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밤에 게임 하지마!

산업1 / 전성운 / 2011-11-25 18:07:38
여가부 ‘셧다운제’ 시행

오는 2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인터넷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일명 ‘셧다운제’가 시행된다. 셧다운제는 PC 온라인 게임 중심으로 우선 적용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게임은 한동안 제외하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당초 제외 될 것으로 예상됐던 Xbox360과 PS3 등 콘솔 게임기의 네트워크 플레이는 적용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셧다운제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게임 업계의 압력에 밀려 본 취지가 흐려진 누더기 제도가 됐다”며 “이럴 거면 왜 시행하는 거냐”고 의문을 던졌다. 이들은 “청소년이 문화를 즐길 권리까지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 비판했다.


업계는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법안”이라며 “위헌 판결이 나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이 사라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이 발의 후 바로 게임업계를 상대로 기금을 걷겠다고 발표, 그 목적은 결국 돈 마련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세다.


◇ 20일부터 0시 이후 청소년 게임금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0시~6시) 인터넷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20일 시작된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게임업체는 11월 2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자정~6시) 게임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명 ‘셧다운제’로 불리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인터넷게임 제공자가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인터넷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지난 5월 도입됐다.


여가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게임들이 중독성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이 크기 때문에 적용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게임회사는 적용시간이 되면 게임이 중단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여가부는 “스마트폰, 태블릿PC는 16세 미만 청소년 보급률이 낮아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없다는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반영, 셧다운제 적용을 2년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셧다운제는 PC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스타크래프트1’처럼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지만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추가 비용도 요구하지 않는 게임도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플레이스테이션3(PS3)’나 ‘닌텐도 위’처럼 기본적으로 인터넷 네트워킹이 이뤄지지 않는 콘솔기기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의 요구를 수용, 적용을 유예 받았지만 게임 이용에 추가비용이 요구되는 경우는 역시 셧다운제 적용대상이다.


여가부는 “적용에서 제외된 게임들에 대해 내년 11월 19일까지 청소년 유해성 여부를 평가, 셧다운제 적용 여부를 다시 결정하고 이후 2년마다 평가를 실시해 적용 범위를 조정할 방침”이라 밝혔다.


여가부는 앞으로 3개월여간의 계도 기간을 거쳐 내년 2월 1일부터 단속을 시작한다. 법을 어겨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 서비스를 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여가부는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에서 심야시간에 자녀의 게임이용을 지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개정안 시행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내년 1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청소년이 회원에 가입할 때 친권자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고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요청할 경우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항목이 신설돼 있어 게임업계에 또 한차례 파장이 예상된다.


◇온라인게임사 ‘준비완료’, 콘솔게임사 ‘당황’


대형 게임 퍼블리셔와 게임포털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온라인게임 개발사들도 셧다운제 시행령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는 이미 예상했던 셧다운제인 만큼 특별히 놀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셧다운제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온라인게임 개발사는 지난달 관련 공지를 마쳤으며, 오는 20일까지 셧다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행령이 발표된 후 블리자드는 긴급공지를 내고 오는 10일부터 업데이트를 통해 셧다운제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셧다운제의 공식 효력이 발생하는 20일 이전에 기술적인 문제들을 확인하겠다는 이야기다. 넷마블과 NHN은 17일 정기점검에 맞춰, 넥슨은 시행일인 20일에 맞춰 셧다운제를 시작한다.


셧다운제와 더불어 이용약관을 변경한 개발사도 있다. 기간제 아이템에 대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넥슨은 유료서비스 환불과 관련해 ‘관련법령, 정부정책 등에 따라 제한된 서비스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추가했으며, NHN도 ‘셧다운제로 인한 심야 시간 이용불가는 보상 및 환불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가 예고된 순간부터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었던 만큼 적용에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어서 여가부까지 게임규제 기관으로 추가되는 점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공동대응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당초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던 콘솔 게임도 이번 셧다운제에 포함됐다. 이 조항에는 ‘게임 이용에 어떤 방식으로든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 경우, 개인 정보를 수집 또는 이용할 경우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제공하는 Xbox LIVE는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월 단위나 연 단위로 요금을 결제해야 멀티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Xbox360의 Xbox LIVE는 셧다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소니(Sony) PS3의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이하 PSN)는 멀티플레이가 기본적으로 무료이기 때문에 셧다운제에는 해당되지 않는것 같지만 셧다운제 조항에 ‘추가 비용이 요구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혀 프리미엄 서비스인 PSN 플러스나 게임별 다운로드콘텐츠(DLC) 구매를 추가 비용으로 포함하면 PSN도 셧다운제 대상이 된다.


위의 경우를 제외해도 PSN의 계정을 만들 때 입력하는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의 범위에 따라 PSN도 셧다운 대상에 포함 될 것으로 보인다.


콘솔 게임도 셧다운제의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국내 콘솔게임의 양대 플랫폼인 MS와 소니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범위에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은 일단 제외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소니코리아는 “셧다운제와 관련, 여성가족부와 협조해와 우리는 이와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추가 비용 부분에서 PSN은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며 “기본 멀티플레이는 무료고 DLC가 유료지만 여성가족부는 그런 차이를 모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소니는 일단 PSN이 셧다운제에 포함된다는 전제 아래 작업 중이지만 애매한 부분을 정리해 직접 질의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코리아는 “기본적으로 국내법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미성년자를 특정 시간대에 차단하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본사도 난감해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갈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 이상의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Xbox LIVE는 단순히 게임 플레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에도 쓰이고 있다”며 “본사의 입장도 있고 현재 규정 자체가 모호해서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제대로 받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 ‘누더기 제도’ 비판…실효성 의문


일각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게임 업계의 압력에 밀려 본 취지가 흐려진 ‘누더기 제도’가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가부는 셧다운제를 시행하면서 유예 대상 폭을 대폭 늘려 실효성을 떨어뜨렸다. 일부 플래시게임과 PC패키지게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한 게임, 교육·전시용 게임, 콘솔기기 게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여가부는 “비영리 목적으로 제공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게임물은 셧다운제 적용을 2년간 유예했다”며 “내년 11월 19월까지 청소년·정보통신·게임·상담·관계부처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자문단의 평가를 거쳐 적용 여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 등은 2년간 적용이 유예됐다. 최근 급증세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게임도 마찬가지다. 또 콘솔기기를 이용한 게임도 최초 구입비용 외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적용이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의 취지가 인터넷게임 중독예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스스로 목적을 무너뜨린 시행령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셧다운제 적용 여부가 복잡해진 까닭을 두고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산업협회 등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겠다는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게임 관련 법안이 여성부 소관의 청소년보호법과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로 이원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스마트폰은 비싸서 게임 중독의 우려가 없다고 적용이 유예됐지만, 이보다 더 비싼 일부 콘솔기기는 셧다운제 적용을 받는 등 정책의 혼선이 매우 심하다”며 “셧다운제 적용 게임물은 청소년보호법이, 적용 제외 게임물은 게임산업진흥법이 적용되는 등 주무 부처가 다른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가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관계부처나 업계의 주장에 휘둘린 결과로 보여진다. 여가부 관계자는 “문화부는 스마트폰 적용을 빼달라는 의견을 전해왔고, 게임업계도 태블릿PC, 콘솔기기, 일부 플래시게임 등을 제외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며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심각한 중독 우려가 없다고 판단이 되거나, 게임 이용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게임물에 대해서는 셧다운제 적용이 유예되도록 했다”며 “실효성 확보를 위해 게임업체와 협의체를 운영하고 민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을 이용하는 경우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도 셧다운제의 허점으로 지적받는다.


시민단체들은 ‘이럴 바에 왜 시행하느냐’며 여성부를 비판했다. 지난 달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낸 문화연대는 “게임중독은 얼마나 게임을 이용하느냐의 문제이지 언제 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스스로 내세우는 시행목적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문화를 즐길 권리까지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일관성 없는 정책, 목적은 ‘기금’


이날 발표된 시행령은 ‘셧다운제’ 법안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시행령이다. 당초 여가부는 심야시간에 청소년이 할 수 있는 모든 게임들을 셧다운 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게임업계를 비롯한 학계, 법조계에서 조차 심야시간에 모든 게임들을 원천적으로 셧다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여가부는 이 의견들을 묵살, 강행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청소년의 심야 시간 수면권 보장을 위해 시행한다던 일명 ‘셧다운제’는 결국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먼 ‘온라인게임 죽이기 법안’으로 탈바꿈했다.


전문가들은 “셧다운제로는 여가부가 주장하는 ‘청소년들의 수면권’도 보장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온라인게임이 셧다운 되도 콘솔게임이나 패키지게임·모바일게임 등 선택지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셧다운제’가 일관성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발의 후 바로 게임업계를 상대로 기금을 걷겠다는 발표가 나와 그 목적을 두고 결국은 기금 마련이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가족위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은 게임업계 매출 1%를 게임 과몰입 기금으로 걷자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가부의 속셈은 결국 돈”이라며 “정부부처의 예산 마련을 위해 차세대 산업을 죽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업계는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결국 위헌 판결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은 사라지게 될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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