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 8% 성장" 포기할까

산업1 / 전성운 / 2012-01-20 14:15:27
지방 부채·과잉투자 부담 "성장 둔화 익숙해질 필요 있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놓고 ‘연착륙’인지 ‘경착륙’인지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은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12월의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는 양호하다”며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이 더욱 어둡다”면서 “올해 성장이 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연평균 7.5% 성장해도 미국과 유럽의 성장을 합친 것보다 더 세계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7일 중국 정부는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8.9%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며 경기 위축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국가통계국(NSB)에 의하면 작년 4분기 성장률은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12월의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은 9.1%였다. 프란시스 청 크레디아그리콜 선임 투자전략가는 “이는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돼 호주·브라질·동남아시아산 원자재 수입을 줄이면 세계 경기 회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경기 과열을 막고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정책을 사용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통화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춘절을 전후해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이 나쁘지 않아 중국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곧바로 시행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 마젠탕 국장은 “중국의 성장률을 8.5~9% 사이로 끌고 가고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마 국장은 “중국은 올해 글로벌 경제 위기와 물가 인상 압력으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전략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작년 12월 소매 판매는 18.1% 증가해 전달인 11월의 17.1%에 비해 늘어났다. 또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 12.8% 늘어나 전달인 11월의 12.4%에 비교해 더 증가했다. 무디스의 경제 분석가인 글렌 레빈은 “이 같은 지표들은 중국의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며 "수출이 줄고 있지만 내수는 활성화돼 있다“고 전했다.


◇ 중국 당국 “8% 성장” 재고


중국이 지난해 4분기에 최근 10분기 사이 가장 낮은 8.9% 성장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자 일각에선 “베이징 당국이 그간 불문율로 여겨온 ‘최저 8% 성장 원칙’을 재고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로도 국내총생산(GDP)이 9.2% 성장하는데 그쳐 지난 200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성장률은 10.3%였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다른 나라 같으면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8.9% 분기 성장이 성공으로 평가되겠지만 중국은 다르다”면서 “국가통계국 대변인의 전날 성장치 발표에서 ‘어둡다’와 ‘복잡하다’, ‘심각하다’ 등 부정적 표현을 잇달아 사용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앞서 중국이 유로 위기 장기화 타격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이 7%대로 추락하고 지난해 전체 성장도 8%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FT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 전망이 더욱 어둡다면서 1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8%를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올해 성장이 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중국이 오랫동안 불문율로 여겨온 최저 8% 성장 원칙을 재고하는 게 아니냐”는 FT는 관측했다.


중국 공산당은 일당 독재 하에서 고용 유지 등 사회 안정을 위해 최소 8%는 성장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라 그간 경제 정책을 입안해왔다. FT는 중국 국무원 정책 입안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는 한 인사의 “중국의 연 성장이 7~8%로 둔화한다고 해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성장이 7% 밑으로 내려가면 경제 위기, 심지어 정치적 파국이 초래될 수 있다”는 발언을 전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스테픈 그린은 “중국 당국이 또다시 경기를 과다 부양하거나 지금의 둔화가 더욱 두드러지도록 놔두거나의 ‘쌍둥이 위험’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많은 관료는 중국 경제가 차입 축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중국이 성장 둔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FT는 “비록 성장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베이징 당국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임을 보여주는 조짐이 많다”면서 “여전히 다수 경제학자는 중국이 ‘소프트랜딩(연착륙)’ 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경기 부양 여건 안돼


그러나 중국이 3년 전처럼 대대적으로 경기 부양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황이핑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당시 4조 위안(약 6330억 달러)을 투입했다”며 “그로 말미암은 숙취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올해 성장이 8%를 간신히 웃돌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심각한 장애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과거 개도국들을 주저앉혔던 과다한 지방정부 부채와 과잉 투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상기시켰다.


FT는 “지난 10년간 수출 호조와 주거용 부동산 붐이 중국의 성장을 지탱해왔다”면서 “이들 두 엔진의 동력이 동시에 가라앉으면서 베이징 당국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은 당국이 이를 관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0년여 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을 묶어 ‘브릭스(BRICs)’로 명명, “앞으로 세계 경제의 주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골드만 삭스 짐 오닐 회장은 “중국은 아직 ‘하드 랜딩(경착륙)’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8% 이상 성장은 연착륙을 의미한다”면서 “중국이 2010년대에 연평균 7.5% 성장해도 달러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의 성장을 합친 것보다 더 세계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