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한지붕 두가족' 시끄러운 사연

산업1 / 장우진 / 2011-12-19 14:10:04
외환銀 인수…김석동 '법대로 했다' vs 권혁세 '법과 현실 동떨어져'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금융당국의 ‘한 지붕 두 가족’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신경전이 업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금융소비자보소원 설립을 놓고도 대립양상을 보여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론스타 먹튀 논란 등과 관련해서도 논쟁을 주고받아 금융당국의 불협화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은 올 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저축은행 사태와 각종 금융사고, 우리금융 민영화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각종 역경을 이겨내왔던 둘이지만 금소원 설립과 관련해 또다시 불거진 밥그릇 싸움, 그리고 론스타의 먹튀 논란 등에 양 수장이 전면으로 응수하는 입장을 보이며 신뢰가 생명인 금융당국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김석동 ‘산업자본 여부, 법대로 하겠다’


최근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다.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였던 론스타의 주가조작 사실이 유죄로 판결나면서 초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으로 맞춰졌다. 징벌적 매각과 조건없는 일반 매각 중 금융위가 어떤 명령을 내리냐는 것이다. 정치권·노조 등 사회 각층에서는 론스타의 산업자본 규명 등을 내세우며 징벌적 매각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금융위는 자칫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는 현실 등에 의해 조건없는 매각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에 권 원장이 일침을 가하면서 두 수장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김 위원장은 최근 “론스타에 대해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여부를 판단한 후에 (하나금융의 인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법에 따른 결정을 내릴 방침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5회 자금세탁방지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된 문제들을 모두 소급해서 조사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금융주력자 여부 판단은 금융감독원 소관”이라며 “금감원에서 검토한 결과를 보고 받아서 금융위에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금감원에 조사를 일임했다”며 “금융위는 금감원에 사전적으로 의견제시, 협의 등을 일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에는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 승인과 론스타펀드의 산업자본 여부 판단은 별개”라며 “특별한 법률적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즉, 론스타가 은행 지분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인지를 판단하는 문제와 하나금융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사들이는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는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또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이어 “인수 승인 심사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며 “산업자본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열심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 김석동 금융위원장(좌)와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권혁세, ‘법이 잘못됐다’…전면 응수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이 같은 발언 이후 권 원장이 뼈있는 일침을 가했다.
권 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 출입기자들과 청계산에 올랐다. 그는 이날 “론스타펀드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판단문제가 현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은행법이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은 탓에 은행 대중에 대한 산업자본 기준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비금융주력자는 과거 재벌의 금융산업 진출을 제한하려고 도입한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계 금융자본에 (현재의 은행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금융주력자로 볼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을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현행 은행법은 2조원이 넘는 비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은행 지분을 4%이상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법대로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법이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응수한 것이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주는 금감원이 철저히 조사해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권 원장은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오히려 훈수를 두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은 모두 서울대 경영학 학사 출신으로 행정고시 23기 동기생이다. 나이는 김 위원장이 3살 더 많다.
이 같은 양 수장의 기 싸움은 현재 권 원장에게 기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최근 국부유출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펀드와 ‘'조건없는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금융위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론스타는 주가조작과 고액배당을 통해 국내 금융질서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고 최근 주가조작으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했지만, 시가를 넘는 금액으로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며 국정조사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부실한 조사와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지분 매각 명령과 하나금융과의 지분 인수에 대한 의혹들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건없는 매각명령을 내린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소원 놓고도 ‘밥그릇 싸움’ 비판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무산된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서도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우리금융 매각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해오다 결국 좌초됐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주 등 다양한 해법이 나오기도 했지만 김 위원장은 고집을 꺽지 않고 계속 매각을 추진했다. 결국 우리금융 매각은 또 다시 좌초됐으며, 이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권 원장 역시 수난을 피해가지만은 못했다. 금융감독 체계가 문제시되자 금융당국은 ‘금융감독 혁신’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알맹이는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금융소비자보호원(이하 금소원) 설립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외적으로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춰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결국 금소원은 ‘편제는 금감원 산하’, ‘예산과 인사는 독립’, ‘금소원장 임명·예산편성에 대한 최종승인은 금융위’라는 뭔가 톱니바퀴가 맞지 않은 모양새를 갖췄다.
당시 김 위원장도 일종의 절충안을 내보이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고, 권 원장 역시 ‘금융위를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지만 ‘절충이 절충이 아닌’ 상황을 보였다. 오히려 차후 더 큰 갈등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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