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보건의약단체 대표들이 리베이트 근절 자정을 선언을 했다.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병원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한국제약협회,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대한치과기재협회 등 13개 보건의약단체 대표들은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불합리한 관행 근절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불합리한 거래관행을 근절하고 대금결제 기간을 개선할 것과, 정부에 합리적 수가계약제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날 리베이트에 중심에 서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참여하지 않았다. 리베이트 근절에는 동의하지만 보여주기에 그치는 선언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은 의사들을 범법자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놓고 의협 등이 주장하는 ‘의사명예 실추’ 주장은 확대해석이며, 이는 자칫 ‘진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보건의약단체, ‘리베이트 근절 자정선언’ 발표
대한병원협회·대한제약협회 등 13개 보건의약단체들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불합리한 관행 근절 보건의약단체 자정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상철 병원협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일부 의료기관 등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법 관행으로 이를 근절해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과 국민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역시 업계와 함께 대화를 통해 합리적 건강보건정책을 실현해야 하며 우리 모두 배려하고 노력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자정선언이 합리적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보건의료체계를 잘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구 약사회장은 “의료, 제약 및 의료기기산업을 정부가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이번 불합리한 관행 근절 선언이 국민 신뢰 회복과 산업과 직군이 함께 성장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당부했다.
이날 선언에서 보건의약단체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정상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수가계약제도를 합리적 개선 △불합리한 관행으로 적발되어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 회원에 대한 선처 △보험수가 등의 산정에 투명성과 예측가능성 확보 △신약 및 의료기기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확대 및 혁신형 제약기업 육성 등 친화적 환경 조성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유통투명화를 위한 보건의료계의 노력에 대한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편 복지부는 업계의 이같은 선언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업계가 스스로 자정선언을 한 것에 환영하고 감사하다”며 “아무래도 리베이트 등은 문화적이고 관행적이다 보니 정부 제도뿐만 아니라 거래 당사자들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의미 있는 자정선언이다”고 밝혔다.
이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원할 것은 지원하면서 적극적으로 뒷받침 할 것”고 말했다.

◇의협, ‘자정선언? 의미 없다’ 불참…‘독단행보’ 논란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자정선언에 참여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 의사와는 별개로 ‘따로 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의협은 성명을 통해 불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자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보건의약단체들이 다 모여 선언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동참하지 않는 것은 자정선언이 이렇다 할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불합리한 관행의 근절은 선언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며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불합리한 관행이 생기게 된 환경과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언은 단지 보여주기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협은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리베이트는 분명 도덕적이지 않지만, 도덕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며 “다른 법률에 의해 처벌이 가능함에도 굳이 의료법에 리베이트 처벌조항을 만든 쌍벌제 입법은 의사들을 범법자 집단으로 매도할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의사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처받았다”며 “이러한 가운데 자정선언을 한다면 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의 명예를 또 한 번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 관행은 선언으로 근절되지 않는다며 구조개선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강제조제위임제(의약분업) 전과 같이 모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약품 거래 당사자가 되게 한다면 리베이트 쌍벌제는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개업의가 리베이트(할증)를 받았다면 그건 시장경제 하 어느 부문에서나 있는 거래의 한 형태이므로 문제될 게 없으며, 봉직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사용자에 의해 배임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벌제라는 조항을 만들어 의료법을 누더기로 만들 이유가 없다”며 “그런 점에서 큰 틀에서의 제도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자정선언에 대한 불참이 의사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의사 명예 실추?’
한편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협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의사들의 명예 실추가 아닌제약협회와의 갈등으로 인한 불참이라는 것이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지난달 29일 제약협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제약협회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의 단초를 제공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한바 있다.
노 대표는 “2009년 제약협회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정부에 요청한 사실에 대하여 그 요청이 부족절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의료계에 사과해야 한다”며 “리베이트 제약사와 의사들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제약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약협회는 리베이트쌍벌제 요구와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며 “‘일괄 약가인하’라는 정부의 잘못된 약가조정 정책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사과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약협회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의협도 이번 자정선언에 불참하면서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의사들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는 주는자와 받는자 모두 잘못된 것이며, 쌍벌제 시행으로 인해 의사들의 명예 실추 부분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데 유독 전의총과 의협만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자칫 ‘진짜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며 “이번 자정선언 불참은 결국 독단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으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다 같이 하나가 돼야함에도 오히려 갈라지는 형국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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