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 노무현 '정면대결'

산업 / 장우진 / 2012-01-20 14:02:38
독재 피해자vs 독재 수혜자?…'친노 부활'에 박지원은 '심기불편'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가 되면서 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야당은 한 대표가 지휘하는 ‘여인천하’ 시대가 열렸다. 정치권은 4·11총선의 구도가 여성 대표들의 역할에 크게 좌우될 것이란 점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을 두고 ‘박정희 대 노무현’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다시 뭉쳐 능력 있고 합리적인 세력으로 변하느냐’ 아니면 ‘경제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민주적으로 후퇴했던 박정희 정권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실제 한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독재 피해자 대 독재 수혜자’의 프레임을 내걸고 박 위원장과 대립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변수는 내부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누가 먼저 당을 안정시키고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는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경선서 ‘친노의 부활’을 알리며 야권통합의 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호남세력 신경전’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당 지도부의 유일한 호남출신인 박지원 최고의원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만큼 민주통합당은 ‘친노’와 ‘호남’ 세력을 얼마나 잘 융화되는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한명숙 구도…‘박정희 vs 노무현’ 붙었다


지난 15일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 대표로 당선되면서 4월 총선 대결구도가 짜여졌다.
이번 경선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친노(친노무현)의 부활’이다. 친노의 상징인 한 대표 외에도 문성근 후보가 2위를 차지하는 등 기존 민주당의 기반인 호남세력이 약화되고 친노세력이 수면위로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4월 총선과 관련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한 대표의 대결을 넘어서 ‘박정희 vs 노무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 한 대표는 경선 내내 ‘독재 피해자 대 독재 수혜자’의 프레임을 내걸으며 박 위원장과의 대결구도를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표는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박근혜다. 그 대항마가 독재의 피해자인 한명숙이면 이겨낼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밝혔었다.
출발선에 선 두 사람의 이력은 극과 극이다. 박 위원장은 1975년 어머니 육영수 여사 사망 후 23세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시작했다. 반면 한 대표는 1979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유신 말기 반공법 위반 사건)에 2년간 투옥생활을 했다. 또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 NGO대학원 평화학 겸임교수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13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이에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번 총선을 놓고 “민주적 박정희를 뽑느냐, 합리적 노무현을 뽑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박 위원장을 상징하는 박정희 패러다임과 김대중 패러다임에 뿌리를 두는 노무현 패러다임이 총·대선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 같이 상반되는 행보에 지난 17일 박 위원장과 한 대표간 첫 회동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박 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선출 축하인사를 건넨 후 “국민의 삶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목표가 같으니 앞으로 여야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렇게까지는 예상을 못했는데 거의 80만명이나 되는 엄청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줬다”며 “우리들은 역동적인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았다”고 답했다.
전당대회를 거치치 않고 전국위원회 절차만을 거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박 위원장으로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한 대표는 이어 “우리 당은 모바일투표를 했고, 시민들이 접근하기 쉬워서 많이 참여했는데 이것이 정착되면 낡은 정치, 동원 정치, 돈 정치가 없어진다”며 최근 ‘돈 선거’ 논란으로 입장이 불편한 한나라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우리 당의 자료를 주겠다”며 직접 문서를 건네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국민경선이 부작용없이 정착되려면 여야가 동시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산적한 일이 많겠지만 이를 검토해서 양당이 하루 빨리 선거법 개정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정봉주법’에 대한 발언으로 박 위원장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정봉주 전 의원이 감옥에 들어간 것은 표현의 자유와 연계된 정치 탄압일 수 있다”며 “민주당이 소위 ‘정봉주법’을 발의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는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2월 국회에서 해결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법이 이뤄지면 정 전 의원과 같은 희생자는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박 위원장은 “(법안이) 올라와 있느냐”고 물었고 한 대표는 “그렇다. 당론으로 정했다”고 답했다.


◇한명숙, ‘친노 부활 아니다’ 색깔 지우기 노력


한편 한 대표는 이번 경선을 놓고 ‘친노의 부활’이라는 일부의 평가와 관련해 “친노, 반노, 비노 이런 구도는 언론에서 만든 분열적인 수사”라며 친노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2위로 최고의원에 당선된 문성근 최고의원 역시 “(친노의 부활이라는 평가에 대해) 온당한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른바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자신이 친노로 분류되고, 부각되는 것에 대해서도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통합당 지도부에서 호남세력은 박지원 최고의원뿐이다.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정통 지지기반인 만큼 이를 배제하고는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 대표는 “자신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정치에 입문했다”며 친 DJ라고 밝혔다. 문 최고의원도 “(한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총리를 했던 분”이라며 친노 색깔을 배제했다.
또 한 대표는 취임 첫 날인 16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한 대표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 여사와 만나 전날 전당대회에서 있었던 내용을 설명하며 이 같은 각오를 전했다고 오종식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전했다.
그는 이 여사에게 “이제 민주당에서 더 큰 민주당으로 통합을 했다”며 “그것이 김대중 대통령님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져 정당 사상 최초로 있었던 참여경선 지도부들이 탄생했다”며 “저희 모두 감격스러웠고, 김대중 대통령님 생각이 많이 났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를 한 한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살아계실 때 하셨던 말이 자꾸 생각이 난다. ‘살을 꼬집어 봐야겠다’고 하시면서 ‘이게 꿈인지, 어떻게 1, 2년 만에 우리가 세워놨던 남북평화는 물론이고 서민경제나 모든 것들이 무너질 수 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안타까워 하셨는데 그것을 우리들이 제대로 회복시키지 못한 채 가시게 돼 참으로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이번에 혁신지도부가 뽑혔다”며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완전히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를 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오 대변인은 전했다.


◇18일 봉하마을, 19일 광주…‘호남 세력 소외되나’


이후 당 지도부는 18일 봉하마을, 19일 광주를 방문했다. 호남지역이 ‘2순위’로 밀린 것이다. 또 부산 방문후 한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을 부산에서 시작하려 한다”고 말해 호남세력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 지도부는 1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다짐했다.
한 대표를 비롯해 문성근·박영선·박지원·이인영·김부겸 등 최고위원 등은 봉화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 옆에 마련된 묘역을 찾아 헌화한 뒤 묵념을 했다.
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에서 참배를 하고 생전의 대통령에게 보고하듯 “노무현 대통령님 저희들 왔다”고 인사를 했다.
한 대표는 “정치인, 시민사회, 노동계가 합쳐 큰 통합을 이뤘다”며 새로 선출된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소개했다.
그는 “깨어있는 조직된 힘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각성된 시민들이 80여만명이 참여해 시민혁명을 이뤘다”고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2012년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를 지켜보시고 바람이 불면 대통령님이 저희 곁에 있는 것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부전시장 새마을금고 2층 강당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갖고 향후 정국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지역구도 타파’를 명분으로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부산·경남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김정길·장영달·김영춘 전 의원 등이 함께 한 자리에서 한 대표는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 열풍의 진원지고, 지역구도 타파의 진원지”라며 “이곳에 지도부가 와서 회의를 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당대회에 참여해주신 부산시민, 경남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러분의 요구와 열망을 담아 부산과 경남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전국에서 지각변동을 일으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민주통합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을 부산에서 시작하려 한다”며 “‘바보 노무현’의 뒤를 이어 ‘작은 바보 노무현’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민주통합당의 ‘작은 바보 노무현’들이 어떤 일을 해낼지 상상만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친 DJ 박지원, 신임 지도부 ‘견제’


이에 이번 당 지도부에 유일한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박지원 최고의원은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박 최고위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첫번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현재 우리 민주통합당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는 선당후사(先黨後私)”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선과 이념이 계승되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정치를 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하는데도 이 기준을 갖고 적용을 했다”며 “앞으로 민주통합당도 예외가 되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한 대표를 비롯한 신임 최고위원들에 대한 견제로 해석된다. 고(故) 김 전 대통령의 분신으로 불리는 그는 옛 민주당과 시민사회진영이 통합논의를 진행할 때부터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겨왔다.
김 전 대통령이 평생에 걸쳐 일궈 놓은 당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뒤늦게 통합과정에 합류해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됐지만 당초 옛 민주당 대표로 유력했던 입장에서 비춰보면 위상이 급전직하한 게 사실이다.
친노 세력의 부활과 DJ계의 퇴조로 부각되는 판세도 그의 위치에서 보면 불편한 상황이다.
현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말의 행간을 살펴보면 박 최고위원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한 대표가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성동구 마장동 우시장을 찾은 뒤 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를 한 것을 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마장동 우시장 민생탐방 후 현충원참배! 대통령님! 이 순간 저에게 무슨 말씀을 주시렵니까?’라고 글을 올렸다.
한 대표는 친노색을 최대한 배제하는 발언을 하고 있지만 이후 행보는 여전히 호남세력들에게는 불만이다. 대권 잠룡으로 분리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대표적인 친노인사로 호남기반이 점차 약화될 수 있는 우려다.
지난 2010년 10·3 전대 때는 정동영·천정배·박주선·정세균 등 4명의 호남출신이 최고의원에 당선됐다. 이번 지도부에서 호남인사로는 혼자 남은 박 최고의원은 지역을 대표해 고군분투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야권 한 관계자는 “평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박 최고의원)의 성향을 놓고 봤을때 당내 갈등이 충분히 우려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의(大義)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당내갈등 조성보다는 총선 승리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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