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새 정부들어 검사수요 높은 것부터 처리하다보니 제도 필요성 떨어진 것일 뿐” 입장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3년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한 ‘국민검사청구제도’가 8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실효성 있게 피해구제를 한 적이 없어 유명무실한 제도로 지적받고 있다.
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해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불완전 판매로 인해 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지만, 국민검사청구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실상 제대로 처리한 건수가 없어 존폐위기에 놓였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2년간 청구건수, 처리건수 모두 합해도 3건에 불과한데다 금융업계에선 ‘무용론’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검사청구제도 실적은 2013년 5월 도입 후 신청 3건 처리 1건에 불과하다. 그 이후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신청된 건 조차 하나도 없었다.
국민검사청구제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2013년 취임한 후 5월 도입됐다. 금융회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로 청구인의 이익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큰 사항에 대해 200명 이상의 신청이 있다면 검사청구가 가능한 제도다.
예를 들어, 19세 이상 200명 이상이 금융회사의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 검사를 청구할 경우에 금융감독원이 심의를 거쳐 심사한다.
청구인들 중 3인 이내의 대표자를 선정하면 대표자들은 ▲검사 청구관련 서류보완 ▲추가자료 제출 및 처리진행경과 ▲처리결과 접수 등의 업무에 참여하게 된다.
금융사의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 처리로 소비자 이익이 침해당하거나 우려가 되는 사항이 검사 청구 대상이다.
그러나 재판, 수사 등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항, 금감원에서 검사했거나 검사 중인 사항, 금융사의 업무 처리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난 사항은 제외된다. 사회적 이슈도 검사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한 금융사의 영업 행위에 지장을 줄 목적으로 청구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신청이 기각된다.
다만, 이미 검사한 사항이라도 중요 사항이 나와 재검사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검사 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소비자가 금융사로부터 권익을 침해당했다고 판단하면 금융감독원에 직접 검사를 요청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현행 국민검사청구제도는 금융사의 위법 사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행정 편의적이고, 실제 피해자 구제라는 측면은 상당히 도외시됐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실효성 논란에 부추기는 사례로 금융감독원이 2018년 요양병원 입원비를 둘러싼 암 보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검사청구에 기각결정을 내리면서 제도 실효성이 도마위에 오르는 일이 있었다.
이때 금감원은 기각 사유에 대해 “요양병원 치료비 지급 거절이 부당한 업무처리로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요양병원 암 입원비 지급의 실제적 구제 수단은 검사가 아니고 분쟁조정이라는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청구인들이 이익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법률적 판단 또는 고도의 의료적 전문지식이 필요, 금감원이 검사로 조치하기 어려운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결정 때문에 “보험사 편을 들어 준 금감원”, “국민검사청구를 금감원 스스로 무력화 시키고 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은행, 증권사에 발생된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이나 펀드에 의한 소비자간의 분쟁이 커질 때 소비자가 직접 피해구제를 신청해도 입증하는 어려움 때문에 신청이 기각처리되기도 해 또 한 번 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받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금감원에서는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비자보호권익차원에서 강화되는 법적인 장치나 피해구제방식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검사수요가 높은 것부터 처리하다보니 이런 유인들 작용에 의해 제도 필요성이 떨어진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꼭 제도적 측면에서 해결을 보는 것들이 아닌 다수의 소비자문제 발생에 대해 검사수요가 높은 순부터 처리를 했고, 종합검사나 테마검사 등 다수의 검사에 필요한 것들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도에 의해 사건을 해결한 건수 통계는 1건에 불과하지만, 정부에 의해 먼저 해야 할 것들도 커지고, 이러한 우월적 지위 관련 사항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피해구제 노력이나 검사 진행은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는 국민검사청구제를 폐지보다는 유지하면서 소비자보호에 의한 검사 진행과 별개로 필요한 것은 진행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금감원의 입장을 두고 “일관성 없이 업무를 진행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의견이 거세다.
최소한의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제도의 필요성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도자료 방식이라도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제도 도입 배경이 어떻든 지금까지 유명무실했다면 뭐가 문제였는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서 현재는 이렇다 등 구체적인 말이나 설명이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제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 이를 공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구제책으로 도입했을 땐 광고하고, 그다지 실천 의지가 없으니 내부적으로 조용히 유야무야하는 식의 태도로는 잡음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최 전 원장이 퇴임하면서 자연히 사라지는 제도로 밖에 인식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선 국민검사청구제 유지를 찬성하면서도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 보호 강화에 의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직접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신청하고 이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에 힘을 기울인다는 것은 다른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로 묻힌 제도이지만, 제도의 취지는 소비자피해구제 목적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실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금융기관에 맞춰진 제도·방식이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펀드상품과 같은 투자부적격 금융상품들의 경우 부실이나 손실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사가 아닌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법한 방식으로 피해구제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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