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016·2019년 연속으로 박 회장 연임에 반대표…'배임' 전력 문제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예상되는 회사들의 주총 안건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국내 재계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회사 중 최대 관심 대상이다.
현재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과 그의 조카 박철완 상무 간 세력다툼이 점입가경 양상을 띠고 있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 말 박찬구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가 ‘박찬구 회장과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는 공시를 내며 시작됐다.
개인 최대 주주(10%)인 박철완 상무가 주주제안을 위해 특수관계인 지위를 내려놓은 것이다.
박 상무는 이어 ‘금호석유화학의 배당 확대 및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했다.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의 배당과 본인의 사내이사 추천, 본인 측근 인사의 사외이사 추천 등이 골자다.
금호석화의 사내·외 이사는 모두 10명으로 그중 5명이 이달 15일 임기가 만료된다. 박 상무는 자신에 우호적인 인물을 배치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다.
배당 확대의 경우 지난해 금호석화가 전년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500원, 우선주 1550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 상승 폭이다.
이 같은 주주제안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회사 측은 ‘불온세력의 준동’, ‘비상식적’이라고 치부하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상황은 예측 밖이다.
현재 양측의 지분율을 보면 박 회장 측은 박 회장 6.7%, 박 회장의 아들 박준경 전무 7.2%, 딸 박주형 상무 0.98%, 기타 특수관계인 0.03% 등 모두 14.9%다.
박 상무 측은 본인이 보유한 10%와 그의 우군인 IS동서가 보유한 3~4%(추정치)로 외견상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18.36%가 언제든지 박 회장의 백기사로 전환될 여지는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우호세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주 가치가 13조원을 훌쩍 넘어 매수자가 선뜻 나설지는 의문이다.
박 상무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분 8.16%를 보유, 박 상무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국민연금은 2016년과 2019년 연속으로 박 회장의 연임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당기순이익 대비 지나치게 낮은 배당 성향과 박 회장의 배임 전력을 문제로 들었다. 그런 만큼 이달 주총에서 박 상무 편에 설 확률이 높다.
박 상무가 지난 3일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주주제안 배경을 설명한 의도도 본격적인 표심 사로잡기의 일환이다.
박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에서 ▲미래 성장 경영 ▲거버넌스 개선 ▲지속가능 경영 등 3가지 기업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미래 성장 경영을 위해서는 ▲회사가 장기간 보유 중인 과다한 자사주 소각 ▲계열사 상장 및 비관련 부실자산 매각 등 재무건전성 회복 등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현재 10% 수준인 저조한 배당성향을 경쟁사 평균인 5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충분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수소 등 신규 사업에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관건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현재 금호석화의 지분 중 외국인은 30%, 국내 기관은 12% 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다. 만일 이번 주총에서 회사 측이 승리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박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이면 또다시 양측의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과 ‘3자 연합’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지분확보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박 상무의 화려한 인맥이 총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박 상무의 부친은 고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이다.
박 상무는 1남 3녀 중 막내로 부인은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 차녀 지연씨다. 박 상무는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이력을 지녀 상당한 재력가들이 주위에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박 회장의 장녀 은형씨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차녀 은경씨는 고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장남인 장세홍 한국철강 대표와, 삼녀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각각 결혼했다.
이 때문에 박 상무의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선언은 처가와 누나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을 거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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