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직원, 2년간 법인카드 1억7000만원 사용···향응수수, 성희롱 등 비위 심각
싱가포르법인, 비효율·방만 운영···“존재 가치 의문”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한국가스공사(사장 채희봉)가 각종 비위행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입찰 담합과 방만 운영,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그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이에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가스공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철저한 감시와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5년간 4조4528억원 규모 입찰 담합 적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스공사의 입찰 담합 적발 금액은 4조4528억원에 달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2016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탱크 건설 공사(3조5495억원), 비파괴검사 용역(495억원), 무정전전원장치(UPS) 구매(137억원) 등이며 2017년에는 주배관 파이프 구매(8085억원)에서 담합이 있었다.
이 6건의 사례에서 적발된 70개 업체 가운데 12곳이 2회 이상 담합에 참여했다. 또 40곳은 공정위 수사 기간에도 가스공사가 발주한 사업 121건, 5832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다. 여기에는 포스코건설(2327억원), 경남기업(1694억원) 등이 포함됐다.
올해 역시 콘크리트파일(PHC) 구매(121억원), 배전반 구매(195억원)에서 입찰 담합이 적발됐다.
이 의원은 공사 측의 후속 대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는 2013~15년 사이에 발생한 배전반 입찰에서 17개사가 193억원의 입찰 담합을 했지만, 경찰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 아울러 해당 사건이 공정위 처분까지 4년이 걸렸는데 수사를 촉구하는 공문도 보내지 않았다.
이 의원은 “가스공사는 담합 행위자에 대해 처벌과 불이익을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인공지능(AI) 기반 입찰 담합 포착 징후 시스템 개발 등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사 직원, 2년간 법인카드 1억7000만원 사용
최승재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사 직원인 A부장은 2년간에 걸쳐 법인카드로 1억7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그중 식사 접대 등 회식비로 1억1000만원을 썼는데 특히 절반이 넘는 5800만원을 특정 식당에서 집중적으로 사용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는 자칫 배임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으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부장이 한 달에 사용한 식사비는 평균 450만원 이상이다. 이는 A부장이 보직을 옮긴 후 후임이 사용한 1달 평균 117만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A부장은 대구에 있는 한 갈비식당에 1주일에 평균 3회 이상, 2년간 총 292회나 들렀으며 1회당 약 2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또 있다. 공사 측은 이를 파악하고도 A부장에 대한 감사 등 제대로 된 조사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A부장은 올해 1급 처장으로 승진하기까지 했다.
특히 공사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확실한 대책이 요구된다.
2018년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법인카드를 정치적으로 사용하고 카드 내역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국감에 불려가기도 했다.
또 2017년에는 법인카드로 골프채를 구입하는 등 650여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술과 유흥을 접대받은 공사 직원이 파면되기도 했다.
이에 공사는 지난해 “법인카드 사용을 철저히 관리하고 부정 사용의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모두 공수표가 됐다.
◆ 민노총소속 공사 노조 성과급 나눠 먹기
구자근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는 정부의 성과급제도를 반대하며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노조원에게 성과급을 반납받는 ‘성과급 균등배분’ 운동을 벌여 반납받은 성과급을 균등배분 해왔다.
공사는 2019년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C’등급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직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은 정부의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과 내부평가 성과급을 합산해 결정한다. 기준에 따른 올해 가스공사 기본 성과급률 337.5%다.
가스공사는 기본 성과급률을 기준으로 S등급부터 D등급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최대 392.5%에서 282.5%까지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성과등급에 따라 S등급은 평균 1300만원, A등급은 1211만원, B등급은 1120만원, C등급은 1029만원, D등급은 937만원을 지급 받았다.
공사 직원 4500여명 중 민노총 산하 노조원은 약 3600여명이다. 성과급 균등배분 운동 대상은 기본성과급보다 높은 성과급을 받는 S와 A등급이며 이 중 98%(747명)의 노조원이 성과급 반납에 참여했다. 노조는 이렇게 반납된 성과급을 C, D등급 노조원에게 지급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법(제2조 제2항)에 따라 노조원의 자격이 상실되는 인사, 노무, 감사, 비서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도 반납을 요구했다는 게 구 의원의 설명이다.
노조가 성과급을 반납받아 다시 배분하는 행위는 명백한 지침위반이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부터 ‘공기업 준정부기관 예산 집행지침’을 통해 성과급을 재배분하는 행위를 했을 경우 ‘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 이를 환수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했다.
구 의원은 “노조가 성과급을 거둬 다시 배분하는 행위는 정부의 공기업 성과평가제도를 무력화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성과급은 임단협 사안이 아님에도 노조에 동조해 방치해 온 공사 관계자들을 엄중히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싱가포르법인, 비효율?방만 운영···“존재 가치 의문”
한국가스공사 싱가포르법인이 국제 LNG 거래시장에서 제3자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설립 목적과 달리 공사 본사와의 특수관계인 거래에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인 운영 역시 과도한 복지혜택으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엄태영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싱가포르법인은 2018년 1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체결한 총 20건의 트레이딩 중 90%인 18건이 가스공사 본사와 이뤄진 특수관계인 거래인 것으로 드러났다. 10건은 가스공사 본사로부터 물량을 구매해 해외업체에 되판 것이고 8건은 해외업체로부터 물량을 구매해 가스공사 본사에 판 것이다.
싱가포르법인의 트레이딩 손익 내역에 따르면 총 20건의 트레이딩을 통해 523만3021달러의 수익 중 가스공사 본사와의 거래를 통한 수익은 413만3591달러로 전체 수익의 약 80%를 차지했다. 순수하게 제3자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은 109만9430달러에 불과했다.
이 같은 거래는 해외업체로부터 싼값에 구매해 또 다른 해외업체에 차익을 남기고 판매하는 제3자 트레이딩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트레이딩을 통해 창출된 수익 역시 가스공사 본사와의 특수관계인 거래라는 점에서 진정한 수익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엄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싱가포르법인의 방만한 운영도 문제로 지적됐다. 법인 개소 이후 파견된 3명의 직원에게 지출된 비용만 17억5000만원에 달했다. 또 파견 직원 3명에게 지원된 주택지원비만 무려 4억 9300만원에 달하고 직원 2명의 자녀학자금으로는 2억7800만원이나 지출했다.
이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방침과 상반된 결과다. 채 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동아시아 가스(LNG) 허브 육성에 가스공사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싱가포르에 설립한 트레이딩 법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엄 의원은 “본사와의 특수관계인 거래가 90%를 차지한다고 하면 그냥 본사가 직접 거래하지 막대한 운영비용을 쏟으면서 싱가포르법인을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싱가포르법인이 설립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3자 트레이딩의 활성화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공사 직원 향응수수, 성희롱, 취업청탁 등 비위 심각
공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 징계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명호 의원(국민의힘)에 따르면 공사 직원들은 폭행,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채용비리는 물론 성희롱과 성추행까지 저질러 2017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총 131명이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한목소리로 가스공사를 질타하며 “공사는 사기업이 아닌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인 만큼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의원은 “가스공사의 비위행위 처벌 강화 방침에도 중대 비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비위 적발 시 엄중한 처벌과 교육으로 비위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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