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전면 시행됨에 따라 곳곳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제 근로자의 36.7%인 577만명으로 추산되며 올해 대기업 비정규직 1만3000명, 공공기관 비정규직 7만1000여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방침이다.
내년 6월까지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 2년 이상 일한 계약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해야 하며, 2009년 7월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하지만 비정규직법은 그 출발과 함께 ‘전원 정규직화 vs 대량 해고’라는 뚜렷한 명암을 만들어내며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신세계.우리은행 등 정규직 전환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신세계, 우리은행, 현대.기아차 등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법규 시행에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거나 전환됐다. 2년 이상 한 곳에서 일한 근무자에 한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
특히 신세계는 2년 동안 계약한 비정규직이라는 조건 없이 비정규직 직원 약 5000명을 오는 8월부터 정규직화 한다.
이로써 본인에게만 적용되던 의료비 지원이 배우자와 미혼자녀 등 직계가족까지 확대됐으며 경조사 등 복리후생 체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우리은행도 지난 3월 계약직 직원 3076명을 직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분리직군제’를 도입하며 금융업계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우리은행은 3월1일자로 비정규직 근로자 매스마케팅 직군 1982명, 사무지원직군 546명, 고객만족직군(CS) 548명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한화 갤러리아, 현대.기아차, LG텔레콤도 정규직 전환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LG텔레콤의 경우 지난 1월과 5월 2년 이상 근무하고 실적이 좋은 영업직을 대상으로 211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했으며, 추후 357명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 용역직 전환.대량해고 등 역효과
비정규직법 시행이 기업 전반에 정규직화를 끌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랜드그룹의 뉴코아와 홈에버처럼 정규직화 대신 외주용역으로 대체함으로 대량 해고 사태가 나타나는 등 역효과가 생겨나고 있다.
뉴코아와 홈에버는 계산대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직원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현재 뉴코아 300명, 홈에버 400여명을 해고한 상태다. 이에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는 홈에버 상암점과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렇게 노사 대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랜드측은 거듭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으며 용역직 전환 등에도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이상흔 홈에버 대표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할 것”이라며 “7일까지 복귀하는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는 징계수위를 최소화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는 복귀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KTX.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지난 3일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KTX.새마을호 승무원 85명은 승무원들의 정리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직접고용될 때까지 단식농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세계 등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방침을 밝혔다”며 “하지만 철도공사는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사회적 관심이 비켜난 곳에서도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호텔에서 일하는 J씨는 용역직으로 전환한다며 회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해고당했다. 그는 “비정규직 시행으로 어쩔 수 없다”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셈이다.
# 분리직군제…정규직화 성공?
우리은행이 ‘분리직군제’를 도입한 후 제조업, 서비스업 등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직군 분리를 통한 정규직화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분리직군제는 비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하지만 임금과 복지혜택 등 처우는 정규직과 별도 기준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추가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비정규직 보호법의 ‘차별시정’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가 발표한 ‘직군제의 고용차별 효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경우 4개의 영업직군 가운데 여성이 대부분인 개인금융서비스직군만 비정규직에서 전환된 정규직군이다. 특히 기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에게만 직급별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성과급 지급 기준액 비율도 차이를 둬 이들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량 해고 등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기업간의 의견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기업들에게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 해소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분위기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충분한 여력이 있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개별기업이 처한 경영환경에 따라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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