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부귀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은 그 욕심이 맹렬한 불, 권세는 사나운 불과 같다(生長富貴叢中的, 嗜慾如猛火, 權勢似烈焰). 맑고 서늘한 기운을 지니지 않는다면, 그 불이 다른 사람을 태우기에 이르지는 않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태워버릴 것이다(若不帶些淸冷氣味, 其火焰不至焚人, 必將自爍矣).”
채근담 지적처럼, '가진 자'가 다른 사람을 태워버리는 것은 몇몇 ‘갑질’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은 ‘회장님’을 위해 낯간지러운 노래와 율동이었다. SK그룹 회장의 부인은 자신의 차량에 비치된 껌과 휴지가 떨어지면 운전석 쪽으로 껌통과 휴지상자를 던지며 “도대체 머리는 왜 달고 다니냐”는 등의 폭언을 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은 압권이다. ‘땅콩 회항’과 ‘물벼락 갑질’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 일우재단 전 이사장의 경우는 혐의가 운전자 폭행ㆍ특수상해ㆍ상해ㆍ특수폭행ㆍ상습폭행ㆍ업무방해ㆍ모욕 등 무려 7가지에 달했다.
남을 태우다 못해 ‘자기 자신을 태워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은 법원의 구속 심사를 앞두고 ‘분노조절장애진단서’라는 희한한 진단서를 제출하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믿음에 근거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장애’다. 그 장애 덕분인지 이 전 이사장은 구속을 피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이 전 이사장은 경찰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언론에 영상이 공개된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 전 이사장은 ‘중증(重症)’이 아닐 수 없다. 분노조절장애와 기억상실 등 드러난 병만 두 가지나 되고 있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관세청 조사 때 “두통 때문에 더 이상 조사받기 어렵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 때문에 조사를 끝내줬지만, ‘해외 구매 물품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있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여름이 되어도 선풍기 바람을 쐬면 손발의 뼈가 비틀어지는 듯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보석으로 풀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도 병이 간단치 않은 듯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출두하기도 했다. 병원 구급차에서 내려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 옮겨 앉고 있었다. ‘한겨울’에 출두하는 바람에 모자와 목도리, 두꺼운 점퍼, 담요로 온 몸을 꽁꽁 감싼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휠체어 출두’는 이미 고전적인 방법이다. 10년도 더 전인 2007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한국 재벌총수들은 곤란할 때마다 휠체어를 탄다’고 꼬집는 보도를 한 적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휠체어 쇼’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탈무드’에 나오는 얘기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랍비를 면담했다. 조금 일찍 도착한 부자가 랍비를 먼저 면담했다. 면담시간이 한 시간이나 되었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가난뱅이가 이어서 랍비를 면담했다. 하지만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난뱅이가 투덜거렸다. 부자와는 한 시간이나 만나주면서 가난뱅이는 고작 5분이라는 항의였다.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너는 네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부자는 자기 마음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한 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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