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동안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막대한 매출을 내고 있는 애플에게 최근 골칫거리가 생겼다. 애플의 하청업체로 유명한 ‘폭스콘(Foxconn)’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라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까지도 “해외 납품업체의 노동환경 문제에 대처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2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애플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고 이는 애플 측에 전달됐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지난해 막대한 매출을 올려 전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만큼 이런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온라인 서명운동 사이트(Change.org)의 성명서를 인용, “25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한 애플 하청업체의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전 세계에서 애플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고 보도했다.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은 물론 런던, 인도 벵갈루루 등 전 세계 6개 도시 애플스토어 앞에서 집단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 맨해튼 센트럴스테이션 애플스토어 앞에서는 이날 오전 40여 명이 몰려 ‘애플 타도’를 외쳤다.
이날 시위대는 25만여 명의 서명을 작게 출력해 담은 탄원서를 애플스토어에 있는 애플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애플이 다음 신제품을 현재의 애플 하청업체인 폭스콘(Foxconn)과 비교해 근로환경이 나은 시설에서 생산할 것을 서약하길 원하고 있다.
◇ NYT “폭스콘 노동자, 노예와 같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서 미 뉴욕타임스지가 “폭스콘 중국 공장에서 하루반에 이르는 37시간짜리 연속근무, 위험한 근로조건, 직원에 대한 물리적 가해 등 비인간적인 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한 기사를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CNN 역시 인터넷판을 통해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인터뷰와 함께 2010년 폭스콘 선전 공장 등에서 발생한 연쇄 투신자살 사건도 심층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월 말 폭스콘 소유 공장의 처참한 근무 조건을 폭로하는 기사를 올렸다. 대만에 본사를 둔 업체인 폭스콘은 중국 내에 여러 공장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서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를 포함한 전자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보도에서 “노동 환경이 노예 노동과 유사하다”고 지적하며, “유해한 환경에서 지독하게 긴 교대시간 동안 강제로 일을 해야 하고, 서구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많은 노동자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아이패드 생산 공장의 폭발로 사람들이 죽고, 아이폰 화면을 닦는데 사용되는 유해한 화학물질에 직원들이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산업 전문가들이 뉴욕타임즈의 기사에 동조하며, 사용자들에게 애플 제품의 불매 운동을 제시했다. 댄 라이온스는 데일리 비스트 앤 뉴스위크를 통해 이런 상황을 ‘야만적’이라고 표현하며, “궁극적으로 책임은 애플이나 전자제품 회사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소비자에게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야말로 변화를 요구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주장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즈와 포브스도 항의의 목소리를 보탰다. 포브스 컬럼니스트 피터 코핸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죽은 노동자의 수가 충격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그밖에 많은 매체는 “애플이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BBC의 로리 셀란존스는 “애플은 새로운 PR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폭스콘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고, 폭스콘의 노동 조건에 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런 기사를 피하지 못했다. 폭스콘 중국 생산공장에서 Xbox 360 조립과정의 직원 150명이 쟁의 중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MS는 “쟁의의 원인은 근무 조건 때문이 아니라 보직 할당 및 공장 이전 정책 등과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에는 폭스콘 직원들의 연쇄 자살이 문제가 됐다. 당시 중국 미디어들은 한창 폭스콘 직원들의 노동 착취에 대한 기사를 내놓았고 “폭스콘이 중국 본토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돌았지만, 폭스콘은 직원들의 임금을 20% 인상하고 자살 방지를 위한 그물을 고층 건물에 설치하는 조처를 취했다. 그리고 2011년 5월에는 폭발 사고로 5명의 폭스콘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폭발은 아이패드의 광택 작업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알루미늄 분진이 폭발의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들과 최근의 반 애플 경향에 관해 맥과 애플 정보 전문 사이트 ‘9to5Mac’는 애플 CEO인 팀 쿡이 애플 직원들에게 보내는 내부 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팀 쿡은 메일에서 “애플이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어떤 주장도 명백하게 거짓이며, 애플에 적대적인 것”이라며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듯이 이런 비난은 우리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쿡은 또 “애플은 자사 공장을 매년 조사하고, 수십만 직원들을 위한 조건 향상을 지원해 왔으며, 직원들의 권리에 대해 교육하고 자사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결코 모른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다울링 애플사 대변인도 “우리는 전 세계 납품업체에 안전한 근로여건을 제공하고 근로자들을 품위와 존경심을 갖고 대해줄 것과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제조공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납품업체들이 애플과의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원한다면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국 고용문제가 본질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애플 불매 운동’은 방향을 완전히 잘못잡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폭스콘의 과거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폭스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개선을 위해서는 애플이 폭스콘과 중국정부를 압박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몇 번 이루어진 바 있는 폭스콘의 노동환경 개선은 주로 중국내 미디어들의 움직임과 중국정부의 압박에 기인한바가 크다는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생각해도 폭스콘은 ‘하청업체’가 아니다”라며 “폭스콘 전체에서 애플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폭스콘을 거쳐가지 않는 제품이 그다지 많지 않을 정도로 폭스콘은 거대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애초부터 시위자들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들은 애플이 중국이 아닌 미국에 공장을 두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많은 미국 미디어들은 애플이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미국 내 고용문제에 무관심한 것을 비판해 왔다. 이번 불매운동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최근 미국 정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용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으며 이러한 힘들이 애플을 압박하도록 미디어들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애플은 ‘아이폰’을 설계만 했고, 실제 생산은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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