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2G고객 쫓아내기…'전화선 끊어'

산업1 / 전성운 / 2011-11-21 13:21:28
'고의로 집 전화 끊고 3G 전환 요구'…고객분노 폭발

[토요경제 = 전성운 기자] 본지가 지난 278호 <KT “2G이용자들 좀 나가라”> 기사를 통해 언급했던 ‘KT의 2G 사용자 쫒아내기’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KT가 2G 고객들을 쫒아내기 위해 ‘전화선 끊기’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다. KT가 2G 사용자의 집전화를 고의적으로 끊은 후 고객이 수리를 요청하면 찾아가 3G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 것이 한 언론사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KT는 부인하고 있지만 그간 KT가 2G 사용자를 쫒아내기 위해 이런 방법을 동원해온 사실이 계속 제보되고 있다. 이밖에도 2G 전화를 직권해지 시킨 후 3G로 이동을 강요하거나 상담센터 직원을 동원해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를 거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이러한 KT의 행태에 “갈때까지 갔다”는 반응이다.


<한겨레>는 지난 15일 “KT가 2G 휴대전화 가입자들의 집전화를 일부러 고장낸 뒤 가입자 집으로 찾아가 3세대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겨레>는 한 고객의 사례와 입수한 녹취파일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정씨는 지난달 집전화가 갑자기 고장나 KT에 고장신고를 했는데 찾아온 KT 직원들이 정씨에게 유선전화 고장에 대한 이야기 대신 정씨가 쓰는 2G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3세대로 바꿀 것을 권유했다.
정씨는 “아파트에서 우리집 회선만 갑자기 고장나고, 방문 직원이 다짜고짜 휴대전화 교체를 요구한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케이티 가입자도 지난달 말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갑자기 유선전화가 끊겨 신고를 했더니 2명의 기사가 방문해 곧장 2세대 휴대전화의 해지를 권유했다. 간단한 고장에 2명이 방문한 것과 고객컨설팅팀 차장이 온 것도 의아했다.

<한겨레>가 공개한 녹취파일은 더욱 충격적이다. 여기엔 KT의 한 수도권 지사의 지난달 중순경 업무지시가 담겨있는데 그 내용인 즉, “고객의 유선전화를 고장나게 한 뒤 접근해 3세대로의 전환을 종용하라”는 말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여기에는 한 상급자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오늘 고장을 낼 것이다. 명단을 줄 테니 보고 단자함 키를 빼든가, 선을 끊든가 둘이서 알아서 하라”며 상세히 업무를 지시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우리가 오죽하면 이런 것까지 생각했겠느냐”며 “성과가 따라와야 하기 때문”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한겨레>는 “수도권의 또다른 케이티 지사도 지난달 ‘일부 지사에서 고객들의 집전화를 일부러 끊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우린 말썽 일으키지 말고 전환을 권유하라’는 지시를 내려 다수의 지사들이 집전화 고장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T는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4G LTE 망을 구축하기 위해 2G 가입자의 3G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KT가 올해 초부터 2세대 서비스를 철수하고 4G LT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가입자 전환을 서둘렀으나 이용자들의 호응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어와 이러한 초강수를 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KT 2G 가입자 수는 현재 약 15만명 수준으로 방통위의 승인 기준에 접근해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 KT “우린 합법적으로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KT는 “본사에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만 전환을 권유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T은 “자체 조사를 시행한 결과 해당 지역에서 전화선을 수리하러 간 직원과 가입자 사이에 그런 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담당 지사에서 일부러 전화선을 끊으라는 지시가 오간 적이 없고 실제로 전화선에 장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KT는 특히 2G 가입자 수가 상당 줄어든 최근에는 전환 작업을 자제하는 상황이며, 지사 차원의 회의나 지시 전달 과정이 녹취된 상황이 어색하다는 점에서 <한겨레>의 일방적인 주장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KT의 이런 변명은 궁색해 보인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KT의 3G 전환 요구 전화 때문에 업무를 볼 수가 없다”는 이용자가 나타났다. 그가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를 걸어 전환을 요구하며 나를 무슨 죄인 취급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자 곧이어 비슷한 경우에 있는 수많은 사용자들의 리플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도 KT에서 휴대전화를 강제로 직권해지 한 후 3G로 전환을 강요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G 서비스 종료가 마치 확정 된 것처럼 고객들에게 허위로 전화와 문자를 발송하고 3G로 전환을 종용하는 정도는 애교처럼 보일 정도다.
또 지방의 2G 가입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층 노인들은 음성통화만 주로 사용해 3G 폰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그런데도 KT는 ‘3G단말기 무상제공, 최대 7만7,000원의 현금보상’ 등을 내세워 영업사원들의 밤낮 없는 가정방문 등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게다가 무상 제공 휴대폰도 인기모델은 없어 “재고 처리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KT가 ‘인맥’을 동원해 가입 전환에 나선 의혹도 제기됐다. 서민기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대표는 “KT 2G 가입자라고 하면 KT에 다니는 직원 중에서 저랑 같은 동네를 산다든가 아니면 저랑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든가 아니면 고등학교 선배라든가 이런 인맥들을 동원해 갖고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끔 하는 그런 사례도 많이 보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2G 가입자 명단을 영업팀은 물론 기술직원과 외부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제공해 3G 전환 실적을 요구,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2G 서비스 종료와 관련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차원에서 이번 의혹의 진상을 알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는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런 논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라며 “이전부터 KT의 2G 종료 준비 과정을 지켜봐 왔듯이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알아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KT 이석채 회장은 “KT가 한다는 것을 안 한것 봤느냐”라며 “계획대로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은 최근 KT의 2G 종료에 대해 전체 가입자의 1% 이하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는 16만명으로 현재 KT의 2G 가입자는 약 15만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조동진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 주무관은 “10만명으로 가입자를 줄이면 2G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것은 KT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그 동안 무리한 가입전환 요구와 강제 해지, 허위문서작성 사례 등으로 세 차례 경고·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다음 주 KT가 2G 서비스 종료를 신청하면 KT의 잔여 2G 가입자 수 등 종료 준비 상황과 가입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문제점 등이 있었는지 등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의 핵심 원인은 KT보다는 오히려 방통위라는 지적도 있다. 서 대표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의 011, 016, 017, 018, 019 번호로는 3세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끔 조항을 만들었다”며 “방통위가 행정적으로 막아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기업 모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984년부터 사업자별로 식별번호 배정이 ‘남발’돼 2000년대부터 번호 통합논의에 들어간 것을 두고도 “010 통합 소비자들이나 관련 단체들이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시 정보통신부와 사업자들의 탁상공론에서 나온 결론”이라며 “기존 사용자에 대해 ‘그 사람들이 쓰던 그 번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게 없다보니 지금 이런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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