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박희태, '물 밑에서 허우적'

산업1 / 장우진 / 2012-01-20 15:00:26
박희태 '모르쇠' 일관, '버티기가 살 길?'…여야 ‘의장직 사퇴’ 촉구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돈봉투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상황에서도 박 의장은 10박 11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지난 18일에야 귀국했다. 이날 박 의장은 ‘사죄한다’는 말과 함께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박 의장을 향한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측근들의 연이은 구속과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박 의장에게 ‘입장을 명확히 하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며 국회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총선불출마만 선언했을 뿐 의장직 사퇴에 대해서는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망이 조여오고 있는 만큼 의장직에서 내려오게 되면 박 의장 역시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의장직 유지’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판단에 버티기 모드로 들어간 상태다.


◇박희태, “나는 모르는 일이다”


▲ 지난 18일 박희태 국회의장은 10박11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귀빈실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18일 2008년 한나라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날 인천 공항 서편 VIP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 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5개의 선거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며 “당시 2007년 여름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선거대책위원장을 했고 그 해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4개월 뒤 국회의원 선거 때는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운동을 했다. 2개월 뒤에는 당내 경선이 있었고 끝나고 난 뒤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며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래도 얘기 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일이다’ 이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거취표명 여부와 검찰 소환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박 의장은 지난 8일 박 의장은 지난 8일 일본·우즈베키스탄·아제르바이잔·스리랑카 방문과 순방기간 중 일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태평양 의회포럼(APPF) 총회에 참석 후 이날 귀국했으며, 돈봉투 파문과 관련해 측근들이 연이어 조사를 받아 박 의장의 행보가 주목됐다.


◇좁혀오는 수사망…‘모르쇠’ 어디까지


그러나 박 의장의 ‘모르쇠’ 일관이 어디까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박 의장 귀국 후 다음날인 19일 검찰은 박 의장 측근 3명의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 위치한 이모(50)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실, 조모(51) 정책수석비서관실, 박 의장 여비서 함모(38)씨의 부속실 등 국회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동원한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 중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대 당시 돈 봉투 살포 정황과 자금출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 씨는 2008년 7·3 전당대회 당시 박 후보 캠프에서 공보·메시지 업무를 담당했고, 조 씨는 박 의장이 13대 국회의원시절부터 20여년 간 보좌해 온 측근으로 전대 당시 캠프의 재정·조직을 담당해 ‘금고지기’로 불리는 인물이다.
또 함씨는 당시 선거운동과 관련된 자금의 입출금 내역 등을 기재한 회계책임자로 당시 돈 봉투 자금흐름과 연계돼 있다.
당초 박 의장의 전 비서관 고모(41)씨와 한나라당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 안 모(54)씨에 대한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박 의장과 측근들에 대한 수사는 설 연휴 이후로 점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돌연 설 연휴를 앞두고 박 의장 측근들의 국회 사무실을 일제히 압수수색해 돈 봉투 관련 물증 확보에 나섰다.
이전 국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국회 관계자들의 e메일 기록을 관리하는 사무처에 한정된 반면, 이번에는 측근 사무실을 대상으로 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여야, ‘사퇴 촉구’ 한 목소리


여야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박 의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분명한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박근혜 위원장은 최근 열린 비대위·중진의원연석회의에 참석해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속히 실체가 규명될 수 있도록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의장이 기억 안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며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면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장이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고 비대위 차원에서 의장직 사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이 사건의 관련자들이 다 (검찰에) 출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항에서 말한 것은 미흡하다”며 “늦지 않는 시간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명확한 입장포명을 촉구했다.
권 사무총장은 “박 의장에게 (사퇴 의사표명 등)보고를 받은 적은 없다”며 “비대위는 박 의장이 나름대로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장이) 질질 끈다고 해서 본인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역시 박 의장을 향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그 다음에 사법적 판단과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주 의원은 19일 불교방송 ‘전경윤의 아침저널’에서 “디도스 사건 때 최구식 의원의 경우도 수사결과를 놓고 보면 최구식 의원은 정말 몰랐던 거다. (그러나) 최구식 의원이 당을 떠났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의장은 ‘나는 몰랐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입법부 수장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사퇴후 사법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도 박 의장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박 의장에 대해 “잡아뗀다고 넘어갈 일도, 불출마로 무마될 일도 아니다”며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국회의장 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의장은 즉각 사퇴하하고 국민 앞에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라”며 “그것만이 국회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앞뒤가 안 맞는 사죄나 묵언수행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일단 국회의장부터 사퇴하고 검찰 조사 받아라. 국회의장 사퇴가 그렇게 싫다면 정계 은퇴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민주통합당은 안규백 의원 발의로 ‘국회의장(박희태)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박 의장은 총선불출마만 선언했을 뿐 의장직 사퇴에 별다른 언급이 없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출두 무서워 의장직 유지?


박 의장의 버티기에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한나라당이다. 총선이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돈봉투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그러나 박 의장이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것은 의장직을 내려놓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검찰출신인 만큼 상황을 주시하면서 거취를 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측근들이 연이어 구속·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장직마저 내려놓게 되면 검찰에 출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당분간은 이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정이다.
검찰은 설 연휴 이후 박 의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그러나 박 의장이 의장직을 유지하게 되면 삼부 요인에 대한 예우차원으로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거나 서면조사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궁지에 몰린 박 의장은 ‘의장직 유지’가 마지노선인 셈이다.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비판여론을 감안해 1차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박 의장은 돈봉투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한 힘을 발휘하기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박 의장 대신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맡았다.
의혹 사실 여부를 놓고 박 의장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비난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혹마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 의장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돈봉투 파문 수사기간과 의혹 실체 등은 4월 총선서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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