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통합협상위원회의 통방방안에 합의하면서 야권통합이 급물상을 타고 있다. 그러나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이에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동안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도 경선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었으나 상호 조금씩 양보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손 대표와 혁신과 통합은 통합 신당 지도부 선거인단을 ‘대의원 30%, 당원·시민70%’로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손 대표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박 전 원내대표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박 전 원내대표는 ‘밀실합의’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같이 손 대표-혁신과 통합과 박 전 원내대표간 갈등이 골의 깊어지는 것을 놓고 ‘밥그릇 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반발은 민주당내 지지도가 높은 만큼 대의원 수가 줄어들게 되면 경선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당내 두 거물인 손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의 결별이 향후 민주당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의 당내 세력과 그 동안 손 대표를 뒤에서 밀어준 것을 감안했을 때 총·대선에서 민주당이 제 목소리를 못낼 가능성에 자칫 분열의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혁신과 통합, 경선룰 합의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지난 7일 경선방식의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 야권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민주당 통합협상위원회의 통합 방안에 합의했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지도부 선출 방식은 대의원·당원·시민이 참여하는 개방형 국민참여 경선이다.
선거인단 구성은 대의원 30%, 당원·시민 70%으로 하는 방안이 민주당 내 다수 의견이고 혁신과 통합도 이 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대의원 투표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측 선거인단이 각각 1만2000명씩 참여하게 된다. 당원·시민 투표에는 민주당의 당비 납부 당원 12만명을 선거인단에 포함하고 시민들의 참여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 통합추진위원회는 ‘대의원 20%, 당원·시민 80%’의 투표인단 구성 방안을 제시했으며, 시민들이 경선에 참여할 때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한바 있다.
오종식 혁신과 통합 대변인은 “투표를 할 때 당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내용은 말이 안된다”며 “실질적으로 당원 경선을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바 있다. 또 만족스러운 경선룰 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시민참여당’ 창당대회를 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인 혁신과 통합이 강한 거부의사를 보이자 민주당은 한발 물러나 합의를 이끌어냈다.
경선에서 당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노동 부문 1명을 포함해 3명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두는 방안도 합의됐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시에는 여성과 노동, 지역을 배려하도록 했으며, 당연직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외에 청년 대표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소외된 박지원, ‘손학규와 결별하겠다’
이같은 상황에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간의 통합 논의가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 큰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내 ‘독자전대파’의 반발 기류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손 대표와 혁신과 통합이 밀실에서 합의한 내용대로 가고 있다. 바뀐 내용은 2대8이 3대7로 변경된 것 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합의처리가 되지 않았고, 손 대표와 나 사이에 어떤 합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오늘 손 대표와 오찬에서 나는 이런 것을 지적하면서 결별하기로 했다”며 “마음을 비우고 내 길을 가기로 했다. 전당대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자전대파’를 대표하는 박 전 원내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 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아무 발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 협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고 전대 표결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야권통합시 지도부 선출방식 합의와 관련해 손 대표가) 밀실야합을 했고, 합의처리 하자는 약속을 깼다”며 “앞으로 손 대표와 정치행보에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대선 때 손 대표에 대한 지지도 철회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비열한 방법으로 (대의원을) 불참하게 한다든지 하는 일은 안한다”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없어지는 것에 반대하는 많은 대의원들이 있고, 그 분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은 조정할 능력도 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야권 통합의 결림돌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떤 좋은 일도 법과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불행한 결과가 온다”며 “내 문제제기로 인해 절차가 지켜진다는 것은 큰 효과다. 나는 반통합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밀어주던 박지원, 배신감에 등 돌리다
박 전 원내대표가 이 같이 손 대표를 향에 반감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전당대회와 관련해 “손학규 대표와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한바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손 대표를 만나 통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통합 여부를 표결에 부치는) 박주선 최고위원의 방안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하고 손 대표도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고 언급하며 했다.
그는 새 통합정당의 지도부 선출 절차에 대해서도 “공직선거의 경우 국민들의 선출을 받기 때문에 공천권은 국민에게 주고, 당권은 당원들 즉 구성원에 의해 선출돼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바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 동안 손 대표와 좋은 호흡을 보이며 당을 이끌어왔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선정시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야권 통합경선에서 패배하자 이에 대한 책임으로 손 대표 사퇴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박 전 원내대표는 “손 대표는 몸을 던져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킬 의무가 있다. 사퇴는 안된다”고 손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4·27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손 대표가 출마하자 박 전 원내대표는 앞장서서 손 대표를 밀어줬다.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능수능란한 밀고 당기기를 벌이며 당을 이끌었다.
그러나 통합안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심지어 한마디 상의없이 진행된 데에 박 전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손 대표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손-박 결별에 민주당 분열 가능성도
단지 감정적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박 전 원내대표다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당의 지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번 합의내용을 보면 대의원 비율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는) 거대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상대로 투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경력면에서 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의지를 드러낸바 있다.
전당대회 전 출마 가능한 후보로는 박 전 원내대표를 비롯, 한명숙 전 총리,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앞서는 것으로 꼽혔다.
이 중 박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세력이 가장 강하고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확보해 당원 투표 방식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문 대표는 지원 조직이 취약하지만 인지도가 높고 비(非) 민주당 후보라는 대표성이 있어 국민참여 경선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박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당권 주자들은 선거인단 구성에 있어 당원·대의원 투표 비율을 높이길 원하지만 비민주당 계열과 대중 지지도가 높은 민주당 주자들은 국민참여 경선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즉 이번 통합합의안은 박 전 원내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마음을 비우고 갈 길을 가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당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을 직감한 발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손 대표의 카리스마’에 대한 논란이 지적되고 있다. 손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을 0순위 주자로 꼽히던 박 전 원내대표마저 등 돌리는 것에 ‘지나치게 혁신과 통합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내대표의 당내 세력과 그 동안 손 대표를 뒤에서 밀어주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손 대표 뿐만 아니라 민주당 정체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앞으로 치러질 총선뿐 아니라 손 대표는 대선에서도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에 있을시 민주당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던 인물이다”라며 “이는 단순히 두 거물 정치인이 결별한 것을 넘어서 자칫 당내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정치라는 것이 언제든지 다시 만나고 또 멀어질 수 있으며, 실제 그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앞으로 남은 총·대선 기간을 감안했을 때 손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가 다시 손을 잡더라도 모양새는 좋게 비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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