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식물이 고통 받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인간이 위험해지지는 않으며 기후변화로 피해를 받더라도 어디까지나 그 대상은 가난한 개도국 주민들이다. 여러 선진국과 국제기구가 열심히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앞 다투어 선보이는 친환경 제품들은 환경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첨단 과학기술이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체로 이러하다. 그러나 하버드 의대 교수가 평생을 바쳐 쓴 이 책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는 사람들의 이런 느긋한 생각을 여지없이 깨버린다.
그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일상을 파괴하는지를 방대한 연구와 사례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다섯 가지 생각은 크게 잘못되었으며, 이러한 오해 때문에 오늘날 기후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저자인 폴 엡스타인은 세계 공중보건학계의 거인으로, 약 15년간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건강 및 지구환경연구소의 부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젊은 시절 모잠비크에서 의료 자원봉사를 하던 중,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 받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질병 뒤에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길로 공중보건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저자는, 오랜 연구와 추적 끝에 환자들이 겪는 고통의 근원이 기후변화였음을 깨닫고 전 세계를 돌며 개도국 주민들을 치료하고, 선진국 정치인들과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일원으로 활발히 활동했고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주창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키도 했다.
이 책이 건강문제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이 책의 진정한 의의는 인류가 그동안 정치,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이 “사실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는 점을 수많은 사례와 연구 결과로 조목조목 증명하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경제적 해결책까지 제시한다는 데 있다. 폴 엡스타인 외 저, 황성원 역, 1만6000원,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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