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방향 놓고, 금융위 '진퇴양난'

산업1 / 장우진 / 2011-11-11 11:03:03
징벌매각시 론스타 소송· 투자환경 위축 우려…일반매각시 노조·여론 '눈치'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외환은행 인수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매각방향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최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임시조합원총회를 열고 노조의 독자생존을 위해 당기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사업에 쓸 것과 징벌적 매각시 론스타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한 뒤 국민주 방식으로 재매각하는 자구책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목소리에 금융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방향의 매각을 추진하던 쓴소리는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매각에 대해 노조의 주장대로 징벌적 매각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불사할 수도 있다. 또 해외기업에 징벌적 성격을 가할 시 자칫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투자위험국’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일반 매각을 하자니 노조와 여론의 눈치가 부담스럽다. 현재 금융노조 등 ‘론스타 산업자본설’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일반 매각 추진은 자칫 ‘론스타 게이트’의 악몽이 계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환銀 노조, 임직원 자사주 매입방안 제시


▲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너른들판에서 열린 ‘외환은행노동조합 임시조합원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서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임시조합원총회에서 ‘사회공헌 및 독자생존 방안’을 의결했다.
요점을 살펴보면 학자금 무이자 대출·당기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사업에 쓰도록 사측에 제시할 것과 금융당국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리면 론스타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한 뒤 전략적 투자자 유치와 국민주 방식으로 재매각하겠다는 자구책이 담겨있다.
또 당국이 론스타에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 장내주식거래만 허가할 경우 외환은행의 자본 여력과 임직원의 출자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자사주 매입을 위한 외환은행의 자본여력은 금감원 경영평가 1등급 기준인 기본자본비율(Tier1) 7%를 전제로 2조8260억원에 달한다”며 “여기에 퇴직금·사원복지연금 적립금 등 직원의 출자여력은 5024억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즉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의 시가 총액이 2조6718억원인 점을 감안하고, 징벌적 매각에 의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제한다면 충분한 인수여력이 된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국이 2004년 KCC와 2008년 디엠파트너스에 대해 징벌적 강제매각 명령을 내렸는데 론스타에 대해서만 못하겠다는 것은 특혜”라며 “징벌적 매각명령이 내려지면 곧바로 이 안을 현실화해 나갈 것”이라고 피력했다.


◇국민 78%, ‘론스타 산업자본 규명해야’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도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아 징벌적 매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금융경제연구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외환은행 매각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금융당국이 산업자본 심사를 거쳐 론스타가 은행 대주주의 자격이 있는지 적격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7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은행법 상 금융분야 이외의 자산이 2조원을 초과하면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상실에 따른 외환은행 지분의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 10명 중 7명은 ‘부당한 특혜’라는 의견을 보였다. ‘정당한 정책 집행’이라는 의견은 15.4%에 그쳤다.


◇김석동, 징벌적? 일반매각?…‘진퇴양난’


그러나 이 같은 노조와 여론의 목소리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진퇴양난’에 빠진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정치권과 금융노조 등의 징벌적 매각 요구와 론스타가 지분매각 기한을 6개월로 해달라는 요청에 의해 강제매각 명령을 미뤘다.
이 같이 외환은행 매각명령이 미뤄지는 것은 결국 금융위가 징벌적 매각이던 일반 매각이던 어느 한 카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조와 여론 눈치에 징벌적 매각시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징벌적 매각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자칫 무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외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국내 투자환경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론스타는 벨기에 회사로, 투자 보장협정이 한·벨기에 양국간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며 “최혜국 대우, 송금관련 규정 등 이 협정 사항의 의무를 사항을 위반하면 외국투자자는 우리 법정에 소송을 할 수도 있고, 익시드(국제사법재판소)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매각 명령 카드도 가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유력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경우 여론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매각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매각은 현실적으로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대외 신인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금융산업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김 위원장은 ‘론스타 게이트’에 대한 따가운 눈총을 계속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론스타와 HSBC의 매각 협상이 진행중이던 지난 2008년 금감원은 대주주 자격심사 자료제출을 거부한 론스타에 강제매각명령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조치를 경고했다”며 “론스타는 해당 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고, 당시 자료만 살펴봐도 산업자본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일반매각에 대해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나서 김 위원장의 부담감을 한층 가중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론스타 자본이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난후 강제 매각 명령을 내려도 늦지 않다”며 “최소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막아야 한다”고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규명을 촉구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내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 론스타 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비리여부를 파헤치게 될 것”이라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방향과 관련해 금융위 압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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