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강조했다.
“걱정 말고 쓰시라.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분들도 우선 쓰고 보시라.”
노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에게 소비를 호소했다. 골프장 수백 개를 만들고 위락단지도 만들어주겠다며 소비를 하라고 유도했다. ‘가진 자’들이 앞장서서 돈을 써달라고 압박했다. 소비를 해야 내수시장이 살아나고, 경제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소비를 할 수 없었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 탓이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 급여를 받는 고용을 창출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걱정해줬을 정도였다. 참여정부의 소비확대정책은 성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10년 후, 박근혜 정부는 소득이 없어도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열어주고 있었다. ‘내 집 연금 3종 세트’라는 제도였다.
‘내 집 연금 3종 세트’는 늙은이들이 집을 담보로 잡히고 생활비를 연금으로 받아서 쓰라는 제도였다. 아직 연금을 받을 나이가 되지 않은 장년층은 ‘사전 예약’도 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제도가 제대로 시행하면 2만6000명 수준인 주택연금 가입자가 2025년에는 48만 명으로 ‘왕창’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담보로 잡힐 집이 없는 서민에게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제도였다. 전체 가구의 44.5%가 무주택가구라는 통계청 통계를 고려하면, 이 제도는 집 있는 55.5%만을 위한 '반쪽 제도'라고 할 수 있었다. ‘내 집’이 없는 서민은 가입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무주택자를 더욱 기죽도록 만들고 있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이르면 하반기부터 주택연금 가입주택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 사장의 말처럼 주택연금에 가입한 주택을 임대할 경우, 가입자는 ‘주택연금+임대료 수입’을 짭짤하게 챙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주택자는 그럴 재간이 있을 수 없다. 주택연금 제도는 여전히 ‘내 집 있는 절반’을 위한 제도가 되고 있다.
물론, 빨리빨리 돈 좀 벌어서 ‘내 집’을 마련하면 주택연금에 가입해서 수입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2018년 보통 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 거주자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평균 20.7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강남의 아파트일 경우는 26.5년이었다.
‘셋방살이’를 하는 월세 거주자는 더욱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40.1년, 강남 아파트는 자그마치 49.3년이었다. 서민들은 ‘내 집 한 칸’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형편이 이런데도 정부는 주택연금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 권장대로 ‘내 집’ 있는 국민이 죄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어쩌면 다음 세대에서는 주택연금제도가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내 집이 있는 유주택자는 집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아서 쓰며 집을 날리고, 내 집 없는 서민은 무주택자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주택연금을 받기 위해 담보로 잡힐 집 자체를 찾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택연금은 아마도 ‘시한부 제도’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아트경영’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예술로 기업을 키우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5/p1065597154733467_413_h.jpg)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토요경제人] "지역 살리고, 소비 돕고"...NH농협카드 이민경 사장 전략 '결국' 통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0722/p1065597998198081_664_h.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