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지양한다더니···펄어비스, 급성장의 원동력은 노동 강요?

산업 / 신유림 / 2020-04-29 16:54:23
재량근로제 악용한 초과근무 강요 논란
노동청 부실검증도 도마위
게임 회사별 평균 근속연수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게임 회사별 평균 근속연수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검은사막으로 알려진 게임회사 펄어비스가 직원들에게 부당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29일 정의당 비정규노동상담창구(비상구)의 자료를 종합하면 펄어비스는 재량근로제를 악용해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지시하는 등 노동착취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에 따라 직원들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덩달아 이직률도 높아져 펄어비스 직원들의 근속연수도 1.7년으로 업계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근속연수는 각각 5.2, 5.3년이다.


재량근로제란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직무의 근로자가 노동시간을 재량껏 결정하는 제도로, 게임개발처럼 자율적으로 업무수행 방법을 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서면합의를 통해 주 52시간 내에서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 근무로 간주한다.


또 재량근로제는 사측이 노동자에게 제도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업무지시나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10월 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퇴직자 A씨는 “회사의 요구로 재량근로제 대상은 주말 근무와 야근, 급작스런 일정변경, 새벽 퇴근 등을 해야했다”며 사측이 재량근로제를 이용해 반강제적인 노동을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퇴근 기록을 남기지 않는 꼼수 야근이 일상화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재직자 B씨는 “야근을 하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받기가 어렵다”며 “회사는 야근계를 받지 않아 놓고도 다음날 되면 일 안 하고 집에 갔냐고 면박을 준다”고 주장했다.


퇴사자 C씨는 “올해 들어 야근 신청이 더 어려워졌다”며 “야근을 했는데도 신청할 수가 없으니 사실상 꼼수”라고 비난했다.


기록상으로는 다들 퇴근한 상태지만, 사무실에는 함께 앉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빈번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기록을 남기지 않는 꼼수 야근 탓인지, 지난해 9월 펄어비스를 상대로 주 52시간제 근로감독을 한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 사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 관계자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 초과근무 여부는 서류를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데, 서류상으로는 위반 여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직원 면담은 하지 않았다”고 털어놔 부실 검증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펄어비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직원들의 강제노동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펄어비스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359억원, 1506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576억원을 달성했다. 2010년 창립 이후 첫 매출액 5000억원 돌파다.


2018년에는 매출액 4047억원, 영업이익 1681억원, 당기순이익 1464억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에는 매출액 523억원, 영업이익 216억원, 당기순이익 147억원으로 펄어비스는 2017년 이후부터 급성장했다.


이 같은 급성장기와 맞물려 회사 안팎에서는 끊임없는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있었다.


펄어비스 실적 추이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펄어비스 실적 추이 (인포그래픽:신유림 기자)

이에 지난달 24일에는 정의당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이 국회에서 펄어비스의 ‘당일 해고’ 등 고용불안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정의당과 화섬노조는 “일방적 해고, 장시간 노동, 갑질 문제 등은 IT, 게임업계에 만연한 문제였다”며 “바로 이 문제가 펄어비스에서도 발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펄어비스는 매출 증대와 일자리 창출 기여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대외적으로 ‘초과 근무를 지양하는 회사’라고 어필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펄어비스의 근로 환경에 대해 “다른 게임사에 비해 계약직이 많고 근무연수도 짧다”며 “펄어비스는 블랙 기업”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펄어비스의 노동인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펄어비스의 당일 권고 사직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커뮤니티엔 "신작 개발이 중단됐다", "회사에서 당일 권고사직 당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는 온라인에 빠르게 퍼졌고, 바로 이 시점에 위원회가 펄어비스 전·현직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토요경제>의 인터뷰에 응한 한 직원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최근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다”며 “주변에도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꽤 있어 가능하다면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회사는 게임업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해 업무 환경을 개선했고 공짜 노동을 시킨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이어 “2017~19년 우울증 직원이 11명 증가했지만, 직원이 242명에서 714명으로 늘어나 단순 비교하기는 억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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