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등을 논의하는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부터 이달 9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총회는 내년으로 효력이 다하는 ‘교토의정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교토의정서 체제의 존속을 놓고 열띤 논의를 벌이고 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교토의정서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이번 회의에서 각 나라 정부에 주어진 가장 힘든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개도국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교토의정서가 존속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1992년 마련된 ‘기후변화협약’에 근거한, 온실가스 감축 및 적응 등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매년 말 개최되는 기후변화관련 최대 규모 국제회의이다. 지난달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애서 개막한 이번 총회는 분과별 실무회의를 거쳐 이달 6일 장관급 회의에 들어가 9일 폐막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교토의정서’는 1997년 채택돼 2005년부터 시행된 ‘기후변화협약’의 부속의정서이다. 이는 선진국(39개국)에 대해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규정하고, 의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일정한 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국제규약으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현존하는 가장 체계적이고 구속력 있는 국제규약이다.
2012년에 1차 공약기간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체제의 존속과 폐기를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치열한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가 온실 가스를 줄이는 데 실패한다면 금세기 말 지구 평균 기온이 3~6도 상승할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가 존속할 전망은 밝지 않다.
◇ 협상 시한 이미 넘겼지만 합의 가능성 낮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놓고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협상이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하는 우려가 쏟아내고 있다. 올해 진행된 실무급 사전 협상도 “지구야 어떻게 되든 말든”식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반목으로 인해 파국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회에서 방향은 정했지만 추가 협상에 수년이 소요되고, 다시 각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협상 시한은 이미 지났다. 당사국들은 효력이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할지 여부와 교토의정서 이후 감축 체계를 확정짓기 위한 논의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지난 16차 총회에서 나온 ‘칸쿤 합의’는 “각국이 경제적 이익만 추구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에 근접도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추가 협상에서도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10월 파나마에서 열린 실무 협상에서도 교토의정서 연장과 협상 체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했다. 미국, 일본 등은 “온실 기체 의무 감축 체제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한 법적 문서를 채택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 등 개발도상국은 “교토의정서 연장을 통한 선진국의 의무 감축과 개발도상국의 자발적 감축 체제를 희망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그 규모에 맞게 이바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캐나다는 교토의정서를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며 미국은 지난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다.
아직까지도 “선진국 감축 의무만 규정한 교토의정서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토의정서 연장이 개발도상국 온실 기체 감축과 연동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교토의정서 상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은 “이미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이 온실 가스를 많이 배출해왔기 때문에 우선적인 책임지고 엄격한 목표를 세워 배출량을 줄여야한다”며 의정서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무는 달라야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공평과 능력의 원칙에 따라 각각 구별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브라질·남아공·인도 등도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자발적으로 온실 기체를 감축할 것이고, 예전 협상에 의해 개발도상국은 의무 감축을 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선진국들을 맹렬히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다른 주요 배출국들이 기후 협약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을 조건으로 협약에 다시 서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며 “선진국의 우선적 감축의무부담과 개도국의 자발적인 의무감축 참여”라는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채택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유엔 주도의 다자간 협상 불가피”
전문가들은 “이번 총회는 ‘유엔 주도의 다자간 협상’이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결정될 중요한 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연구원은 “지난 ‘칸쿤 합의’는 화려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껍데기에 불과하지만. 유엔 주도 하의 다자간 협상 체제 좌초를 막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합의 이후 첫 협상에서 전혀 진척이 없다면 다자간 협상을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협약 체제’는 무용론에 휘말릴 수 있다”며 “지난 7월엔 기후 변화 문제를 선진국들과 군소 도서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국가에게만 협상 권한을 부여해 개발도상국이 연대하는 것을 막고, 미국·영국·프랑스는 거부권 활용,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선진국들의 계산이었다. 이 연구원은 “이들 국가들을 전혀 신뢰할 수 없고, 기후 변화로 인한 책임과 영향은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당사국들이 참여하는 다자주의 협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협약 체제가 깨지면 향후에는 각국의 자발적 감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칸쿤 합의’가 도출된 배경도 다자주의 협상 체제의 필요성 때문이다.
선진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평가받았던 코펜하겐 협정에 반발했던 당사국 중 볼리비아를 제외한 모두가 ‘칸쿤 합의’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코펜하겐 협정과 내용이 달라진 게 없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칸쿤 합의에 찬성한 이유는 다자간 협상 체제가 깨지는 것은 곧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동력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반 회의를 두고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공의 데스먼드 투투 주교는 “기후 변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적”이라며 “어떤 나라도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라고 불리는 적과 혼자 싸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겐 집이 (지구) 하나뿐이다. 부자든 가난하든 이곳이 유일한 집”이라고 강조했고,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영국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도 “이번 기후회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다자간 협상 체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더반 총회’도 이런 정치적 정글에서 헤어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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