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아이러니 하지만 김정일의 사망에 가장 기뻐했던 이들은 굶주린 북한주민도, 핵무기의 위협에 식량을 퍼주는 미국도, 앞으로 얻어낼 것에 들떠있던 중국도 아닌, 한국의 ‘보수단체’였다. 사진은 지난 2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김정일의 사망에 환호하는 라이트코리아,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의 회원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으로 아시아 정세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당분간은 별다른 움직임이나 대응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단 미·일·중·러 모두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북한 내 상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향후 북한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세력판도 재편은 불가피해 보인다.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지지세력 기반이 확고하지 못하다면 중국 혹은 미국과 같은 ‘외세’와 손잡는 것만이 유일한 방책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공식 발표에 전 세계의 관심은 북한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중국·일본·러시아라는 강대국이 모여 있고 미국이 태평양 함대를 상주시키며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여기에 북한은 폭풍의 핵처럼 이곳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로써 존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의 권력승계와 체제유지에 대한 불안이 국제사회로 퍼져나가고 있어 쉽게 앞일을 예측할 수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 문제가 닥쳐있는 만큼 그것에 대한 해결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서로 관망하는 모양세로 나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속셈은 각기 다른곳에 있다.
◇ 미 “압박 Yes, 전쟁 No”, 일 “여차하면 전쟁”
미국과 일본은 2차 대전 이후부터 계속 경제적, 외교적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북한문제는 대부분 같은 목소리를 내 왔다. 그러나 사실 북한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일본의 입장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불안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좋지만 전쟁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고 일본은 여차하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미국은 북한을 빌미로 지금껏 태평양 함대를 아시아에 주둔시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왕정과도 같은 독재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통해 아시아에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영향력을 행사해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미국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김 씨 왕조가 붕괴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흡수되는 것이다. 막상 북한이 붕괴한다면 미국이 손쓰는 것보다 빨리 중국과 러시아가 나설 공산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과 최대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풀어줘야 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비슷하지만 정 반대의 입장이다. 일본은 ‘내심’ 전쟁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외부적 요인으로 돌려 내부를 결집시켜 왔다.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폭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 중인 현재도 마찬가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지난 2차 대전 이후 패전국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군대를 보유하지 못했으나 최근 중국·한국과 해저자원 전쟁에 나서며 군대를 보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지난 한국전쟁으로 경제회복을 한 경험도 있어 전쟁을 바라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중·러 “미국 상대 할 때만 협력을”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도 미묘하다. 양국은 현재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상대보다는 일본을 상대하고 있는 형국이고 러시아는 푸틴을 중심으로 한 독재체재 구축으로 다시 강대국으로 서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속적으로 북한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경제교류에 힘쓰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오히려 남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이것은 양국의 기본적인 목적의 차이에 기인한다.
중국이 북한에서 가치가 높다고 보는 것은 두 가지로 값싼 노동력과 수송, 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고도경제성장을 이룬 중국 주민의 생활은 빠르게 좋아지고 있어 생활비, 임금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장기적으로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북한을 무역로로 이용할 수 있다. 중국은 태평양을 향해 열린 항구가 없다. 중국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중국이 라선이나 청진과 같은 북한 항구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러시아는 지난 20여 년간 북한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노선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 본격화된 북미대화 등을 전후하여 러시아의 대 동북아노선 및 대 한반도노선에는 감지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동북아에서의 미국 헤게모니 견제라는 러시아 외교노선 강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이례적인 비판, 동시적인 북·러 관계 정상화 시도, 그리고 북핵문제 및 한반도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 형태로 표출됐다.
러시아는 한반도문제에서의 자국의 영향력을 국제적으로 가시화하는 데 점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북·러 공조체제를 점차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러한 러시아의 적극적 대북노선 선회는 최근 남·북·러 천연가스 송유관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 북 “체제 안정이 최우선”
북한은 이러한 강대국들의 입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최근까지 ‘핵’을 내세워 세계를 긴장시키고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얻어냈다. 또한 일본에게는 ‘군사력’을 가질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과는 지속적인 경제협력으로 점차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와는 철도와 가스관 사업 등을 추진하며 교류하고 있다. 우리와는 다르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도 내고 이것저것 챙겨가려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은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권력 승계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 쿠테타나 내전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북중일러 4국의 균형을 깨트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이 어느 한편으로 붙거나 흡수되는, 혹은 외세가 직접 개입하는 형태가 될 경우 여차하면 ‘핵전쟁’도 각오해야 할지 모를 상황이다.
이 때문에 4국은 북한에 대해 김정일 이후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제위기 덕분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마저 복잡한 상황에 빠진다면 세계는 더욱 혼란한 상황으로 돌입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남한 “우린 그저 들러리”
안타깝게도 이는 모두 남의 나라 이야기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전혀 알지도 친하지도 않은 덕분에 우리는 지금껏 북한문제에 대해 제3자 혹은 관계자 정도의 위치만 부여 받았다. 그동안 북한과 가장 대등한 위치까지 올라섰던 것이 지난 10여년의 정권이었으나 현 정권에선 다시 들러리로 추락했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통일에 전혀 관심이 없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양 옆에 끼고 미국과 일본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는 것이다. 통일은 북한에겐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상식적으로, 김 씨 세습체제를 유지하는 위해 분단이라는 현실이 압도적으로 편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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