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신유림 기자] 현대제철 노조가 또 파업 카드를 꺼내 들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86.1%의 찬성률을 얻어냈다. 참여 인원은 전체 7791명 중 6039명이다.
여기에 중앙노동위원회가 투표 시작 당일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은 코로나19 여파로 노조가 투쟁을 못할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며 “마스크가 부족하다면 복면이라도 쓰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경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노동 지원격려금 500만 원 ▲교대수당 인상 ▲생활안정지원금 3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들의 잇따른 쟁의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현대로템 노조가, 29일에는 현대위아 노조가 각각 90%가 넘는 압도적 찬성률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에서 유일하게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 협력사 파업으로 지난 9월 9~10일과 10월 28~29일 두 차례에 걸쳐 울산 공장 가동을 일시 중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실제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업황 자체가 매우 좋지 않다. 올 상반기 매출은 8조78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조6434억 원보다 17.5% 줄었다. 상반기 영업손실은 157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4450억 원 흑자에서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매출 감소 폭에 비해 영업손실 폭이 큰 이유는 글로벌 환경변화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를 글로벌 수요 부진과 후판 가격 하락, 원자재인 철강석 가격 급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향후 일본산 철강재 가격할인 등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내 철강업계가 4분기 이후에는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일색인 것과 달리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주 고객사인 완성차 업계의 신차 출시 효과 외에는 이렇다 할 호재가 없다는 것이다.
건설 분야에서는 재개발·재건축 물량과 분양물량이 대폭 축소됐고 조선 부문 역시 수주물량이 예년의 절반에 불과해 철강업계 실적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파업은 정의선 회장의 행보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다. 정 회장은 현대차 노조와 적극 대화에 나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기아차 역시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쟁의 대신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그룹 차원의 수소차 집중 육성 방침엔 현대제철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섣부른 행동은 신뢰 하락의 빌미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사측은 현대차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해 형평성 문제도 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여러 리스크를 감수하며 파업에 나서기엔 여론의 비난도 큰 부담”이라며 “해를 넘겨서라도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협상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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