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사 “5월부턴 직접 판다”

산업1 / 전성운 / 2012-04-02 10:57:54
‘휴대폰 자급제’ 시행 한달 전 '이슈'

5월부터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구입한 휴대폰도 개통 가능해지는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가 본격 시행된다. 때문에 그동안 이통사가 독점해온 휴대폰 유통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다. 삼성,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들이 직영 매장, 혹은 대형 유통 업체를 통해 휴대폰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선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5월부터는 휴대폰 구입이 이통사가 아닌 곳에서도 가능해진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현대백화점 울산점에 오픈한 IT·모바일 전문 매장 ‘삼성 딜라이트샵’ 2호점. (제=삼성전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휴대폰 식별번호를 이동통신사에 사전 등록해야 하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악용, 과거 삼성전자가 유통망에 직접 공급하는 휴대폰의 비율을 20% 이내로 제한했다”며 SK텔레콤에 4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내용이 보여주는 바는 분명하다. “제 아무리 ‘삼성’도 휴대폰 시장에선 SK텔레콤에겐 ‘을’일뿐 이었다”는 의미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휴대폰을 많이 팔아도 국내 시장에선 ‘공급업체’에 불과한 취급을 받는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들은 자신들이 인증한 휴대폰에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바탕으로 휴대폰 유통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러나 5월부터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행되면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가 한층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 통신요금, 휴대폰 가격 하락 유도


지난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 도입을 한 달 앞두고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통사들은 보조금 없이 약정과 이용조건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오픈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요금을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자급제(블랙리스트제)는 기존에 이통사를 통해서만 새 휴대폰 구입 및 개통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이통사가 아닌 곳에서 구입한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특별히 분실 혹은 도난당해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전화만 아니면 개통이 가능하다.


기존 제도가 ‘고가’의 단말기를 보조금 지급과 함께 할부 구입하는 대신 2~3년 약정에 비싼 요금제로 가입을 강요당했다면,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 구입비는 상승하겠지만 사용자들은 요금제와 약정에서 자유로워진다.


방통위는 “시장경쟁을 활성화 시켜 이동통신 요금과 휴대폰 가격을 내린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초부터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휴대폰 유통경로를 다양화해 이통사들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 시키겠다”는 게 방통위의 의도다.


자급제 시행을 앞두고 삼성, LG, 팬택 등 휴대폰 제조사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어쩌면 “유통망을 확보하면 이동통신 시장의 칼자루를 쥘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도 “3년 내 휴대폰 자급제를 통해 가입하는 수요는 최대 20% 정도 생길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장 5월부터 삼성 모바일샵 및 디지털프라자 직영점에서 휴대폰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모바일제품 전용 판매점인 ‘삼성 모바일’을 연내 1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LG전자도 ‘LG 하이프라자’에서 운영하는 베스트샵 직영점을 300곳 가량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아예 자회사를 세워 자체 유통망을 갖출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최근 휴대폰 유통망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 내달 마케팅 자회사를 출범시킨다.


팬택은 우선 지난 2010년부터 시범 운영 중인 자사의 오프라인 체험 매장 ‘라츠’를 빠르게 키워갈 계획이다. 팬택 관계자는 “당장 유통망으로 대기업을 따라잡겠다는 것이 아닌,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5월부터 휴대폰 유통망 대 변혁 예고
제조사 “자체 유통망 확보, 전쟁 대비”
전문가들 “보조금 없는데” 실효성 논란


◇ 보조금 없는 자급제, 실효성 떨어져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급제가 실효성이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의 휴대폰 판매는 대부분 ‘이통사 보조금’에 의존해온 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어 보조금 지급 없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자급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상품과 달리 휴대폰은 통신 요금제와 연계돼 판매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기존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보조금과 약정할인을 받고 휴대폰을 구입하는 소비패턴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때문에 “기존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한 보조금과 약정할인은 그대로 유지되는 데 제조사나 유통사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면 개통까지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는 의견이 나온다.


즉, 제도 시행 이후 적합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제조사나 유통사에서 고가의 휴대폰를 구매하고 요금도 고스란히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국내 휴대폰 시장은 해외와 달리 고가의 스마트폰 위주로 형성돼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유통경로에 따라 출고가가 다르게 설정되진 않는다”며 “현재로선 자급제가 시행돼도 출고가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판매 500만대를 돌파한 인기 제품 ‘갤럭시노트’의 경우 현재 출고가는 무려 99만원이다. 물론 출고가와 판매가는 사실 상관관계가 높진 않다. 그러나 휴대폰 구입 시 지출비용이 늘어나는 건 분명해 보인다.


구입한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도 소비자에겐 번거로울 수 있다. 제조사 직영매장에서 구입해도 개통은 이통사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 관계자들은 “직영 매장에서 개통 가능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제조사들 ‘중국산’ 공세 대비해야


그러나 휴대폰 자급제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경쟁이 없던 휴대폰 유통시장이 경쟁체제로 개편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저가 휴대폰 시장’이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가입자들에게 최신 스마트폰과 4G 통신망을 ‘강요’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화이트리스트’제도 덕분이다. 이통사들은 제조사에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의 휴대폰 생산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통화량이 적거나 사용량이 적은 가입자들도 ‘어쩔 수 없이’ 고가의 요금제나 고가의 스마트폰을 2~3년의 약정을 걸고 구입해야만 했다. 단순 통화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너무 적어 불편함도 크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외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처럼 길에서 1~2만원대의 휴대폰을 구입해 바로 사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될 ‘중국산’ 제품들이 대거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폰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긴장해야 할 쪽은 오히려 이통사들이 아닌 제조사들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통사 입장에선 어떤 휴대폰이든 결국은 이통사에서 개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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