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SK오너 일가 칼끝 겨냥

산업1 / 이완재 / 2011-11-11 14:54:19
수사초점, “비자금 조성 형이냐 동생이냐 압축”

[토요경제 = 이완재 기자]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의혹 건으로 검찰로부터 전격 압수수색을 받고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검찰은 최근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린동 소재 SK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 등 자료들 수집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부터 최태원 회장 일가에 대한 비자금조성 의혹을 벌여오던 검찰은 이번에 방향을 공개수사 쪽으로 급선회하며 최태원-최재원 형제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의 초점은 최 회장 등이 개인 선물투자 및 손실액 보전 과정에서 5000억원대의 회삿돈을 끌어들였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형인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 중 누가 천문학적인 자금조성을 주도했는지의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그룹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SK그룹의 운명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의 전격 검찰압수 수색의 배경과 그 전말을 들여다본다.


◇검찰, ‘비자금 의혹’ SK 본사수색…최회장 수사 불가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그룹 본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이날 새벽 본사 사옥 내 SK홀딩스와 SK가스 등 계열사 사무실, 그룹 내외부 관련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액 출처 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서 최 회장, 그리고 또 다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사고 있는 최재원 부회장의 자택은 제외됐다.
검찰은 계열사들이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출자한 2800억원 중 500억원 정도가 자금세탁을 거쳐 최 회장의 선물투자에 동원되는 등 총수 일가가 회사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돈을 빼돌린 데는 최 회장 측근이자 SK텔레콤 상무 출신인 김준홍 씨가 2006년 설립한 창업투자자 베넥스인베스트먼트를 이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베넥스 금고에 보관 중이던 최재원 부회장의 수표 175억원을 발견했다. 김씨는 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SK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할 정도였다. 2006년 10월 자본금 80억원으로 설립된 베넥스에 SK그룹 18개 계열사가 2800억원을 집중 투자하다 보니 베넥스가 SK그룹의 위장 계열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검찰은 SK 계열사들이 베넥스 투자금을 일부 전용해 최 회장의 선물 투자금이나 손실 보전에 썼을 가능성에 수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맡았던 최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금융조세조사3부가 진행하던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보전 의혹을 모두 넘겨받은 특수1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백개의 계좌를 일일이 쫓아가며 최 회장이 운용한 선물투자 자금의 실체를 규명할 기초자료 수집에 주력했다.
검찰은 SK텔레콤 등이 베넥스에 투자한 500억원 정도가 자금 세탁을 거쳐 김씨 차명계좌로 나갔다가 SK해운 고문 출신인 무속인 출신 김씨 계좌로 건너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가) 출자금 가운데 일부를 투자 손실 등으로 처리하고, 이를 차명계좌를 통해 총수 일가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SK가스 등의 자금이 단기간에 베넥스에 다시 유입된 흐름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돈이 베넥스를 통해 최 회장 개인 투자에 이용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최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검찰로부터 수천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에 직접수사 압박에 처하게 된 SK그룹 오너 일가. 좌측이 최태원 회장, 우측은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


◇ 수사초점 “비자금조성 동생이냐 형이냐?”

검찰은 앞서 최 부회장이 계열사의 협력업체 3곳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하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과 관련, 지난 7월 이들 협력사를 압수수색했다. 최 부회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한편 검찰은 SK그룹의 회계장부 등 자료를 제출받아 내사해왔다. SK그룹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에서도 자료를 건네받아 그룹의 자금 흐름 등을 조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올해 초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최 회장이 선물투자를 통해 1000억원대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해오던 수사가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도 이처럼 최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의혹을 상당부분 입증할 만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탄 가운데 이제 관심은 비자금 조성을 누가 주도했느냐에 쏠려있다. 형인 최태원 회장이냐, 동생 최재원 회장이냐가 수사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 중 누가 선물투자를 주도했느냐를 놓고 검찰의 수사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이 최 회장에서 최 부회장으로, 이어 SK해운 고문 출신인 김 모씨로 이어지는 ‘3각구도’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당장 수사대상으로는 최재원 부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SK계열사이 투자금을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세탁을 거쳐 돈을 직접 빼돌리는 과정을 최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 지난 8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SK E&C와 SK가스 등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장본인이다.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주로 맡았던 김 씨는 검찰수사가 시작된 직후 해외로 나가지 않고 검찰의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측 당황속 하이닉스 인수등 중요사업 차질 염려

검찰은 자금의 유입과 흐름 과정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는 SK계열사로부터 베넥스인베스트먼트로 흘러들어간 자금중 횡령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산출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베넥스로부터 빼돌린 자금이 SK 전 고문인 김모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무속인 출신 김 모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보고 김씨에 대한 조사가 이번 사건을 푸는 핵심열쇠로 보고 해외 체류중인 김씨에 대한 소환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SK측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8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본사 관계자는 “올 초부터 그룹에 안 좋은 일이 많았지만 압수수색까지 받을지는 몰랐다”면서
당황해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하이닉스 인수 등 그룹의 중요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그룹의 공식 입장은 “계열사들의 투자금을 최태원 회장이 유용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앞으로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여러 오해들이 하루속히 불식돼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의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직후인 지난 9일 증권가에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숨졌다는 괴소문이 퍼졌다 해프닝으로 밝혀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9일 오전께 ‘확인되지 않았지만 SK그룹 최 회장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문이 있다’는 메시지가 증권 메신저를 타고 곳곳에 전해진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최 회장의 이름이 오전 한 때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SK그룹 등에 사실를 확인하려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결국 회사 측이 사실 관계에 대한 해명에 나서자 소문은 금방 사라졌다.
이번 SK사태를 보는 검찰의 수사 시각은 전체적으로 최 부회장이 김씨의 계좌로 돈을 보내는 등 회삿돈을 빼돌리는데 주도자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 운영상 최 회장도 최소한 이를 알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SK그룹이 재계 상위그룹인 점을 감안, 이번 수사로 인해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에 검찰의 적지 않은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재계 안팎으로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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