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서는 회장, 행장 겸임 체제는 조직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은행에 치우친 경영이 이뤄질 수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행장 겸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그룹 전체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 5일 전략담당 부사장을 최인규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또 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은 신현갑 KB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이 겸임하도록 발령을 냈다. 대신 황영기 전 회장이 영입했었던 지동현 KB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에겐 보직을 주지 않았다. 사실상 물러나라는 뜻으로 보인다.
황영기 전 회장이 지난달 말 감독 당국의 중징계를 받아 자진 사퇴하자마자 분리돼 있던 지주사와 은행의 전략, 재무 분야를 일원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의 지배구조가 강 회장 대행의 평소 소신인 '회장, 행장 겸임 체제'로 변경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강 회장 대행은 작년 회장 인선 때 회장, 행장 겸임을 주장하다가 회장, 행장 분리를 주장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에 밀려 회장에 선출되지 못했다.
강 회장 대행은 최근 "KB금융그룹의 체계적이고 창조적인 업무추진을 위해서는 하나의 회사(원펌.One Firm)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며 결속을 강조하기도 했다.
작년 회장, 행장 분리론을 지지했던 KB금융 이사회도 당분간 차기 회장 선임보다는 강 회장 대행 중심의 조직 안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어서 회장, 행장 겸임 체제가 굳혀질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그룹 내 인사권은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이번 인사는 좋은 인재를 뽑아서 빠른 시일내 조직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내부 조직 안정이 제일 중요하며 충분하게 조직 안정됐다고 판단됐을 때 최고경영진 인선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달 28일 출범할 산은지주도 회장이 행장을 겸임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공사 출범에 따른 정책과 금융기능 분리와 규모 축소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회장, 행장 겸임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행장이 회장을 겸임하면 계열사의 균형 성장이라는 지주회사 취지와 달리 은행 중심의 경영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그룹 전체 자산 중 은행 자산의 비중이 90%를 웃돌고 있어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시급한 실정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게 된 최고경영자의 일방적 경영으로 그룹 전체가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강 행장이 회장 대행으로 취임한 지 6일 만에 KB금융의 전략기획부장과 시너지추진부장, 홍보부장, HR(인사)부장, 감사부장 등 핵심 부서 5곳의 부서장을 무보직 조사역으로 발령내고, 그 자리에 국민은행 직원들을 배치한 것처럼 회장, 행장 겸임 시 은행은 물론 지주사와 계열사 등에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에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금융은 출범 8년이 지났지만,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장이 지체되면서 은행의 비중이 88%에 달하고 있다.
반면 회장과 행장이 분리된 신한금융은 은행 비중이 77%에 불과하다. 지난 1분기에는 2001년 9월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신한카드의 순이익이 신한은행을 앞지르는 등 균형 성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 회장 대행의 최근 인사는 지배구조를 회장, 행장 겸임 체제로 변경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행장이 회장을 겸임하게 되면 방대한 은행 업무 때문에 지주사의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성장 등에는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금융지주 출범 초기에는 회장과 행장 등 경영진 간 갈등으로 조직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겸임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지주사와 계열사 간 업무 효율화와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조치로 전산 부문은 작년 9월 출범 때부터 겸임하고 있다"며 "회장, 행장 겸임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며 회장, 행장 겸임 여부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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