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탁금지법으로 허례허식 선물문화 걷히길

기자수첩 / 이경화 / 2018-01-18 12:36:31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10만 원 이하 농축수산물이 올해 설 선물의 대세로 떠올랐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효과다. 개정된 법이 17일부터 시행되며 공직자 등에 줄 수 있는 선물 가액 한도가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까지 올랐다. 2016년 9월 김영란법이 처음 시행된 지 1년 4개월여 만에 선물비가 두 배로 상향되면서 한도 내외의 실속형 농축수산물 세트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법 시행 1년이 지나면서 확실히 차분해졌다. 설 명절을 앞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온라인몰 등 유통사들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 대신 가성비(가격대비성능)에 가치소비를 더한 이른바 가심비 높은 실속세트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가의 굴비·한우갈비세트 등에만 집착해 특수를 노리던 이전의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그간 허례 허식적 명절 선물문화에 대한 지적은 반복돼 왔다. 값비싼 선물로 체면을 세우려는 오랜 관습이 남아있던 탓이다. 갑을 관계 속에 지속하는 접대 문화도 그 원인 일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상술 또한 판쳤다. 불필요한 장식품이나 스티로폼 등을 더해 제품을 본래 가치보다 고급지게 보이도록 눈속임하는 과대포장이 대표적 예다. 명절 선물을 받고 고마운 마음이 들다가도 쌓인 쓰레기를 보면 짜증이 날 정도였다. 무엇보다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김영란법 개정 이후 첫 설 명절을 맞는 올해 분위긴 다르다. 10만원에 맞추다보니 포장보다 내실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다. 불필요한 큰 선물보단 농축수산물을 소포장 단위·다양한 선물세트로 구성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산 농축수산물 선물세트도 증가해 법 개정 전인 지난해 추석 기간 수입산 비중이 높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고가의 국내산 한우·굴비 등을 10만 원 이하 가격대로 구성해 내놓은 선물세트도 인기다.


이에 각 유통업체들은 10만 원 이하 품목 가짓수도 50% 가량 대폭 늘렸다. 매출로도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명절 선물 사전예약 판매기간 10만 원이하 세트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축산(한우)·농산·수산의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각각 24%·21.7%·5%씩 증가했다. 국내산 선물도 12%가량 매출이 늘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10만원이란 금액이 아니다. 선물 겉모습의 거품과 허례허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기회에 부담이 아닌 서로 기분 좋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빨리 정착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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