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유업계, 원유가 협상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

산업1 / 김시우 / 2020-07-07 16:14:43
낙농가 "지난 2년간 사료비 등 각종 비용 상승해 원유 가격 인상해야"
유업계 "원유 가격 인상 유가공업체 타격은 물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낙농가와 유업계가 원유가격 인상여부를 두고 이견이 팽팽하다. 낙농가는 인건비와 정부 정책에 호응한 축사 개선에 비용이 들어 기본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업계는 우유 산업 전체 어려움을 가중하고 결국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유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주장했다.


7일 낙농가와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우유업계 대표들은 이날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는 이전까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어 원유 수매 가격 추가 협상을 7월 21일까지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낙농가와 유업계는 21일까지 원유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낙농가와 유업계는 5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했으나 입장차만 확인했을뿐 결렬됐다. 낙농가는 지난 2년 동안 사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상승해 원유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낙농육우협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환율에 의한 사료값 인상,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장비 투자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정부가 생산자물가 폭등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9 낙농경영실태조사(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낙농가 호당 평균부채액이 3억7000만원이며 4억 이상 고액부채를 가진 농가는 37%에 달한다. 부채 발생 원인의 40%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투자 확대, 26%가 쿼터매입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협회는 성명서에서 “원유는 ‘젖소’라는 생명체에서 얻어지기 때문에 한번 생산이 개시되면 인위적 유량조절이 불가능하며, 젖소가 원유를 생산하기까지 최소 2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고액(10~2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한 장치·노동집약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낙농육우협회 경남도지회, 전남도지회 또한 잇따라 유업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경남도지회는 “유업체는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구매하여 백색시유 뿐만 아니라 가공유, 발효유, 가공유제품 등을 생산하여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FTA로 인해 값싼 유제품원료까지 사용하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심지어 소비둔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올해에도 혼합분유 수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낙농가로선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남도지회는 힘없는 낙농가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존권투쟁밖에 없다며, 성실한 유업체의 원유가격 협상 태도를 강력히 촉구했다.


반면, 유업계는 저출산과 코로나19 사태로 우유 소비가 줄어들었다며 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원유 가격의 인상은 유가공업체의 타격은 물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유제품 소비를 더 줄일 거라는 걱정이다.


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학교 급식 우유 공급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600억원 규모로 추정한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흰 우유 사업 자체가 기업들한테는 적자 사업”이라며 “현재 낙농가가 주장하는 요구는 시장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 원유 가격이 인상될 경우, 우유는 물론 아이스크림과 빵, 커피 등 관련 상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인상된다. 지난 2018년 원유 가격이 L당 4원 오르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은 각각 3.6%와 4.5%씩 제품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산업 전체 어려움을 가중하고 결국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계속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등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관련 제품의 가격 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 협상으로 인한 진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낙농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원유 납품 거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극심한 갈등 끝에 정부 주재로 2013년부터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원유가격연동제란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우유회사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국내 25개 우유업체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할당된 원유를 생산비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에 낙농가에서 구입해야 한다.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기준으로 ±10%선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1L당 생산비는 790.06원으로 2017년(766.73원) 대비 23.33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우유 생산비 증가분 23.33원의 ±10%를 적용해 원유 가격을 1L당 21~26원 올려야 한다는 게 낙농가의 요구다.


현재 우유회사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오는 가격은 1L에 1034원이므로 낙농가의 요구가 반영되면 원유 1L의 가격은 1055~1060원으로 오르게 된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원유값은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다. 연동제 도입 첫해 원유가격은 L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가격을 동결했으며 2016년에는 L당 18원을 인하했다. 2018년에는 L당 가격을 4원 인상했다. 2013년 이후 5년 만의 인상 결정이었다.


지난해에는 우유 생산비가 2018년 대비 1.1% 밖에 늘지 않아 협상이 유보됐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우유 생산비가 2% 인상되지 않았고, 2017년 우유 생산비와 비교해도 3% 밖에 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2년마다 원유 가격 협상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협상이 진행 중이다.


낙농가와 유업계의 갈등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이익다툼의 결과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협의회 측은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의 이익 다툼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걸 당연시 여겨서는 안된다”면서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은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비용과 마진까지 합쳐서 가격 인상이 결정되므로 원유보다 더 큰 폭의 인상 가격을 감내해야한다”고 물가 인상 우려를 전했다.


이어 협의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유례없는 경제불황으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원유가격이 오른다면 유가공제품 가격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면서 “정부, 낙농업계, 유가공업체가 소비자의견을 반영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정착해야 마땅하다 ”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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