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해 넘기나

산업1 / 김정훈 / 2009-11-16 17:20:38
2.0%로 9개월째 동결...경기회복 불투명 전망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한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장기간 안정세를 보였지만 경제는 더블딥(경기 상승후 하강) 전망이 대두되고 있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데 통화정책의 무게를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2, 3분기 화려한 성적을 보인 경기가 4분기에는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년 1분기에나 기준금리 인상이 타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왜 동결했나
한은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은 단기간에 경기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일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국내 경제는 2분기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분기의 2.6%보다 높은 2.9%로 7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재고조정 및 귀중품 순취득의 기여도가 2.9% 포인트에 달한 데서 재고를 위한 기업의 생산 증가 없이는 성장이 어려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석 연휴의 이동으로 약 1.5일의 영업일수가 줄어들 수 있는데다 승용차 세제혜택이 소멸되는 점도 4분기 이후 성장세를 낙관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부에서는 더블딥(경기 상승후 재하강)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10월 실업자가 79만9천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만3천명(8.6%) 늘어나는 등 고용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며, 향후 5∼7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도 지난 6월 3.2% 포인트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2.0% 포인트, 8월 1.3% 포인트, 9월 1.0% 포인트 등으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
정보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4개 거래소 상장기업들의 4분기 영업이익은 15조4천53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6.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반해 기준금리 인상의 근원적인 이유인 물가는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0% 상승하면서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 이하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떨어져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으며, 생산자 물가도 전월보다 0.8% 떨어지면서 4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금리인상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던 부동산 가격도 정부 규제 등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제2금융권 DTI 확대시행 이후 한 달간 서울 강남구를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 줄어들고 서울과 신도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물가가 오르기 전이라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사전적인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 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시기는 내년 1~2분기
전문가들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연말까지 현재 금리 수준인 2.0%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과 같은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기업들이 경영 계획 등을 새로 수립하는 연말이나 연초에는 될 수 있으면 기준금리 변경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정상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달 중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동결한 만큼 연내 인상은 힘들어 보인다"며 "12월에 기준금리를 변경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 경제 성적이 나오는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관측했다.
키움증권 유재호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경기가 경기부양책 약화에도 불구하고 자생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내년 1분기쯤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내년 1월 말 발표될 4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 이상일 경우 이르면 내년 2월에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보이면 기준금리 인상이 2분기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신 실장은 "금리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더블딥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내년 3, 4월 경기나 물가 등 제반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전에는 판단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기가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연구원도 "G20(주요20개국) 의장국으로서 꾸준히 강조되고 있는 '출구전략 국제공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부에서는 연말과 관계없이 다음 달 중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최근 민간 부문에서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설비투자가 지난 9월 상승세로 반전하는 등 금리인상의 여건이 갖춰지고 있어 12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며 "지금은 금리 정상화 과정이어서 기준금리를 미리 조금씩 인상해야 나중에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硏 "금리인상 내년 상반기부터 검토"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상반기 중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될 때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연구소 유정석 수석연구원은 '한국 통화금융정책의 출구전략'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이 주요 선진국보다 빠르지만 출구전략을 지나치게 서두르면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있다"며 사안에 따라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통화금융정책 출구전략의 핵심인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회복세를 저해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 연구원은 "주택 가격은 정부 규제로 상승세가 약해져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경제 성장세가 확인되는 내년 상반기에나 인상 여부를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총액대출한도와 보증한도 등 중소기업 대출지원은 이보다 좀 더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원은 "중소기업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 수익률과의 차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대부분 보증을 통해 이뤄져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자금 유용 등 도덕적 해이, 보증기관의 보증 부실 증가,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사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자금시장 신용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제공했던 유동성은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말부터 자동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가계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가계 대출 규제 등 건전성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중소기업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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