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文)한명숙 전 총리가 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 수수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받고 2년여의 정치적 감금으로부터 벗어났다. 한 전 총리의 무죄판결로 당장 오는 12월로 예정된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 구도는 물론 야권의 차기 대선구도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무리한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이번 무죄판결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기지개를 펴게된 한 전 총리가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로 주목받을 수 있을지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가 그에게 씌어진 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벗고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 정치적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진 한 전 총리는 당장 오는 12월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도전에 나설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그로서는 당권도전을 통해 민주당은 물론, 야권통합과 민주진보 세력 통합이라는 산파 역할을 기대하는 주위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당권도전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경우 차기 대선까지 내다볼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벌써부터 민주당 내 당권 후보들은 물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 전 총리는 법원의 무죄판결이 난 다음날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남 김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는 등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가시화했다. 이번 법원의 무죄판결로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펼친 정치검찰이라는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韓, ‘당권도전’ 가시화…민주당 당권구도 출렁

한 전 총리는 2009년 12월 5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두 건의 재판에 묶여 1년10개월간 정치인으로서 행동하는 데 큰 제약을 받았다. 그런 그가 지난해 4월 뇌물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지난해 7월 기소됐던 이번 정치자금 사건 1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그를 짓누르던 정치적 족쇄가 풀리게 됐다.
한 전 총리는 무죄선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년은 참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진실이 거짓을, 정의가 정치검찰을 이겼다”는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다음날인 지난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를 찾았다. 지난해 6.2서울시장 선거 패배 후 꼭 1년 반만에 공식적인 국회 의정활동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무죄선고 사흘째인 2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진실이 밝혀졌지만 그동안 얼마나 (대통령께서) 가슴이 무너졌을까 생각하니 너무 죄송하다”면서 “통합만이 살길”이라며 야권 대통합 논의에 대한 강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무죄선고 이후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가시화한 한 전 대표에게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차기 민주당 당권도전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어 당 대권구도는 박지원 의원과의 양강체제로 흐르는 분위기다.
오는 12월로 예정돼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부겸.이종걸 의원, 박주선.이인영.조배숙 최고위원 등과 우상호.정대철.김태랑 전 의원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한 전 총리가 당권도전을 공식화 하면 양강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내에서는 한 전 총리와 박 의원이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전대가 열린 우리당계와 옛 민주계의 한판 승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당내 친 노무현 진영은 물론 이해찬 전 총리 등 외곽 조직도 그를 적극 밀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시민사회와의 야권통합을 위해서도 한 전 총리가 최상의 카드”라고 주장했다.
◇檢, 무죄판결에 “봐주기식 판결” 공세에 2심 관심
한편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에서 무죄난 것과 관련해 국민여론을부터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검찰은 ‘봐주기식 표적판결’이라며 이례적으로 반발했다. 전날 판결 직후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던 검찰은 언론을 상대로 반박 보도자료까지 내며 공세를 이어갔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더러 ‘표적수사’ 라는 말을 쓰던데 이번 재판이야말로 봐주기 위한 ‘표적판결’이다”며 원색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 관계자는 “곡소리 난다고 다 초상난 건 아니다. 이제 1심이 끝났을 뿐이고 항소심에서 번복된 사례도 많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불쾌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진술에 의존한 수사’라는 비판에도 정면 반박했다. 또 한 전 총리는 무죄를 선고하고 함께 기소된 최측근 김모씨만 유죄를 선고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회계장부, 수표, 증언 등 이번 사건에서 오히려 증거가 넘친다”며 “동일인(공여자)의 진술이 김씨 관련은 진실이고, 유독 한 전 총리 부분에서만 허위·과장됐다고 하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4장의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스무번이 넘는 공판에서 검찰이 피력했던 증거물과 객관적인 정황 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한 전 총리는 2009년 12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뇌물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 났고, 2심이 진행 중이어서 추후 사태추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통합 키맨 부상…야권 차기 대권판세 변수
통합을 당권 도전의 기치로 내걸고 있는 한 전 총리가 당권도전에 성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2012년 대선까지 노려볼 수 있는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당장 손학규 현 대표와 친노세력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일각에서는 한 전 총리가 범야권 다른 주자들에 비해 시민사회와 재야, 혁신과 통합, 민주당, 진보정당을 아우르는 등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강점이라고 분석한다. ‘정치적 탄압’을 상징하는 ‘진영 대표주자’로 평가받는 측면도 또다른 장점이다.
일단 민주당 안팎에서는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지만 이또한 의견이 엇갈린다. 한 측근은 “민주당 중심의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한 전 총리가 출마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또 다른 측근은 “한 전 총리를 당권 프레임에 가둬두면 친노(친노무현)의 위상을 높일 수 있겠지만 계파 수장으로 한정될 수 있다.”며 대선 출마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후자의 경우 당장 대선보다는 당권이 보다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야권통합논의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안철수 대세론에서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일정정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안 교수의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는 대항마로서 힘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12월 전당대회에서 한 전 대표가 승리할 경우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게된다.
이 경우 강력한 야권 대선후보로 꼽히는 손학규 대표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손 대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당 대표로 후방 지원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굴러들어온 돌’ 손 대표는 민주당의 조직을 끌어안지 않고는 대권후보에 접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당내 입지가 더 탄탄한 박지원 대표를 밀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았듯 시민사회와의 교감을 의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대표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한 전 총리는 구 민주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정권을 재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의식, 그리고 친노그룹의 대표적 주자로 시민사회와의 교감이 활발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 전 총리도 최근 야권통합에 대한 당의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야권의 통합 논의와 관련해 “통합하면 승리하고 분열하면 패배한다”며 “시대정신은 통합이고 정권재창출”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 초청 강연회에서 “통합을 위해서는 멀리 목표를 보면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기득권을 버리고 공통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진보신당은 진보에만 갇혀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의석수를 늘리고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면 보수수구세력들이 장기집권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민주세력과 평화통일, 서민복지의 문제는 물 건너간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당권도전이냐 대선도전이냐를 놓고 의견이 양분하는 분위기속에 그를 지지하고 있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총리는 최근 무죄 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이번에 검찰의 악랄한 공작을 뚫고 굉장히 강한 정치인이 됐다, 엄청나게 성장을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다른 사람 같았으면 벌써 무너졌다, 한명숙 전 총리는 1년6개월간 재판을 받으면서 내공을 쌓았다”면서 “누구보다도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한명숙 전 총리가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표로) 기여할지, 총선에 출마할지, 대선에 출마할지 인생의 마지막 정치행보에 대해 지금 깊이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출마쪽이냐 대선 출마쪽이냐, 아니면 당권 도전후 대선으로 눈을 돌리느냐에 대한 판단은 한명숙 본인에게 달려있다. 어떤 판단이든 정치자금 수수 무혐의 판결을 얻고, 그동안 움츠렸던 정치적 날개를 활짝 펴게 된 한 전 총리의 정치적 행보는 당분간 어둡지 않아 보인다. 야권 대통합구도라는 대전제 아래 그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어떤 정치적 행보를 밟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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