 부회장의 수석부회장 승진으로 후계 서열이 정리됐고, ㈜한화 인적분할로 삼형제의 사업 영역도 한층 선명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직함이 아니라 가격이다. 오는 25일 존속 ㈜한화와 신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 각각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향후 지분 이전과 형제간 지분 정리, 세금 부담을 가늠할 두 회사의 가격표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30일 김동관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을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인사는 8월1일부터 적용된다. 같은 날 ㈜한화는 방산·조선·에너지·금융을 보유한 존속법인과 기계·로봇·반도체 장비·유통·호텔을 거느린 신설법인으로 나뉜다. 주식 거래는 지난 30일부터 중단됐으며 변경상장과 재상장은 8월25일로 예정돼 있다.

인적분할은 지분 분리가 아냐

이번 인적분할 비율은 존속법인 0.7563533, 신설법인 0.2436467이다. 이는 두 회사에 배분되는 순자산의 비율이지 삼형제가 나눠 가질 소유권 비율이 아니다. 기존 주주는 원칙적으로 두 회사의 주식을 종전 보유 비율대로 받는다. 분할 직후에는 김동관 수석부회장뿐 아니라 김승연 회장과 김동원 부회장, 김동선 사장, 한화에너지가 두 회사의 공동 주주로 남는 구조다.

현재 ㈜한화 보통주 지분은 한화에너지 23.55%, 김승연 회장 12.04%, 김동관 수석부회장 10.38%,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이 각각 5.71%, 북일학원이 1.94%다. 임원 보유분까지 합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직접 주식은 약 59.4%다. 인적분할 이후에도 이 지배력은 두 회사에 대체로 이어진다. 당장 경영권이 흔들리는 구조가 아니라, 안정된 공동지배 지분을 앞으로 어떻게 정렬하느냐가 핵심인 셈이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직접 지분은 10.38%다. 여기에 김 수석부회장이 50%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23.55%를 지분가치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경제적 이해관계는 약 22.16%가 된다. 다만 한화에너지 보유 주식은 법인이 행사하는 의결권이어서 김 수석부회장의 직접 지분과 같지는 않다. 최종 승계를 판단할 때 직접 소유와 법인을 통한 간접 지배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한 그룹으로 남을지, 형제별로 나눌지

분할 이후 한화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정점으로 삼형제가 각 사업을 책임지는 단일 그룹 체제를 유지한다면 형제간 대규모 지분 교환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이 경우 최종 승계 절차는 김승연 회장이 남겨 둔 ㈜한화 지분 12.04%의 이전 방식과 이에 따른 세금 재원, 한화에너지 재무적투자자(FI) 지분 20%의 처리로 압축된다.

한화에너지 지분은 현재 김동관 수석부회장 50%, 김동원 부회장 약 20%, 김동선 사장 10%, FI 약 20%로 구성돼 있다. 김동원 부회장과 김동선 사장은 지난해 말 각각 약 5%와 15%를 FI에 총 1조1000억원가량에 매각했다. 거래가격을 단순 환산하면 당시 한화에너지의 전체 지분가치는 약 5조5000억원이다. FI의 투자 회수 방식과 시점은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뿐 아니라 ㈜한화 지배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LG그룹의 승계가 이 경로와 가깝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기존에 보유하던 ㈜LG 지분 6.24%에 고 구본무 회장의 지분 약 8.8%를 상속받아 지분율을 15%로 높였다. 오너 일가는 9215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고 연부연납을 이용해 세금을 나눠 냈다. 지주회사 지분을 직접 이전하고 세금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소유권 승계를 마무리한 것이다.

반대로 삼형제가 각 사업군을 독립적으로 소유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재상장 이후 지분 교환이나 블록딜이 필요해진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신설법인 주식을 넘기고 김동선 사장이 존속 ㈜한화 주식을 넘기는 방식 등이 가능하다. 이때 두 회사의 상대적인 시가총액이 교환할 주식 수와 필요한 현금 규모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효성그룹은 2024년 인적분할 이후 이 절차를 밟았다. 조현준 회장이 HS효성 주식을 전량 매각해 지분율을 0%로 낮추고, 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 지분을 55.08%까지 높였다. 반대로 ㈜효성에서는 조현준 회장이 41.02%, 조현상 부회장이 14.06%를 보유하는 구조로 정리했다. 먼저 회사를 나누고 상장 후 형제간 주식 거래로 소유권을 사업 영역에 맞춘 사례다.

다만 법적인 계열분리까지 추진하려면 지분 정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친족독립경영 인정 기준상 동일인 측이 독립경영 친족의 상장사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하고, 독립경영 친족 측도 동일인 측 상장사 지분을 3%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임원 겸임과 채무보증, 자금 대차도 없어야 한다. 현재처럼 가족과 한화에너지가 두 회사 주식을 함께 갖는 구조는 사업 분할이지 법적인 계열분리는 아니다.

금융은 별도의 선택지

김동원 부회장이 맡는 금융부문은 구조가 더 복잡하다. 한화생명 지분은 존속 ㈜한화가 43.24% 보유한 반면 김 부회장의 직접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단일 그룹 체제가 유지된다면 김 부회장은 금융부문 책임경영자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금융부문까지 독립 소유하는 구조를 택한다면 ㈜한화가 가진 한화생명 지분을 별도로 이전하거나 금융 지배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한화는 지난 1월 인적분할 발표 당시 금융부문의 추가 분할이나 최대주주 간 지분 교환, 추가 계열분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형제간 지분 교환이나 금융 독립은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분할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이번 분할의 의미도 삼형제 계열분리의 확정이라기보다 두 사업군에 각각 시장가격을 부여해 향후 선택지를 넓혔다는 데 있다.

8월25일 이후 승계 비용 드러나

두 회사의 시장가치가 어떻게 갈릴지도 중요하다. 존속법인은 방산과 조선의 호황을 등에 업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2분기 매출 5조4432억원, 영업이익 73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65%, 영업이익은 98% 늘었다.

신설법인은 로봇·반도체 장비의 성장 가능성을 보유했지만 유통·호텔 부문의 투자 부담도 함께 안고 있다. 신설법인 산하로 들어갈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난해 말 연결 총차입금은 1조4860억원으로 1년 전 3561억원보다 1조1299억원 증가했다. 아워홈과 급식사업 인수에 투입된 자금이 차입금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

존속법인의 방산·조선 실적과 신설법인의 성장성·차입 부담이 각각 주가에 반영되면 분할비율 75.64대 24.36과는 다른 시장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 이후 지분을 교환하거나 증여·상속할 경우 이 시장가치는 거래 비용과 세 부담을 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분할 이후 지분 정리를 서두르느냐, 각 회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뒤 추진하느냐에 따라서도 삼형제가 부담할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은 1952년 2월생으로 만 74세다. 남은 지분 12.04%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길지, 세금 재원은 배당과 주식 매각 가운데 무엇으로 마련할지, 한화에너지 FI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는 더 이상 먼 장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승진으로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최종 후계자라는 방향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한화 승계의 다음 단계는 후계자를 다시 정하는 일이 아니다. 8월25일부터 형성될 두 상장법인의 가격을 기준으로 김승연 회장의 잔여 지분, 한화에너지 FI 지분, 삼형제의 교차지분과 금융부문 소유구조를 맞추는 일이다.

이제 한화 승계의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재상장 뒤 형성될 두 회사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김승연 회장의 잔여 지분과 삼형제의 교차지분, 한화에너지 FI 지분을 어떻게 정리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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