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혈세 쏟아부었나”···대한항공, 경평위 셀프 심사 논란

산업 / 신유림 / 2021-01-22 09:17:35
(자료=각 사)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대한항공의 건전경영 여부를 감시하는 ‘경영평가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DB산업은행은 조원태 회장에 대한 특혜 논란을 빚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 그동안 “여러 견제 장치가 있다”며 “경평위 평가를 통해 조 회장 등 경영진의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 교체도 가능하다”고 거듭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겉치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보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경평위 위원을 추천할 때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영평가에 들어가는 세부 요소나 평가 기준, 방식, 경영 목표 등을 정할 때도 한진칼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양측이 작성한 이 같은 내용의 투자합의서에 따르면 경평위는 채권단 임직원, 외부 전문가 등 5~6인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대한항공 경영 실적과 계획 이행 내용 등을 담은 연간 보고서를 작성하고 등급(A∼E)을 매긴다.


만일 평가 등급이 E(불량) 또는 2년 연속 D(부진)이면 조 회장과 경영진을 교체하고 2년 연속 A를 받으면 이듬해 경영평가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셀프 심사·평가’에 불과한 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과거 산은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 8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당시에도 대우조선해양을 감시하는 상근 감사위원 제도와 수주 관련 의사결정 기구 등을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 감사원 감사 결과 이런 조치는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협의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약정돼 있어 회사가 반대하는 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대한항공 역시 제대로 된 감시와 처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해 한진칼에 8000억 원 투입을 결정했다. 한진칼은 이 자금을 모두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이 때문에 ‘3자연합’,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조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혈세를 투입한다”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4일부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 기업 결합 심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철저히 심사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 결과발표가 5월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합병은 물거품이 된다.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배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합하면 점유율이 62.5%까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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