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평소에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극장을 찾는 횟수가 1년에 120회가 넘는 걸 보면 확실히 많이 가는 편이긴 하다. 물론 골수 영화매니아들은 1년에 300~400회 이상 극장을 찾기도 한다. 사실 영화 보는 것 말고는 뚜렷한 취미가 없는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1년에 최소 200회 이상은 극장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보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 가 싶어서, 한편의 영화를 봐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몇 년 전 CGV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영화 오래보기 대회’를 연 적이 있었다. 한국 최고기록은 2009년 세워진 68시간 7분이다. 68시간 7분 동안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영화를 본 것이다. 나는 이 대회에 대해 ‘무식하고 덜 떨어진 대회’라고 평가했다. 음식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밀어넣는 비극을 보는 것 같았다.
제조업에 있어서 ‘질(質)’과 ‘양(量)’은 중요한 화두다.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그것을 많이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게 유지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지엠은 2002년 회사 출범 후 누적 생산 1000만대를 넘어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17일 스팅어 5000대 판매를 기념해 스팅어 드림을 출시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들은 한때 스크린의 크기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롯데시네마는 잠실 월드타워점에 수퍼플렉스G를 선보여 한때 기네스북에도 올랐으며 CGV는 용산아이파크몰에 이에 못지 않은 아이맥스레이저관을 선보였다.
기업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숫자는 얼마나 팔았고 얼마나 큰 공장을 지었고 얼마나 많이 생산했고 얼마나 투자했는지 등이다. 모든 숫자는 ‘양’을 내세우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모두가 자랑스러운 ‘양’을 내세울 때 한편에서는 부끄러운 ‘양’도 있었다. 자동차는 몇 대를 리콜했고 몇 개의 제품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살충제 달걀은 몇 개가 생산됐는지 등이다.
우리의 기업문화에서 ‘질’을 내세우지 않은 적은 없었다. 주로 건설현장이나 생산현장에 가면 ‘무사고 *일’이라고 적어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사고가 없다는 것도 좋은 ‘질’의 표본이다.
이제는 제품에 있어서도 ‘양’보다 ‘질’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제품을 얼마나 팔았는지보다 얼마나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인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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